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밀리면 강제퇴거 특약 작성했어도…원천 무효인 이유
월세 밀리면 강제퇴거 특약 작성했어도…원천 무효인 이유
'3일 연체 시 강제 퇴거' 특약에 '밀리면 나가겠다' 녹취까지
임대인 실력행사에 법적 대응 가능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최근 실직으로 월세 납부에 어려움을 겪게 된 A씨. 보증금 50만원에 월세 40만원대인 집에 살고 있는 그는 과거 월세가 밀렸을 때 집주인이 현관문 비밀번호를 무단으로 바꿨던 기억에 불안에 떨었다.
과거 몇 차례 연체 당시, 집주인은 월세를 완납해야만 바뀐 비밀번호를 알려줬다. A씨는 다시 연체하면 즉시 퇴거하겠다는 내용의 녹취까지 남겼다. 계약서엔 '3일 연체 시 강제퇴거'라는 특약도 있다.
사정은 딱하지만 월세 연체는 A씨의 잘못이 맞다. 하지만 하루 이틀 늦는다고 정말 집에서 쫓겨날 수 있을까? 집주인이 마음대로 비밀번호를 바꾸는 건 정당한 권리 행사일까?
"하루만 늦어도 퇴거" 약속, 법적 효력 없다
월세를 단기 연체했다는 이유만으로 A씨를 강제 퇴거시킬 수 없다. '하루만 늦어도 퇴거'라는 녹취나 '3일 연체 시 퇴거'라는 특약은 법적 효력이 없기 때문이다.
변호사들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임대인의 계약 해지권을 엄격하게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하려면 임차인이 '2기의 차임액'에 달하는 금액을 연체해야 한다.
모두로 법률사무소의 한대섭 변호사는 "월세가 43만원이라면 연체 총액이 86만원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임대인에게 계약 해지 권한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루 연체 시 퇴거' 같은 특약과 녹취는 강행법규 위반으로 원천적으로 무효"라며 "임차인이 어쩔 수 없이 동의했더라도 법은 그 약속의 효력을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짚었다.
HB & Partners의 이충호 변호사 역시 "단기 연체를 이유로 강제 퇴거를 명시한 특약이나 녹취 합의는 임차인에게 불리한 약정이므로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0조(강행규정)에 따라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월세 밀렸다고 비밀번호 바꾸면 '명백한 불법'
임대인이 월세 연체를 이유로 현관문 비밀번호를 무단으로 바꾸는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다.
변호사들은 임차인이 월세를 냈든 안 냈든, 임대차 계약을 통해 해당 주택을 독점적이고 평온하게 사용할 권리를 가진다고 지적했다. 임대인이 적법한 절차 없이 임의로 임차인의 출입을 막는 것은 이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다.
법무법인 창세 김정묵 변호사는 "임대인이 임차인 동의 없이 비밀번호를 임의로 변경해 점유를 방해하는 행위는 '자력구제'에 해당해 불법"이라며 "주거침입이나 주거의 평온을 해하는 위법행위로 평가될 수 있고 손해배상 책임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대섭 변호사는 임대인의 행위가 형사상 권리행사방해죄나 재물손괴죄에 해당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법무법인 심의 심준섭 변호사도 "월세가 연체되더라도 적법한 절차 없이 임의로 출입을 제한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법적으로 임대인이 임차인을 내보내려면 계약해지 사유(2기분 월세 연체)가 발생한 뒤 '명도소송'을 제기해 승소 판결을 받고, 법원 집행관을 통해 강제집행을 해야만 한다.
이충호 변호사는 "임대인이 또다시 비밀번호 변경 등 실력 행사를 할 경우, 즉시 경찰에 신고하여 도움을 요청하고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