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권도형, 미국서 징역 15년…절반만 살고 오면 한국선 '가석방' 자격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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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루나' 권도형, 미국서 징역 15년…절반만 살고 오면 한국선 '가석방' 자격 얻는다

2025. 12. 12 12:06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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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6개월 뒤 한국행 가능성 열려

한국 추가 처벌은 실익 없어 감경 예상

권도형(34) 테라폼랩스 설립자 모습. /연합뉴스

"세대를 초월한 사기(fraud for the ages)."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의 폴 엥겔마이어 판사는 가상화폐 '테라·루나' 사태의 주범 권도형(34)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며 이같이 일갈했다.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400억 달러(약 59조 원)라는 천문학적 피해를 안긴 지 약 2년 7개월 만에 내려진 법의 심판이다.


이번 판결에서 흥미로운 점은 법원이 검찰이 요청한 형량보다 더 무거운 벌을 내렸다는 사실이다. 권 씨는 최대 135년형을 피하기 위해 일부 혐의는 유죄를 인정하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재판부는 그보다 엄중한 잣대를 들이댔다. 또한 권 씨가 그토록 원하던 한국행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권도형 판결의 법적 쟁점과 향후 시나리오를 3가지 포인트로 분석했다.


① 검찰은 12년 불렀는데, 판사는 왜 15년 때렸나

권도형은 당초 증권사기, 시세조종 공모 등 총 9개 혐의로 기소됐다. 만약 재판 끝에 모든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다면 최대 징역 135년형까지 가능한 상황이었다.


이에 권 씨 측은 '플리 바겐(Plea Bargain)' 카드를 꺼냈다. 지난 8월, 돌연 무죄 주장을 철회하고 사기 공모 등 2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는 대신 형량을 줄이기로 미 검찰과 합의한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미국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엥겔마이어 판사는 구형량보다 3년 더 많은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미국 연방법원은 검찰의 구형량에 구속되지 않고 독자적인 양형 재량권을 갖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검찰의 합의안보다 더 엄한 처벌을 내린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피해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 판사는 "권 씨의 범죄로 사람들이 400억 달러(약 59조 원)를 잃었다"고 명시했다. 재산범죄 양형에서 가장 중요한 이득액 규모가 천문학적이라는 점이 반영된 것이다.


둘째, 기만행위의 치밀함이다. 권 씨는 테라와 루나가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으로 가치가 유지된다고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제3의 트레이딩 업체를 동원해 비밀리에 가격을 조작했다. 재판부는 이를 두고 "투자자들에게 신비로운 영향력을 행사해 파멸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셋째, 시장 파급력이다. 이 사태로 인해 3AC, FTX 등 글로벌 가상화폐 기업들이 줄줄이 파산하는 등 금융 시장 전체에 '암호화폐 한파'를 몰고 온 점도 가중 처벌 원인이 됐다.


② 7년 6개월 뒤엔 한국 감옥으로? 잔여 형기는

권도형은 이번 재판 과정에서 "한국에서 복역하게 해달라"고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일단은 미국 교도소에서 수형 생활을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행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미 법무부는 플리 바겐 조건으로 "권 씨가 최종 형량의 절반을 복역하면, 국제수감자이송 프로그램 신청을 반대하지 않겠다"고 합의했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 사이에는 수형자이송조약이 체결되어 있다. 따라서 권 씨가 15년 형의 절반인 7년 6개월을 미국에서 복역한 뒤 본인이 원한다면 한국으로 이송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한국에 오면 어떻게 될까. 국제수형자이송법에 따라 한국은 미국에서 선고된 형을 그대로 이어받아 집행하게 된다. 즉, 남은 7년 6개월의 형기를 한국 교도소에서 마저 살게 되는 셈이다.


여기서 한 가지 변수가 있다. 바로 '가석방'이다. 한국 형법상 유기징역은 형기의 3분의 1을 채우면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된다. 권 씨가 미국에서 7년 6개월을 살고 온다면, 이미 전체 형량의 절반을 채운 상태이므로 한국 도착 즉시 가석방 요건(5년 이상 복역)을 충족하게 된다. 이론적으로는 한국에 오자마자, 혹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회로 나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


③ 한국에도 걸려있는 사기 혐의, 또 처벌받을까

권도형은 미국 재판과 별개로, 한국에서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배임)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15년 형을 살고 나온 뒤, 한국에서 또 재판 받고 처벌받을 수 있을까.


원칙적으로 한국 형법은 속인주의를 따르므로, 한국인이 외국에서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도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실효성의 문제가 남는다. 우리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이중처벌금지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비록 국제적인 판결에 대해 이중처벌 금지가 기계적으로 적용되지는 않더라도, 실무상으로는 "미국에서 이미 죗값을 치렀다"는 점이 강력하게 참작될 가능성이 높다.


법률 전문가들은 한국 검찰이 동일한 범죄 사실에 대해 다시 기소하는 것은 실익이 크지 않다고 보고 '기소유예' 처분을 하거나, 기소하더라도 법원이 미국에서의 복역 사실을 고려해 형을 대폭 감경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미국 재판에서 다뤄지지 않은 한국 피해자들만의 특수한 사기 행위가 별도로 입증된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한국 법정에서 추가적인 단죄가 이뤄질 여지도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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