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는 그렇게 새어 나갔다, 그리고 처벌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정보는 그렇게 새어 나갔다, 그리고 처벌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피해자 위해 공동대응 요청했던 '시민단체'서 박원순 전 시장 피소 사실 유출
정보 전달한 사람들에게 왜 '비밀누설죄' 적용이 불가능한지 정리해봤다

고(故) 박원순 시장이 피소 사실을 사전에 어떻게 알았는지에 대한 검찰의 발표가 나왔다. 5개월에 걸친 수사 끝에 남은 것은 "누군가 피소 사실을 유출했다, 그러나 처벌할 수 없다"였다. /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누가 박원순 시장에게 성추행 피소 사실을 알렸나."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은 사건 자체도 그랬지만, 그에 못지않게 전개 과정도 충격적이었다. 특히 박 전 시장이 "곧 고소를 당할 것"이라는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는 사실은 여러 의문을 낳았다.
'경찰이 박 전 시장에게 정보를 흘렸을 것'이라거나 '청와대가 알렸을 것'이라는 등의 음모론도 여기서 시작했다.
30일 서울북부지검(지검장 김후곤 검사장)이 이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청와대나 경찰이 박 전 시장 측에 정보를 넘긴 것은 없으며, 시민단체를 통해 정보를 입수한 여당 국회의원이 박 전 시장 측 젠더특보에게 알렸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박 전 시장이 '피소 사실'을 어떻게 사전에 얻었는지를 조사했다. 조사 방법은 정보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을 택했다.
박 전 시장에게 처음 정보를 건넨 건 서울시 D젠더특보였다. 이 사실은 당시 박 전 시장과 관련 내용을 공유했던 전 비서실장 등을 통해 확정됐다.
D젠더특보에게 정보를 건넨 사람은 여당 소속 C국회의원이었다. C의원은 국회의원에 당선되기 전 여성⋅사회시민단체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었는데, 그중 한 시민단체의 B공동대표로부터 정보를 얻었다.
B공동대표는 이 문제를 의논하려 연락한 A시민단체로부터 이 사실을 접했다. 앞서 A시민단체는 피해자 측 변호를 맡은 김재련 변호사에게 도움을 요청받은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피해자 측 변호사가 말한 '정보'가 박 전 시장에게 전달되는 데는 하루도 채 걸리지 않았다.
검찰이 정보 유출 경위를 파악한 건, 이 과정에서 죄가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현행법상 누군가 비밀을 누설했을 때는 공무상 비밀 누설죄(형법 제127조) 또는 업무상 비밀 누설죄(형법 제317조)로 처벌할 수 있다.

다만, 두 가지 모두 특정한 지위에 있는 사람을 처벌하는 조항이다.
공무상비밀누설죄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사람이 처벌 대상이다. 업무상비밀누설죄도 의사,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 직무상 타인의 비밀을 취득한 사람들에게 적용된다.

하지만 이 사건에 연루된 A시민단체 관계자나 이와 다른 시민단체의 B공동대표는 모두 여기에 해당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처벌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것이다.
법무법인(유한) 강남의 이필우 변호사는 "문제가 된 시민단체 관계자들에게 형법상 비밀누설죄를 적용하는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죄를 물을 수 있는 지위를 갖추지 못했고, 공무상 얻은 정보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필우 변호사는 "이러한 상황에서 적용해 볼 수 있는 혐의는 명예훼손죄"라며 "피해자의 내밀한 정보를 외부에 전달했고 이로 인해 피해자의 명예가 훼손했다고 논해볼 순 있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공무원인 C국회의원이 처벌받지 않는 건 왜일까?
일단 국회의원은 공직자인 만큼, 공무상비밀누설죄 처벌 주체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은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된 박 전 서울시장의 '피소 정보'가 C의원이 의정활동 등 직무상 알게 된 정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C의원 개인적인 친분관계에 의해 얻은 정보였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C의원이 서울시 D젠더특보에게 정보를 넘긴 것이 공무상비밀누설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정보 전달의 '마지막 퍼즐'이었던 서울시 D젠더특보의 경우는 어떨까.
우선 공무상비밀누설죄가 적용될 수 있는 자격은 충족한다. 서울시 젠더정책 특별보좌관 직위는 지방전문임기제 3급에 해당한다. D젠더특보는 사건 당시 공무원 신분이었다.
'직무상 알게 된 정보'라는 점도 조금 더 명확하다. 젠더특보의 역할은 서울시 젠더정책 관련 이슈를 자문하는 역할이다.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과 관련 있는 직무로 볼 수 있다. C의원이 D젠더특보에게 연락을 취한 것도 그가 해당 직무를 담당하고 있어서였다.
그런데도 D젠더특보가 공무상비밀누설죄 적용을 피할 수 있던 이유는 어디에 있었을까. 검찰은 D젠더특보가 고소 사실과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시장이 D젠더특보를 통해 최초로 정보를 접한 시점은 피해자가 고소장을 접수하기 전"이라는 점을 들었다. 여기에 D젠더특보 역시 직무 수행 중 알게 된 것이 아닌, 기본적으로 사적 네트워크를 통해 얻은 정보라고 봤다.
결국 5개월에 걸친 수사 끝에 남은 것은 "누군가 피소 사실을 유출했다, 그러나 처벌할 수 없다"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