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아닌 그 남자"⋯'대구 캐리어 시신 유기' 재판서 아내가 폭로한 참혹한 그날
"남편 아닌 그 남자"⋯'대구 캐리어 시신 유기' 재판서 아내가 폭로한 참혹한 그날
시신 유기 가담했던 아내, '강요된 행위' 인정돼 불기소 처분
법정 선 아내 "의식 흐려진 엄마 화장실로 끌고 가 폭행" 증언

CCTV 영상에 포착된 캐리어 끌고 가는 피의자들 모습. /연합뉴스
10시간이 넘는 무차별 폭행으로 장모를 숨지게 한 이른바 '대구 캐리어 시신 유기' 사건 재판에서, 피고인의 살인 고의성을 입증할 참혹한 법정 증언이 나왔다.
지난 3월 대구 신천에서 여행용 캐리어에 담긴 50대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다. 범인은 피해자의 사위인 조재복이었다.
조씨는 장모를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기소 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당초 범행 현장에 함께 있었던 조씨의 아내이자 피해자의 딸인 A씨 역시 사체 유기 혐의로 구속돼 수사를 받았으나, 최종적으로 무혐의 풀려났다.
14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 출연한 로엘 법무법인 김강호 변호사는 "검찰이 아내를 단순한 공범이 아니라 오랜 기간 가정폭력과 지배를 받아온 피해자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홈캠 영상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견 등을 종합한 결과, 남편의 지배 아래 사실상 저항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벌어진 형법상 '강요된 행위'로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죽일 줄 몰랐다"는 사위, 12시간의 폭행은 '미필적 고의'를 가리킨다
지난 2일 열린 공판에서는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피해자인 아내 A씨가 증인석에 앉았다. A씨의 사생활과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재판부 판단하에 증인신문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조씨의 '살인의 고의성' 여부다. 조씨는 줄곧 "죽일 생각은 없었다", "사망할 줄은 몰랐다"며 살인의 고의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A씨의 증언은 달랐다. A씨는 남편 조씨가 어머니를 "평소보다 훨씬 심하게 수천 번 때렸다"며 "혼자 걷지 못하고 의식이 흐려진 이후에도 화장실로 끌고 가 다시 폭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강호 변호사는 이 증언이 양형과 혐의 입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했다.
김 변호사는 "부검 결과 확인된 다발성 골절, 10~12시간 이어진 폭행, 상태 악화에도 폭행을 지속한 점, 구조 노력 없이 시신을 유기한 정황을 종합하면 법원은 최소한 사망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폭행을 계속한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지적했다.
존속살해 혐의가 인정될 경우 매우 중한 형이 선고될 것이란 예측이다.
"무기징역 받았으면"… 옥중 남편과 이혼하는 법
오랜 기간 가정폭력과 경제적 통제에 시달려 온 A씨는 법정에서 남편 조씨를 남편이 아닌 "남자"라고 지칭했다. 이어 "무기징역을 받았으면 좋겠다", "빨리 이혼하고 싶다"며 재판부에 엄벌을 호소했다.
현재 두 사람은 법률상 부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조씨가 중범죄로 구속돼 수감 중인 상태에서 A씨 바람대로 이혼은 가능할까.
김강호 변호사는 "형사재판과 이혼 소송은 서로 별개 절차"라며 이혼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피고인이 구속돼 있어 현실적인 협의이혼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재판상 이혼을 청구하면 된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아도 법원이 혼인 관계를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이혼을 인정할 수 있다"며 "피고인이 구속 중이라 직접 연락하기 어렵더라도 소장은 교정시설을 통해 송달할 수 있고 소송도 정상적으로 진행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