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밀린 세입자 짐 뺐다간…집주인도 주거침입죄
월세 밀린 세입자 짐 뺐다간…집주인도 주거침입죄
구두 퇴실 약속만으론 강제집행 불가
마스터키 입실은 형사책임 위험
내용증명·명도소송이 안전한 순서

월세를 밀린 세입자라도 점유가 남아 있는 집에 집주인이 무단으로 들어가 짐을 치우면 주거침입죄와 손해배상 책임이 문제 될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월세를 수개월째 내지 않는 세입자라도 집주인이 직접 문을 열고 들어가 짐을 빼면 주거침입죄가 문제 될 수 있다. 세입자의 점유가 남아 있는 집은 집주인 소유라도 마음대로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세입자가 "곧 나가겠다"고 말했더라도 마찬가지다. 구두 약속은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권리 증서가 아니므로 약속을 어겼다고 해서 집주인이 직접 짐을 치울 수 없다.
합법적인 길은 계약 해지 통보와 명도소송이다. 답답하다는 이유로 '셀프 명도'를 선택하면 세입자보다 집주인이 먼저 형사사건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
'세입자의 말'보다 '집행권원' 확인 우선
집주인 A씨는 보증금 일부만 낸 세입자 B씨가 월세를 계속 밀리는 상황을 겪고 있다. 세입자는 방을 빼겠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나가지 않았고 연락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이때 집주인이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세입자의 말이 아니라 집행권원이다. 집행권원은 강제집행을 할 수 있게 해주는 판결문이나 조정조서 같은 문서를 말한다.
한장헌 변호사는 "민법과 주택임대차보호법상 강제집행을 하려면 판결문 등 필요한 요소를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명도소송으로 판결문을 받아야 강제집행이 가능하다는 취지다.
이재현 변호사도 "구두 퇴실 약속만으로는 강제집행이 불가능하다"고 봤다. 세입자가 나가겠다고 말했더라도 그 말만으로 문을 열고 들어갈 수는 없다.
내 집이어도 마스터키 여는 순간 위험
집주인이 가장 피해야 할 행동은 마스터키로 문을 열고 들어가는 일이다. 임대차계약이 깨졌다고 생각해도 세입자의 점유가 남아 있으면 주거침입죄가 문제 될 수 있다.
노경희 변호사는 "명도소송을 제기해 판결을 받고 강제집행 절차를 밟지 않으면 집주인이 오히려 주거침입죄로 처벌받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세입자가 짐 일부만 남기고 연락을 끊은 경우도 안전하지 않다.
송인혁 변호사는 "임대인이라도 임차인의 점유가 남아 있는 공간에 무단으로 들어가면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고 짐을 임의로 처분하면 손괴죄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까지 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소유권과 점유가 다르다는 점이다. 집주인의 집이라도 세입자가 살고 있거나 짐을 둔 채 점유하고 있다면, 법원 절차 없이 직접 들어가는 것은 위험하다.
세입자가 월세를 밀렸다는 사실은 계약 해지와 명도소송의 근거가 될 수 있지만, 그 사실이 곧바로 집주인에게 문을 열고 물건을 옮길 권한을 주지는 않는다.
내용증명 먼저, 명도소송은 그다음
합법적인 절차의 첫 단계는 계약 해지 통보다. 월세가 일정 기간 밀리면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지만 그 의사를 명확하게 남겨야 한다.
송인혁 변호사는 "계약서 특약과 월세 연체 내역상 해지 요건이 충족됐다면 내용증명으로 계약 해지 통보를 보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내용증명은 나중에 소송에서 집주인이 언제 어떤 이유로 해지를 통보했는지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
이때 연체 월세, 미납 보증금, 연락 기록, 계약서, 입금 내역을 함께 정리해야 한다. 말로만 독촉한 자료보다 문자, 계좌 내역, 내용증명처럼 남는 자료가 중요하다.
명도소송을 준비할 때는 점유이전금지가처분도 함께 검토할 수 있다. 세입자가 소송 중 다른 사람에게 점유를 넘기면 판결을 받아도 집행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세입자를 빨리 내보내는 방법이 아니라, 집주인이 형사책임을 피하면서 집을 돌려받는 순서다.
내용증명으로 해지 의사를 남기고 명도소송으로 집행권원을 받은 뒤, 필요한 경우 강제집행 절차를 밟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