'빚 6천' 숨긴 남편, '사기 혼인' 취소 가능할까?
'빚 6천' 숨긴 남편, '사기 혼인' 취소 가능할까?
전문가들 "혼인취소, '사기 안 날로부터 3개월' 내 소송해야… 이혼이 더 현실적"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5천만 원 있다더니… 6천만 원 빚더미 남편, 이 결혼 무를 수 있나요?"
결혼 전 재산을 모두 공개했는데, 돌아온 것은 6천만 원의 빚과 거짓말이었다. 남편의 채무 사실을 혼인신고 후에야 알게 된 아내 A씨가 결혼 자체를 없었던 일로 돌릴 수 있는지 법률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A씨는 남자친구와 6개월간 교제하며 자연스럽게 결혼을 약속했다. 결혼 준비에 앞서 서로의 재정 상태를 투명하게 공유하기로 했다. A씨는 자신의 근로계약서와 모든 계좌 내역을 남편에게 남김없이 보여주었다. 하지만 남편은 달랐다. 그는 “부모님이 돈 관리를 해주시는데, 5천만 원을 맡겨 놓았다. 결혼하면 주신다고 했다”는 말을 반복했다.
A씨는 남편의 말을 믿었다.
혼인신고 직전, 남편은 “부모님께 돈을 돌려받았다”며 계좌를 보여주기까지 했다.
하지만 진실은 참혹했다. 그 돈은 남편의 부모님이 결혼 자금으로 지원한 1억 원의 일부였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남편에게 6천만 원의 빚이 있었고, 그는 이 1억 원으로 빚부터 갚은 뒤 남은 돈을 A씨에게 보여주며 재산이 있는 것처럼 행세했다는 점이다.
A씨는 결혼 생활을 이어오던 중 우연히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남편의 기망 행위로 혼인의 의사결정 자체가 왜곡됐다”며 이 결혼을 취소하고 싶다는 입장이다.
혼인 ‘취소’와 ‘이혼’, 무엇이 다른가
A씨처럼 배우자의 거짓말로 시작된 결혼을 끝내고 싶을 때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다.
혼인 ‘취소’와 ‘이혼’이다. 혼인 취소는 법원의 판결로 혼인의 효력을 장래에 향하여 소멸시키는 제도다. 반면 이혼은 유효하게 성립한 혼인을 앞으로 해소하는 절차다. A씨가 원하는 것은 이혼이 아닌 ‘취소’다. 결혼 자체가 사기였으니, 없었던 일로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클래식 오대호 변호사는 “배우자가 결혼 의사결정에 본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채무를 은폐하거나 재산상태를 허위로 꾸며 결혼을 유도했다면, 민법 제816조 제3호에 따라 법적으로 혼인취소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씨의 경우, 남편이 적극적으로 “맡겨놓은 돈이 있다”고 거짓말까지 한 점은 단순한 실수를 넘어선 ‘사기’ 행위로 평가될 여지가 크다.
법원 문턱 높은 ‘혼인 취소’, 현실적 대안은
하지만 법조인 다수는 혼인 취소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법원은 혼인 제도의 안정성을 위해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취소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해당 사안으로 혼인취소소송을 하더라도 인용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단언하며 “이혼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결국 더 현실적인 방법은 이혼 소송이다. 법무법인(유한) 바른길 안준표 변호사는 “혼인취소는 ‘혼인 의사 자체가 없었을 것’ 수준의 중대한 기망을 입증해야 해 문턱이 높다”며 “반복된 재정상태 허위·은폐로 신뢰가 근본적으로 깨졌다면 민법 제840조 제6호(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따른 이혼 청구가 더 타당하다”고 조언했다.
남편의 기망 행위로 부부 사이의 신뢰가 파탄에 이르렀음을 주장하며 이혼과 함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하는 방식이다.
‘3개월’, 취소 원한다면 놓쳐선 안 될 시간
만약 A씨가 그럼에도 혼인 취소를 강하게 원한다면, 반드시 지켜야 할 ‘시간제한’이 있다. 바로 ‘제척기간’이다. 우리 민법 제823조는 사기를 이유로 한 혼인취소 청구권은 ‘사기를 안 날로부터 3개월’이 지나면 사라진다고 규정한다.
남편의 빚과 거짓말을 알게 된 순간부터 단 3개월 안에 소송을 제기해야만 혼인 취소를 다퉈볼 기회라도 얻는 셈이다.
법무법인 유안 조선규 변호사는 “사기 사실을 안 날로부터 반드시 3개월 이내에 법원에 소를 제기해야만 혼인 취소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이 기간을 놓치면 혼인 취소는 불가능하고, 이혼 소송을 통해 혼인 관계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A씨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카카오톡 대화, 계좌 이체 내역, 가족의 진술 등 기망 행위를 입증할 증거를 신속히 확보해 3개월 안에 결단을 내려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