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법을 다시 생각한다(4)] 유명 가수 노래 따라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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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법을 다시 생각한다(4)] 유명 가수 노래 따라 하기

2020. 10. 16 11:34 작성
정진섭 변호사의 썸네일 이미지
jsjung@soul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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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물의 '공정 이용'에서 빠뜨릴 수 없는 법원 판결 하나

우리나라에서 저작물의 공정 이용을 논의할 때 빠뜨릴 수 없는 법원 판결이 있다. '손담비 따라 하기 동영상' 사건이다. 이 판결이 없었다면, 어쩌면 미스터트롯의 정동원 같은 가수는 등장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손담비⋅정동원 인스타그램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사용하여 새로운 창작물을 제작한 뒤 일반에 공개하는 경우, 한 사람이 누리고 있는 표현의 자유 및 문화·예술의 자유라는 기본권과 또 다른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저작권(재산권+인격권)'이라는 기본권이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러한 충돌을 조화롭게 해결하기 위하여 '기본권 제한'이라는 문제가 등장합니다.


우리 헌법에서는 일반규정으로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 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제37조 제2항)라고 명시하고 있고, 재산권에 대하여는 좀 더 구체적으로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하며,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제23조 제1, 2항)라는 제한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헌법정신을 바탕으로 현행 저작권법은 문화향상과 문화산업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입법 취지로 제정되었습니다. 동 법에서는 헌법상의 기본권을 더욱 구체화하여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을 보호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동시에, 학교 수업목적 등 저작재산권 제한사유(제23조 내지 제35조)에 대하여도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상반된 이해관계 부분이 '저작재산권 행사'와 '공정이용(fair use)'의 원칙이며, 현재까지도 저작권법 해석상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저작물의 공정 이용을 논의할 때 빠뜨릴 수 없는 법원 판결이 있습니다. 10년 전 서울남부지법에서 선고된 '유명 가수 손담비 따라하기 동영상' 사건입니다(2010.2.18.선고 2009가합18800판결). 이 사건은 어느 블로거(원고)의 다섯 살 난 딸이 손담비의 '미쳤어'라는 노래를 따라 부른 59초짜리 동영상을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다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요청으로 게시물이 삭제당하게 되자 한국음악저작권협회(피고)를 상대로 저작권침해가 아니라는 확인 소송을 제기했던 건입니다, 동 재판에서는 저작권법 제28조에 규정된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이라는 이유로 원고승소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원고는 게시물 삭제로 인해 일정 기간 권리행사를 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 위자료 20만원의 배상까지 받아냈습니다.


그 판시요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어떠한 경우에 저작재산권이 제한될 수 있는지를 모두 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불가능하므로, 우리 저작권법상의 제한 규정에서도 불가피하게 추상적 개념들이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추상적 개념들을 구체적인 사안에서 해석함에 있어서는 우리 헌법의 이념, 저작권법의 목적 및 입법 취지를 고려하여 당사자들의 충돌하는 기본권 사이에 세밀한 이익형량과 상위규범과의 조화로운 해석이 요구된다."


#2- "인용의 '정당한 범위'는 인용 저작물의 표현 형식상 피인용저작물이 보족, 부연, 예증, 참고자료 등으로 이용되어 인용저작물에 대하여 부종적 성질을 가지는 관계(즉 인용저작물이 주이고, 피인용저작물이 종인 관계)에 있다고 인정되어야 하고, 나아가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한 것인지 여부는, 인용의 목적, 저작물의 성질, 인용된 내용과 분량, 피인용저작물을 수록한 방법과 형태, 독자의 일반적 관념, 원저작물에 대한 수요를 대체하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이 사건은 아직 저작권단체에서 공정이용 개념에 대한 저항감이 크던 시절에 발생하여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본 사건에 대하여 재판부는 헌법과 저작권법의 관계에 주목하여 포괄적인 공정 이용의 조건을 상세하게 제시하였고, 그 고민의 흔적을 판결 이유에 남겨 주었다는 점에서 시대를 앞선 판결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당시는 현행 저작권법 제35조의5에 규정된 포괄적 공정 이용 조항이 아직 입법되기 이전이었습니다. 그래서 원고는 저작권법 제28조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조항을 들면서, 자유와 개방성이 특징인 인터넷 공간에서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가 각종 규제로 인해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리고 일반 대중들이 일상적으로 행하고 있는 유명가수의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흉내 내는 행위까지 저작권침해를 이유로 게시물 삭제를 한 것은 인류 역사 수천 년 동안 되풀이되어 온 '공정한 관행'을 무시한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원고의 이러한 주장에 대하여 재판부는 위 동영상은 음악 저작물을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이유로 저작권 침해의 책임을 부정하였습니다.


이 판결에서 기존의 저작권 제한 규정에 관하여 헌법적 관점에서 근본적인 해석을 시도한 노력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면서 사회여론이 비등해졌고, 결국 이듬해인 2011년 12월 저작권법 개정으로 포괄적 공정 이용 조항을 신설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만일 당시 판결이 원고 패소로 내려졌다면, 지금과 같은 인터넷 사용행태나 저작권 문화가 크게 달라졌을 것입니다. 어쩌면 미스터트롯 정동원 군처럼 똑똑한 소년 가수가 등장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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