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성추행한 할아버지⋯사과받으면 '처벌불원서' 꼭 써줘야 할까요?
날 성추행한 할아버지⋯사과받으면 '처벌불원서' 꼭 써줘야 할까요?
수영장에서 동네 할아버지에 성추행 당해 신고
"딸 같아서 그랬다" 라더니⋯ 경찰에 "사과하고 싶다"
변호사 3명이 알려주는 '처벌불원서' 원하는 가해자 대처 방법

학생인 A씨는 동네 수영장에 다니던 중 이곳 회원인 할아버지 B씨에게 여러 차례 성추행을 당했다. 경찰에 신고했더니 B씨는 "사과하겠다"며 처벌불원서 이야기를 꺼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동네 수영장에서 할아버지에게 성추행당했어요"
학생인 A씨는 동네 수영장에 다니던 중 이곳 회원인 할아버지 B씨에게 여러 차례 성추행을 당했다. B씨는 A씨에게 말을 걸면서 지속적으로 어깨와 팔을 만졌다. B씨는 “야! 너 나 누군지 알지?”라고 노려보면서 위협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B씨는 수영을 하고 있던 A씨의 엉덩이와 허리 부분을 만졌다. 수영 선생님도 이를 목격했다. 결국 A씨는 B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B씨는 처음에 "A가 예뻐서, 딸 같아서 그랬다"며 적반하장으로 나왔지만 얼마 후 경찰을 통해 사과 전화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경찰은 B씨가 교회 목사고 치매기가 있다고 하면서 처벌불원서(處罰不願書) 이야기를 꺼냈다.
A씨는 잘못을 부정하던 B씨가 갑자기 행동을 바꿔 사과를 하겠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만약 사과를 받으면 합의를 한 것으로 인정되는지, 꼭 처벌불원서를 써줘야 하는지 궁금하다.
이럴 경우 A씨는 어떻게 해야 할까. 변호사의 자문을 구해봤다.
경찰이 말한 '처벌불원서'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표시다. 변호사들은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다면 가해자가 사과했다고 한다고 해서 처벌불원서를 쓸 의무는 없다”고 말한다. 즉 사과만 받고 처벌불원서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PH 법률사무소의 박중광 변호사는 “합의란 일반적으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소정의 피해보상금을 주고 피해자는 수사기관에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 표시”라며 “처벌불원서를 쓰는 것은 합의를 해주는 것과 동의어며 어디까지나 피해자의 자유의사에 달려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승우의 변형관 변호사는 “상대방은 단순한 사과로 사건을 무마시키려는 듯한 모습”이라며 “피해받은 상황이 있는데 합의금도 없이 불성실하게 대응하는 상대측에 서둘러 합의를 할 필요는 없어보인다”고 했다.
법무법인 서울의 이윤희 변호사도 “잘 모르는 학생을 대상으로 합의서를 받아내려고 하는 듯하다”며 “꼭 써주지 않아도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처벌불원서는 피해자의 의사에 달려 있으며 양형 고려 사유가 돼 형이 가벼워진다는 의미다. 따라서 A씨에겐 처벌불원서를 써야 할 의무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