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안 올릴게요' 집주인 제안, 등기부 떼보니 수상한 근저당…재계약 해도 될까?
'전세금 안 올릴게요' 집주인 제안, 등기부 떼보니 수상한 근저당…재계약 해도 될까?
시세 올랐는데 같은 금액 제안
계약서 없이 '특정 문구' 넣자며 합의 종용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4년째 같은 전셋집에 사는 A씨는 2년 전세 계약 만기를 앞두고 있다. 시세는 올랐지만, 집주인은 고맙게도 2년 전과 같은 금액으로 재계약을 하자고 먼저 연락해 왔다.
하지만 의아한 마음에 등기부등본을 떼 본 A씨는 가슴이 철렁했다. 최근 집주인이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근저당권이 설정된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집주인은 정식 계약서 작성 없이, '계약갱신요구권 행사에 따른 갱신이 아니다'라는 이상한 문구가 들어간 문자를 보내며 연장 합의를 종용하고 있다. A씨는 보증금을 지키면서 이 재계약을 진행해도 될지 불안해졌다.
등기부에 없는 개인 빚, 보증금보다 우선할까?
A씨는 우선 집주인에게 등기부에 없는 개인적인 빚이 있을 경우, 이 채권자들이 경매에서 자신의 보증금보다 먼저 돈을 받아갈 수 있을지 걱정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등기되지 않은 개인 채권은 경매 절차에서 우선변제권이 없다.
법무법인 게이트 허훈무 변호사는 "등기되지 않은 개인 채무는 경매 시 당연히 배당받지 못한다"며 "등기부상 채권자나 법적 요건을 갖춘 임차인 등만 배당에 참여하므로 등기되지 않은 대출을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명륜 서창완 변호사 역시 "개인이 소송에서 판결을 받아 집행권원을 가지고는 들어올 수 있지만, 그 경우 순위는 후순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보증금 최우선 변제' 특약, 법적 효력 있을까
그렇다면 재계약서에 '부동산에 문제가 생길 경우 전세금을 최우선으로 변제한다'는 특약을 넣으면 보증금을 지킬 수 있을까? 변호사들은 이 특약이 제3자인 은행 등 선순위 권리자에게는 효력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인화 김명수 변호사는 "기재하신 내용으로 특약에 기재한다고 해서 제3자인 채권자들에게까지 효력이 미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단지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서만 효력이 있을 뿐, 전세금이 최우선 확보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법무법인 도모 김강희 변호사도 "'전세금을 최우선 변제한다'는 특약은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금융기관이나 다른 채권자에게 우선순위를 주장하는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진짜 보호 장치는 '이것'…추가 대출 막고, 기존 계약서 보관해야
변호사들은 실질적인 보호 장치로 다른 특약을 제안했다.
허훈무 변호사는 "'임대인은 계약 체결 당시의 등기부상 권리관계를 잔금일까지 유지하며, 추가 근저당권 등 제한물권을 설정하지 않는다.
이를 위반할 경우 계약은 무효로 하고 임대인은 보증금 반환 및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는 특약을 넣는 것이 실질적인 보호 대책"이라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A씨가 이미 선순위 임차인이라는 점이다. A씨는 2024년 8월 근저당이 설정되기 전부터 거주하며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확보했다.
따라서 보증금 액수에 변동이 없다면, 새로 설정된 근저당권보다 A씨의 보증금이 우선하여 보호받는다.
김명수 변호사는 "임차인의 대항력과 확정일자가 2022년도에 확보되어 있을 것이므로, 그 이후인 2024년 8월에 설정된 근저당권자보다 임차인은 우선권이 있다"고 분석했다.
법률사무소 세온&누리의 추연철 변호사도 "이전에 받아둔 대항력과 확정일자의 순위를 안전하게 이어받기 위해, 이전에 썼던 계약서는 반드시 함께 보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주인이 '계약갱신요구권 아님' 문구 고집하는 진짜 이유
집주인이 시세 인상 없이 재계약을 제안하며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가 아니다'라는 문구를 고집하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법무법인 정향 임정엽 변호사는 "선순위 근저당이 설정된 집에는 신규 세입자가 전세자금대출이나 보증보험 가입이 어려워져, 집주인이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기 매우 힘든 상황"이라며 "질문자님을 그대로 안고 가는 것이 집주인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또한 해당 문구는 임차인의 권리를 제약할 수 있다.
서창완 변호사는 "임차인이 갱신요구권을 쓰면 언제든지 해지 통고를 할 수 있고 3개월 뒤 보증금을 받고 나갈 수 있다"면서 "반면 합의 갱신의 경우에는 해지권이 없어 2년간 합의 내용대로 계약을 이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대인이 임차인의 임의 해지를 막기 위해 해당 문구를 넣으려 한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