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9999만원 바가지 요금에 무기력한 법⋯꼼수 대신 상생 택한 동해 숙박업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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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9999만원 바가지 요금에 무기력한 법⋯꼼수 대신 상생 택한 동해 숙박업소들

2026. 07. 31 10:01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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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영업정지' 강수에도 요금 상한선 없어 법적 제재 '구멍'

강원도 동해시, 비수기 요금 2배 이하로 제한하는 '요금 피크제' 도입

관내 숙소 절반 자발적 참여

휴가철 숙박요금 바가지 논란 속에서 강원 동해시가 비수기 요금의 최대 2배까지만 받는 자율 요금 피크제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동해 망상해수욕장 모습. /연합뉴스

휴가철 '하룻밤 9,999만 원'이라는 황당한 숙박 요금표 앞에서도 법은 무기력했지만, 지자체와 상인들이 손잡고 만든 자율 규제가 바가지 요금을 잡았다.


최근 서울 북촌 한옥마을의 한 숙소가 1박 최고 요금을 9,999만 원으로 명시해 논란이 일었다. 이는 숙박업계의 기형적인 요금 책정 구조와 이를 규제하지 못하는 현행법의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정부는 휴가철 바가지 요금을 근절하겠다며, 당장 오는 8월 4일부터 숙박 요금표를 게시하지 않거나 표시된 금액보다 더 높게 받는 업소에 대해 첫 적발만으로 영업 정지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법의 허점 찌른 '9,999만 원' 꼼수


31일 방송된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따르면, 문제는 법률적 허점에 있다. 현행 규제는 표시된 금액보다 '더 많이' 받을 때만 제재할 수 있을 뿐, 숙박 요금 자체에 대한 상한선 규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업소가 9,999만 원처럼 비상식적으로 높은 상한선을 미리 표시해두고 실제로는 그보다 적은 금액을 결제받는다면, 법망을 완벽하게 빗겨 갈 수 있다.


단속과 처벌 수위를 대폭 높였다는 정부 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합법적인 꼼수가 통용되는 셈이다.


비수기 요금의 딱 '2배'까지만⋯동해시의 실험


이러한 법적 한계 속에서 주목받는 곳이 있다. 유일하게 지자체 차원의 요금 상한선을 운영 중인 강원도 동해시다.


동해시는 7~8월 성수기 동안 '피서철 숙박 요금 피크제'를 시행하고 있다. 성수기 요금의 상한선을 비수기 평소 요금의 최대 2배까지만 받도록 정해놓고 사전 신고를 의무화한 것이다.


가령 비수기에 4만 원을 받는 모텔은 8만 원까지만, 35만 원을 받는 호텔은 70만 원까지만 요금을 올릴 수 있다.


동해시 홈페이지에는 이 제도에 동참한 관내 숙박업소 88곳의 명단과 가격이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다. 관내 숙소의 절반 이상이 참여한 것이다.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측이 무작위로 20여 곳을 점검한 결과, 참여 업소 중 홈페이지에 게시된 금액보다 더 높은 요금을 요구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업주들 "바가지 씌우면 결국 동해안 안 와"


높은 참여율을 끌어낸 동력은 거창한 지원금이 아니었다. 동해시가 업소에 제공한 것은 설문조사를 거쳐 선정한 위생용품(화장지), 로고가 들어간 발판 매트, 벽걸이 소화기 정도가 전부였다. 진짜 이유는 상인들의 장기적인 안목에 있었다.


바다와 맞닿은 곳에서 숙소를 운영하는 한 업주는 방송 인터뷰를 통해 "돈을 한꺼번에 너무 많이 쓰고 가면 그다음엔 거기 안 가고 싶지 않으냐"며 "그냥 다들 즐겁게 살다가 가는 게 더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연휴 기간에 요금을 오히려 내린 업소도 있었으며, 동해안의 바가지 이미지를 쇄신하고자 자발적으로 동참한 상인들도 적지 않았다.


다만 이면에는 영세 업주들의 현실적인 생존 문제도 얽혀있다.


시설 노후화로 평소 제값을 받지 못하는 일부 업주들은 "성수기에라도 받아야 먹고살 수 있다"며 "평소 품질 유지를 할 수 있는 지원이 전무하니까 성수기에 비싼 요금을 받을 수밖에 없는 심정"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성수기 수입에만 1년을 의존해야 하는 영세 숙박업계의 구조적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고민도 함께 뒤따라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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