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계부에게 성폭행 당했는데…과거 출산 숨겼다고 사기결혼 소송 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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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계부에게 성폭행 당했는데…과거 출산 숨겼다고 사기결혼 소송 당했습니다"

2025. 09. 23 09:39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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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들 "성폭행 피해로 인한 출산, 고지 의무 없어"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남편의 계부에게 두 번이나 성폭행을 당한 이주여성이, 과거 출산 사실을 숨겼다는 이유로 혼인 취소 소송을 당했다. 끔찍한 상처를 딛고 한국에서 새로운 삶을 꿈꿨지만, 그녀를 기다린 것은 또 다른 폭력과 법적 분쟁이었다.


베트남 출신인 사연자 A씨의 삶는 열 살 무렵, 한 남성에게 납치돼 성폭행을 당했고 원치 않는 임신으로 아들을 낳았다. 가해자는 아이를 데려간 뒤에도 종종 친정에 찾아와 돈을 요구하며 그녀를 괴롭혔다. A씨는 고통을 피해 집을 떠나야만 했다.


이후 결혼중개업소를 통해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A씨는 중개업소의 "결혼한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솔직하게 "없다"고 답했다. 업체는 출산 경험을 묻지 않았고, 그녀 역시 끔찍했던 과거를 먼저 꺼내고 싶지 않았다.


남편과 한국으로 와 시어머니, 남편의 계부와 함께 살며 결혼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행복은 길지 않았다. 결혼 1년 뒤, 함께 살던 계부가 A씨를 성폭행했다. 남편에게 사실을 알렸지만, 그는 아내를 보호하기는커녕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A씨는 가해자와 한집에서 살며 한 차례 더 끔찍한 일을 당해야 했다.


결국 A씨가 직접 경찰에 계부를 신고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남편은 아내가 베트남에서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남편은 "사기 결혼을 당했다"며 불같이 화를 냈고, 혼인 취소와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출산 사실 숨기면 무조건 사기결혼 될까

23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출연한 홍수현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단순히 출산 경력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해서 바로 혼인 취소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우리 법(민법 제816조 제3호)은 사기로 인해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경우 혼인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과거 출산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이 사기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다.


홍수현 변호사는 "대법원은 출산 경력을 알리지 않은 것이 무조건 고지 의무 위반은 아니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특히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아동 성폭력 범죄 피해를 당해 출산했고, 자녀와 관계가 단절된 경우라면 이는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 비밀의 본질적 부분"이라는 것이다.


법원은 ▲출산 경위 ▲자녀의 생존 및 양육 책임 여부 ▲적극적으로 사실을 숨겼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 변호사는 "사회통념상 당사자에게 고지를 기대하기 어렵거나, 고지하지 않은 것을 신의성실 의무에 비춰 비난하기 어려운 경우 사기로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사연자의 경우 성폭행 피해로 인한 출산이었기에 혼인 취소 사유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소송 결과에 따라 한국 체류 자격도 위태

남편이 제기한 소송은 A씨의 체류 자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A씨는 결혼이민(F-6) 비자로 한국에 머물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혼인이 취소되거나 이혼하게 되면 비자 연장이 어려워질 수 있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출입국관리법은 자신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정상적인 혼인 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때 체류 자격 연장을 허용하고 있다.


홍 변호사는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이 남편에게 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대법원은 혼인 파탄의 주된 귀책 사유가 한국인 배우자에게 있는 경우, 외국인 배우자의 체류 자격 연장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A씨의 경우, 남편이 계부의 성폭행 사실을 알고도 아내를 보호하지 않고 방치한 것은 명백한 귀책 사유에 해당한다. 홍 변호사는 "남편을 상대로 이혼 반소(맞소송)를 제기해 혼인 파탄의 책임이 남편에게 있다는 판결을 받아두는 것이 체류 자격 유지를 위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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