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혈귀도 상해죄?" 오리 변호사, 엉뚱한 질문에 법전 펼쳤다
"흡혈귀도 상해죄?" 오리 변호사, 엉뚱한 질문에 법전 펼쳤다
오리 약사·참새 변리사 등장
딱딱한 전문지식, 귀여운 만화로 풀어내 MZ세대 '열광'

<꽉 변호사> 유튜브 채널에 게시된 '인주 대신 쌈장 써도 돼요?' 영상. /꽉 변호사 유튜브 캡처
중절모를 쓴 참새가 묻는다. "흡혈귀가 허락받고 피를 빨면 상해죄인가요?" 넥타이를 맨 오리 변호사는 잠시 당황하더니 이내 진지하게 법전을 편다. 이는 최근 구독자 4만 명을 넘기며 인기를 끄는 유튜브 채널 '꽉 변호사'의 한 장면이다.
법률·의료와 같은 딱딱한 전문 지식을 귀여운 동물 캐릭터를 내세워 알기 쉽게 풀어내는 SNS 채널들이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얼굴과 경력을 내세우기보다, 만화와 같은 친근한 도구로 대중과의 소통에 나서는 모습이다.
오리 변호사, '쌈장 인주'도 법적으로 분석
지난 4월 처음 등장해 두 달 만에 누적 조회수 380만 회를 돌파한 '꽉 변호사' 채널이 대표적이다. 참새 의뢰인이 엉뚱한 질문을 던지면 오리 변호사가 차분히 법률 지식을 설명해주는 '만담' 형식이다.
'인주 대신 쌈장을 써도 되나요'라는 영상은 이 채널의 정체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꽉 변호사는 "인감증명법상 인주나 잉크의 종류가 정해져 있지 않아 (쌈장도) 가능하다"면서도 "다만 인감 위조 여부를 다툴 때 인주가 아닌 다른 것으로 찍힌 상태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고 명쾌하게 설명한다.
실제로 우리 법원은 인감증명서에 나타난 인영(도장을 찍은 모양)과의 대조를 통해 본인 여부를 추정한다(서울고등법원 2013나2011391 판결). 변질되기 쉬운 쌈장을 썼다간 인영의 동일성을 입증하기 어려워 법적 분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채널 운영자인 현직 김모 변호사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전문직 유튜브가 고객 유인을 위해 민감한 이슈를 다뤄 시청자의 피로감을 유발한다고 생각해 의식적으로 피하는 편"이라며 "남을 비난하지 않으면서 재밌다는 평을 들을 때 뿌듯하다"고 밝혔다.
약사·변리사도 '동물농장' 합류…수백만 조회수 기록

이런 흐름은 법조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구독자 28만 명, 누적 조회수 8천만 회를 기록한 '동공이 약사'는 이 분야의 스타다. 아기 오리 '알덕이'와 약사 '동공이'의 대화를 통해 의약 정보를 전달한다. "제로음료는 몸에 나쁘냐"는 질문에 화학적 원리를 설명하다가도 "무슨무슨톨로 끝나는 것 빼면 먹어도 된다"고 간결하게 정리하는 식이다.
'창작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만화를 그리는 변리사도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10만 팔로워를 보유한 김형준 변리사는 영화 '위플래쉬'와 동명의 에스파 노래를 예로 들며 "저작권은 제목이 아닌 아이디어나 감정이 표현된 창작물 자체를 보호한다"고 설명한다. 저작권법의 핵심인 '아이디어-표현 이분법'을 명확히 짚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