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는 그렇게 새어 나갔다, 그리고 처벌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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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는 그렇게 새어 나갔다, 그리고 처벌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2020. 12. 30 19:33 작성2020. 12. 30 19:48 수정
강선민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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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위해 공동대응 요청했던 '시민단체'서 박원순 전 시장 피소 사실 유출

정보 전달한 사람들에게 왜 '비밀누설죄' 적용이 불가능한지 정리해봤다

고(故) 박원순 시장이 피소 사실을 사전에 어떻게 알았는지에 대한 검찰의 발표가 나왔다. 5개월에 걸친 수사 끝에 남은 것은 "누군가 피소 사실을 유출했다, 그러나 처벌할 수 없다"였다. /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누가 박원순 시장에게 성추행 피소 사실을 알렸나."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은 사건 자체도 그랬지만, 그에 못지않게 전개 과정도 충격적이었다. 특히 박 전 시장이 "곧 고소를 당할 것"이라는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는 사실은 여러 의문을 낳았다.


'경찰이 박 전 시장에게 정보를 흘렸을 것'이라거나 '청와대가 알렸을 것'이라는 등의 음모론도 여기서 시작했다.


30일 서울북부지검(지검장 김후곤 검사장)이 이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청와대나 경찰이 박 전 시장 측에 정보를 넘긴 것은 없으며, 시민단체를 통해 정보를 입수한 여당 국회의원이 박 전 시장 측 젠더특보에게 알렸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피해자 측 변호사에서 시작된 정보, '이 과정' 거쳐 하루 만에 박 전 시장 측에 흘러갔다

검찰은 박 전 시장이 '피소 사실'을 어떻게 사전에 얻었는지를 조사했다. 조사 방법은 정보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을 택했다.


박 전 시장에게 처음 정보를 건넨 건 서울시 D젠더특보였다. 이 사실은 당시 박 전 시장과 관련 내용을 공유했던 전 비서실장 등을 통해 확정됐다.


D젠더특보에게 정보를 건넨 사람은 여당 소속 C국회의원이었다. C의원은 국회의원에 당선되기 전 여성⋅사회시민단체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었는데, 그중 한 시민단체의 B공동대표로부터 정보를 얻었다.


B공동대표는 이 문제를 의논하려 연락한 A시민단체로부터 이 사실을 접했다. 앞서 A시민단체는 피해자 측 변호를 맡은 김재련 변호사에게 도움을 요청받은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피해자 측 변호사가 말한 '정보'가 박 전 시장에게 전달되는 데는 하루도 채 걸리지 않았다.


공무상 비밀 누설죄 성립되려면⋯'공무원'이 '직무상 알게 된 정보'를 누설해야 한다

검찰이 정보 유출 경위를 파악한 건, 이 과정에서 죄가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현행법상 누군가 비밀을 누설했을 때는 공무상 비밀 누설죄(형법 제127조) 또는 업무상 비밀 누설죄(형법 제317조)로 처벌할 수 있다.


고 박원순 시장이 피소 사실을 사전에 어떻게 알았는지에 대한 검찰의 조사 발표가 나왔다. 여기에는 시민단체 관계자와 국회의원, 젠더특보가 연관되어 있었다. 하지만, 모두 '죄가 없다’고 결론 내려졌다. 이는 공무상 비밀 누설죄 성립 요건 때문이다.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고(故) 박원순 시장이 피소 사실을 사전에 어떻게 알았는지에 대한 검찰의 조사 발표가 나왔다. 여기에는 시민단체 관계자와 국회의원, 젠더특보가 연관되어 있었다. 하지만, 모두 '죄가 없다’고 결론 내려졌다. 이는 공무상 비밀 누설죄 성립 요건 때문이다.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다만, 두 가지 모두 특정한 지위에 있는 사람을 처벌하는 조항이다.


공무상비밀누설죄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사람이 처벌 대상이다. 업무상비밀누설죄도 의사,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 직무상 타인의 비밀을 취득한 사람들에게 적용된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처벌을 피한 이유 = 공무원 아님, 직무상 얻은 정보 아님

법무법인(유한) 강남의 이필우 변호사. /이필우 변호사 제공
법무법인(유한) 강남의 이필우 변호사. /이필우 변호사 제공

하지만 이 사건에 연루된 A시민단체 관계자나 이와 다른 시민단체의 B공동대표는 모두 여기에 해당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처벌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것이다.


법무법인(유한) 강남의 이필우 변호사는 "문제가 된 시민단체 관계자들에게 형법상 비밀누설죄를 적용하는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죄를 물을 수 있는 지위를 갖추지 못했고, 공무상 얻은 정보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필우 변호사는 "이러한 상황에서 적용해 볼 수 있는 혐의는 명예훼손죄"라며 "피해자의 내밀한 정보를 외부에 전달했고 이로 인해 피해자의 명예가 훼손했다고 논해볼 순 있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C국회의원이 처벌을 피한 이유 = 공무원 맞음, 직무상 얻은 정보 아님

그렇다면 공무원인 C국회의원이 처벌받지 않는 건 왜일까?


일단 국회의원은 공직자인 만큼, 공무상비밀누설죄 처벌 주체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은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된 박 전 서울시장의 '피소 정보'가 C의원이 의정활동 등 직무상 알게 된 정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C의원 개인적인 친분관계에 의해 얻은 정보였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C의원이 서울시 D젠더특보에게 정보를 넘긴 것이 공무상비밀누설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공무원도 맞고, 직무상 얻은 정보도 맞는데⋯왜 서울시 D젠더특보는 처벌을 피했나

정보 전달의 '마지막 퍼즐'이었던 서울시 D젠더특보의 경우는 어떨까.


우선 공무상비밀누설죄가 적용될 수 있는 자격은 충족한다. 서울시 젠더정책 특별보좌관 직위는 지방전문임기제 3급에 해당한다. D젠더특보는 사건 당시 공무원 신분이었다.


'직무상 알게 된 정보'라는 점도 조금 더 명확하다. 젠더특보의 역할은 서울시 젠더정책 관련 이슈를 자문하는 역할이다.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과 관련 있는 직무로 볼 수 있다. C의원이 D젠더특보에게 연락을 취한 것도 그가 해당 직무를 담당하고 있어서였다.


그런데도 D젠더특보가 공무상비밀누설죄 적용을 피할 수 있던 이유는 어디에 있었을까. 검찰은 D젠더특보가 고소 사실과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시장이 D젠더특보를 통해 최초로 정보를 접한 시점은 피해자가 고소장을 접수하기 전"이라는 점을 들었다. 여기에 D젠더특보 역시 직무 수행 중 알게 된 것이 아닌, 기본적으로 사적 네트워크를 통해 얻은 정보라고 봤다.


결국 5개월에 걸친 수사 끝에 남은 것은 "누군가 피소 사실을 유출했다, 그러나 처벌할 수 없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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