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확진자 다녀갔다" 날벼락 맞은 호텔, 영업 중단 손해는 보상 받을 수 있을까?
"세 번째 확진자 다녀갔다" 날벼락 맞은 호텔, 영업 중단 손해는 보상 받을 수 있을까?
'우한 폐렴' 국내 확진자 동선 공개⋯호텔, 편의점 등 상호 공개되며 피해
의료법 전담 변호사들이 본 포인트 세 가지 ①공개 범위 ② 손해배상 가능성 ③ 손실보상 여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공포가 확산하는 가운데 28일 부산 강서구 김해공항 입국장에서 중국발 승객들이 검역대를 통과하고 있다. 김해공항은 중국발 승객에 대해서 항공기 게이트 입구 체온측정, 고정검역대에서 발열 감시, 유증상자는 역학 조사관을 통해 추가적으로 조사를 하는 3단계 검역을 실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 오후 4시 25분쯤. 우한에서 인천공항 귀국. 대한항공 직항편(KE882) 이용
20일 : 오후 5시 30분쯤. 공항버스(8834)번 타고 경기 평택 송탄터미널 이동. 택시 이용 귀가
21일 : 자가용 이용해 평택 '365 연합의원' 진료 후 귀가
25일 : 같은 의원 재방문 및 인근 약국 처방
26일 : 구급차로 분당서울대병원 이송. 확진 판정
국내에서 네 번째로 나온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증후군) 확진자의 이동 루트다. 구체적인 방문 장소와 시간, 병원명 등이 세세하게 공개됐다. 정부가 밝힌 접촉자는 모두 172명이다. 앞서 세 번째 확진자의 경우엔 그가 방문한 호텔 이름과 편의점 이름까지 모두 공개됐다.
우리 감염예방법은 감염확진자 경로를 대중에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어느 정도까지 자세하게 공개할지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음식점을 방문했을 때 그 상호명까지 공개할지 여부는 규정에 나와 있지 않다.

28일 질병관리본부는 전날 발생한 네 번째 확진환자(55세 남성, 한국인)의 접촉자와 이동 경로를 파악하고 공개했다. 이 환자의 접촉자는 172명이며 밀접접촉자는 95명이다. /연합뉴스
공개 대상이 되는 곳 입장에서는 상호명 공개가 치명적이다. 당장 손님이 급감하는 걸 피할 수 없다. 이들이 겪을 피해와 공중보건이라는 공익 사이의 균형점이 어딜지 의사 출신 혹은 의료법 전담 변호사들과 함께 따져봤다.
지난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일어나기 전까지 확진자들의 이동 경로는 비공개였다. 환자의 사생활과 이동 경로상에 있는 상업시설의 피해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때 공개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자 정부는 "확진자 이동 경로는 신속히 공개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그런데 이 규정은 '이동 경로'의 범위를 놓고 의견이 다양하다. 한쪽에서는 "지역명 정도를 공개하면 족하다"고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상호명까지 확실히 공개해야 한다"고 말한다.
변호사들 "상호명 공개 가능하다"
의료법을 전담으로 하고 있는 변호사들은 "상호 등 구체적인 부분까지 공개가 가능할 것"이라며 "공익적 목적이 크기 때문에 공개의 범위는 넓게 해석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변호사 5명 중 4명의 의견이었다.
법무법인 문장의 임원택 변호사는 "경로 공개 때문에 업주들에게 의도하지 않은 피해가 생길 수 있다"면서도 "감염병이 확산되면 국가적으로 막대한 사회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공개를 통한 공익이 (사익보다) 더 크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법률사무소 한종의 박철훈 변호사도 "감염병 예방이라는 측면에서 효용이 개인의 손해보다 너무나 크다"고 했고, 의사 출신인 법무법인 우성의 정필승 변호사도 같은 의견을 보였다.
게다가 변호사 서영현 법률사무소의 서영현 변호사는 "공개한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경우에 대비한 이의 신청, 불복 절차에 대해서도 규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문제가 될 소지가 더욱 적다는 취지의 분석이다.
다만 간호사 출신인 법무법인 지우의 이경희 변호사는 조금은 다른 의견을 보였다. 이 변호사는 "불복 절차 등이 갖춰져 있더라도 최소한의 정보만 공개하는 게 맞는 것 같다"며 "상호명까지 공개한 건 해석의 범위를 너무 넓게 본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의료기관이나 호텔 등과 달리 편의점 같은 경우는 방문객이 잠깐 있다가 나올 때도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장소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모든 방문지의 상호명 공개는 문제가 있다는 취지다.
한 번 확진자가 방문한 장소로 불똥이 튀면 해당 업주의 피해는 막심하다. 실제 세 번째 확진자가 방문한 것으로 확인된 병원은 즉시 "추가 확진자가 없다"는 호소문을 내야 했고, 호텔 측은 다음 달 2일까지 신규 예약을 중단했다. 기존 예약자도 취소를 원하면 수수료 없이 환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변호사들 "손해배상은 어려울 것"
결과적으로 피해가 누적되는 상황이지만, 변호사들은 "국가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내더라도, 법원이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정필승 변호사는 "손해배상은 불가능하다"며 "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한 적법한 정보 공개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임원택 변호사도 이 의견에 동의하며 그 이유를 "①국가는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정보공개의 의무가 있고, ②상호 등 정보공개의 공익이 훨씬 크며 ③정보공개와 매출 하락 사이의 인과관계 역시 명확하지 않은 점" 등을 들었다.
이어 '③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점'에 대해 "매출 하락은 정보공개 때문이 아니라, 감염병 유입이 확산했기 때문이거나 감염자가 해당 점포를 방문했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영현 변호사도 "오히려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을 때 국가의 부작위(不作爲·마땅히 해야 할 일을 안 하는 것)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국가의 법령에 따른 예방법 조치 의무라고 보는 게 맞는다"고 했다.
손실 '보상'에 대해서도 '의료기관'일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게 변호사들의 의견이다. 배상과 보상은 다르다. 피해를 갚아준다는 공통점이 있긴 하지만 배상은 불법적인 행위에 대한 피해를 갚는 것인 반면, 보상은 합법적인 행위를 원인으로 한다.
변호사들 "손실 보상 대상은 '의료기관' 한정"
감염병예방법은 70조에서 '손실보상'을 규정하고 있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손실에 대한 보상 대상은 '의료기관'으로 한정된다. 격리시설의 운영으로 발생한 손실이나 정보 공개로 피해를 입은 의료기관 등은 국가가 그 금액을 지원한다.
임원택 변호사는 "이 법은 정보공개로 피해를 입은 경우 의료기관이 아닌 점주들은 손실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철훈 변호사도 "감염자가 다녀간 식당 등 업소는 손실보상 대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며 "이 법은 손실을 입은 의료기관에 대해서만 보상하고 있다"고 했고, 이경희 변호사 역시 "보상은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 2015년 12월 보건복지부는 메르스 환자를 치료, 진료하거나 병동을 폐쇄한 의료기관 등에 손실보상금 총 1781억원을 지급했다. 의료기관 176곳 등 총 233곳이 대상이었다. 모두 정부 및 지자체의 요청으로 환자를 치료하거나 휴진한 의료기관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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