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내 DNA 없으니 삽입 아니다?" 모텔 종업원의 위험한 변명, 법원의 반전 판결
"체내 DNA 없으니 삽입 아니다?" 모텔 종업원의 위험한 변명, 법원의 반전 판결
피해자 "성기 안으로 들어왔다" vs 가해자 "겉만 만졌다" 엇갈린 진술
법원 "DNA 불검출이 범행 부재 증명 못해"
1심 7년에서 4년으로 감형된 이유는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모텔 종업원이 만취해 잠든 투숙객의 방에 몰래 들어가 성범죄를 저질렀다. 가해자는 피해자의 신체를 만진 사실은 인정했으나, 성기 내부로 손가락을 넣는 '유사강간'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히 부인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피해자의 체내에서 가해자의 DNA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점이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듯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과학적 증거의 공백보다 피해자가 느낀 감각과 진술의 구체성에 더 큰 무게를 둔 것이다. 수원고등법원 제1형사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주거침입준유사강간)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한밤중 객실의 불청객, 엇갈린 그날의 기억
사건은 A씨가 근무하던 모텔에서 발생했다. 종업원이었던 A씨는 투숙객인 피해자가 술에 만취해 혼자 잠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이를 이용해 피해자가 투숙 중인 객실에 몰래 침입했다. 무방비 상태로 잠든 피해자에게 접근한 A씨는 성적인 가해 행위를 저질렀다.
피해자는 잠결에 자신의 성기 안으로 무언가 들어오는 느낌을 받고 반사적으로 일어났다.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는 "성기에 굵직한 게 들어왔다고 느꼈다"며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했고, 어느 부위까지 들어왔는지 묻는 질문에 직접 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내부 침입이 있었음을 명확히 했다.
반면 A씨의 주장은 달랐다. 그는 피해자의 방에 들어가 성기를 손으로 만진 사실 자체는 인정했지만, 손가락을 성기 안쪽으로 삽입한 사실은 없다고 맞섰다. 혐의의 핵심인 '유사강간'의 성립 여부를 두고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선 것이다.
"질 내부 DNA 불검출" 과학적 증거의 맹점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유전자 감정 결과를 핵심 방어 논리로 내세웠다. 감정 결과, 피해자의 외음부에서는 A씨의 DNA가 검출되었으나, 질과 자궁경부 등 신체 내부에서는 DNA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 측은 이를 근거로 "내부 삽입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통상적으로 DNA 증거는 범죄 입증의 '스모킹 건'으로 여겨지지만, 이번 사건에서 재판부는 과학적 증거의 한계를 지적했다. 재판부는 "손가락이 접촉된 시간, 삽입 방향과 빈도, 채취 방식 등에 따라 DNA 검출에 필요한 정도의 세포가 남아있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DNA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손가락 삽입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에 주목했다. 피해자가 술에 취해 잠든 상태였음에도 신체 내부로 손가락이 들어오는 느낌에 즉각 반응하여 깨어난 점, 성기를 만지는 것과 내부에 삽입하는 것을 명확히 구분하여 진술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했다. 결국 법원은 A씨가 피해자의 성기 내부에 손가락을 삽입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1심 징역 7년, 항소심에서 4년으로 줄어든 결정적 이유
1심 재판부는 A씨의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해 징역 7년이라는 중형을 선고했다. 모텔 종업원이라는 지위를 악용해 투숙객의 주거 평온을 해치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는 이유에서였다. A씨는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검찰은 형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며 쌍방이 항소하지는 않았고 피고인만 항소했다.
항소심인 수원고등법원은 A씨의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형량을 징역 4년으로 대폭 낮췄다. 감형의 가장 큰 이유는 '피해자와의 합의'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당심에 이르러 피해자와 합의하여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주요 감경 사유로 꼽았다. 또한 A씨가 형사 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도 고려되었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여전히 "만지기는 했으나 삽입은 안 했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며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고 지적하며, 실형 선고는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징역 4년 선고와 함께 A씨에게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관련 기관에 7년간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DNA라는 물적 증거의 부재 속에서도 피해자의 구체적 진술이 가진 증명력을 인정한 이번 판결은, 성범죄 사건에서 과학적 증거와 진술 증거의 관계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사례로 남게 됐다.
[참고] 수원고등법원 2025노627 판결문 (2025. 10. 29. 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