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과자를 줘도⋯" 어린이집 원장 진술로 본 그들의 끔찍한 학대 정황들
"좋아하는 과자를 줘도⋯" 어린이집 원장 진술로 본 그들의 끔찍한 학대 정황들
'양천 16개월 아동학대 사망 사건' 양부모 2차 공판
어린이집 원장의 증인신문 "입소 직후부터 상처가 반복적으로 보였다"
갈수록 나빠진 정인이 상태 진술⋯마지막 날 모습 진술하다가 오열하기도

아이를 입양한 후 수개월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에 대한 2차 공판을 하루 앞둔 지난 16일 서울 남부지검 앞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이 근조 화환과 바람개비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서울남부지법 앞은 정인이를 죽인 양부모의 사형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분노로 가득 찼다. 이들은 '무조건 사형' '살인죄 사형'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과 현수막 등을 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시민은 감정에 북받쳐 오열했다.
이날은 신혁재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정인이 양부모의 2차 공판기일. 지난달 13일, 1차 공판기일이 있고 약 한 달 만이다. 당시에도 양모가 탄 호송차에 계란을 던지거나 사형을 부르짖는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러한 여론을 의식한 듯 양부는 2차 공판에 앞서 경찰과 법원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시민들의 눈을 피해 법원 후문을 거쳐 건물 안으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밖도 시민들의 분노로 가득했지만, 법원 안에서도 오열이 터져 나왔다. 정인이가 다닌 어린이집 원장 A씨의 증인신문이 시작되면서다. 그는 자신이 본 정인이의 학대 정황을 말하며 속상한 감정을 토해냈다.
A씨가 했던 진술을 들어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정인이가 학대로 인해 걷지 못할 정도로 다리를 떨었다거나 "모든 것을 포기한 모습이었다"는 등의 충격적인 이야기가 이어졌다.
양부모는 학대를 숨길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A씨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았다. 정인이가 당한 학대는 어린이집에 처음 등원한 직후부터 눈에 띄었다.
① 입양 초기 "어린이집 온 직후부터 몸에 반복적인 상처 발견"
정인이 양부모는 지난해 2월 정인이의 입양 신고를 마쳤다. 그리고 한 달 뒤 정인이는 A씨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가기 시작했다. A씨에 따르면 그때부터 정인이 얼굴과 귀, 목 등에서 상처가 반복적으로 보였다. 입양하고 얼마 되지 않아 학대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이다.
하지만 정인이 양모는 대부분 "아이가 부딪히고 떨어져서 난 상처"라거나 "베이비 마사지를 해서 멍이 들었다" 등의 변명을 했다. 이 말을 믿기 어려웠던 A씨는 학대를 의심했다. 그 이후에도 정인이는 계속 다친 상태로 등원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해 5월, A씨와 어린이집 교사들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학대신고를 했지만 실제로 정인이는 도움을 받지 못했다. 이후 6월에도 정인이가 차에 방치돼 있다는 양부모 지인의 신고가 접수 됐지만, 이때도 양부모의 학대 사실은 묻혔다.
② 약 2개월 만에 등원한 정인이 "가죽만 남은 기아 같은 상태였다"
정인이는 지난해 7월부터 약 2개월간 어린이집에 나오지 않았다. 양모는 코로나19 감염을 이유로 등원을 시키지 않았다. 이후 다시 등원한 정인이의 모습은 처참했다. A씨는 "정인이는 살이 있던 부분이 사라지고 가죽만 남은 상태"라고 증언했다. 정인이가 학대를 받으며 음식을 잘 먹지 못했다고 짐작할 대목이었다.
A씨는 "정인이를 세우니 다리와 허벅지 부분이 바들바들 떨렸다"며 걱정되는 마음에 근처 소아과에 데려갔다고 진술했다. 이날은 정인이를 진찰한 소아과 의사가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한 날이었다.
하지만 이때도 정인이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 건 없었다. 오히려 양부모는 정인이를 병원에 데려간 A씨에게 "왜 말도 없이 병원에 갔느냐"며 따졌다.
몸이 떨릴 정도로 기력이 없었던 정인이는 일주일 동안 등원을 하다 다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양부모 측 변호인은 법정에서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아이를 병원에 데려간 건 어느 부모라도 화를 낼 일 아니냐"고 도리어 어린이집 원장 A씨에게 되물었다.
③ 사망 전날 "정인이,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모습"
정인이의 사망 전날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결국 오열하고 만 A씨. 우느라 말을 잇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면서 A씨는 "(정인이가) 마치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모습이었다"고 했다. 이어 "좋아하는 과자나 장난감을 줘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며 "마른 상태에서 배만 나와 있었고 머리에는 빨간 멍 자국도 있었다"고 기억했다.
실제로 어린이집 CC(폐쇄회로)TV에 찍힌 정인이는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자신의 의지에 의해 움직인 것이라고는 겨우 고개를 돌리는 게 전부였다. 하원 할 때 정인이가 양부에게 걸어가는 모습이 찍혔지만, 이는 양부가 걸으라고 시켰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 일부러 선생님들이 보는 앞에서 정인이를 걷게 했다고 보고 있다. 의심을 피하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