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 20만원' 송금 알바했는데, 3일 만에 6700만원 보이스피싱 공범?
'일당 20만원' 송금 알바했는데, 3일 만에 6700만원 보이스피싱 공범?
100만원씩 모이면 업자에게 보내주는 알바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불법 사금융업체를 이용하던 A씨는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채무자들의 상환금을 이체·송금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면 일당 20만원을 주고 대출 연장비도 빼주겠다는 것이었다.
A씨는 정상적인 업무라고 생각해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3일간 약 6,700만원을 업자에게 송금한 뒤 자신의 계좌가 금융사기 계좌로 신고됐고, 곧이어 경찰로부터 연락까지 받았다.
단순한 아르바이트로 생각했는데, A씨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범죄의 공범이 된 걸까?
'통장 정지될 수도 있다'…위험 고지받고도 알바 시작
A씨는 대출금이 많아 상환일이 다가오던 차에 자신이 이용하던 불법 사금융업자로부터 아르바이트를 제안받았다. 채무자들이 갚는 돈을 A씨 계좌로 받고, 100만~200만원씩 모이면 업자에게 보내주는 일이었다.
일당은 20만원으로, 입금된 돈에서 A씨가 직접 가져가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3일간 일하며 업자에게 보낸 돈은 총 6,700만원대에 달했다.
문제는 일을 시작하기 전 업자로부터 들었던 경고였다. 업자는 "리스크로 2주~3개월 통장이 갑자기 지급정지 될 수 있다"고 설명했고, A씨는 이를 알고도 일을 시작했다.
결국 A씨의 계좌는 금융사기 계좌로 신고됐고, A씨는 대출 상환 후 계좌를 해지하고 업자를 차단했다. 그러나 얼마 뒤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게 됐다.
'범죄인 줄 알았나'가 쟁점…'계좌 정지' 경고가 불리한 이유
변호사들은 A씨가 사기방조 등 혐의로 형사 처벌을 받을 위험이 매우 높다고 진단했다. 핵심은 A씨가 '범죄일 가능성'을 알면서도 일을 했는지, 즉 미필적 고의가 있었는지다.
특히 다수의 변호사들은 A씨가 사전에 '계좌 지급정지' 가능성을 들었다는 점이 매우 불리한 정황이라고 지적했다.
법률사무소 유 (唯) 박성현 변호사는 "업자가 '통장이 지급정지될 수 있다'고 사전에 설명했음에도 이를 인지한 상태에서 일을 진행한 정황은, 수사기관에서 ‘범죄 자금일 가능성을 알면서도 용인했다’는 미필적 고의의 결정적 증거로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클로저 법률사무소 이태준 변호사도 "사전에 '계좌가 지급정지될 수 있다'는 설명까지 들었다는 점 때문에 경찰은 단순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불법사금융 또는 금융범죄에 대한 인식이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확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법적으로 사기방조죄는 구체적인 범행 내용을 몰랐더라도 범죄 가능성을 인식하면서 그 실행을 용이하게 했다면 성립할 수 있다.
'정상 업무로 믿었다' 주장, 통할까?
반면 A씨에게 유리한 정황도 있다. 변호사들은 업자가 먼저 일을 제안한 점, 짧은 기간 일하고 범죄 연루 사실을 안 뒤 즉시 중단한 점 등은 고의가 없었음을 주장할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법무법인 태강 정윤 변호사는 "업자가 먼저 일을 제안했고 ‘채무자의 연장·상환금 처리’라고 설명한 대화가 남아 있으며, 금융사기 신고 사실을 안 뒤 즉시 일을 중단하고 업자를 차단했다면 처음부터 금융사기 범행을 알고 가담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명륜 오지영 변호사 역시 "스스로 계좌를 해지하고 업자를 차단하며 관계를 끊은 점은 범행 가담 정도가 경미하고 즉시 이탈했음을 보여주는 유리한 정황"이라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