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다" 해서 월세 깎아줬더니 뒤통수친 세입자…덜 받은 돈 다시 받을 수 있다
"힘들다" 해서 월세 깎아줬더니 뒤통수친 세입자…덜 받은 돈 다시 받을 수 있다
코로나로 사정 어렵다는 말에 월세 반값만 받았는데⋯사실 더 큰 가게로 이전
임차인이 속였다면 감액한 만큼 돌려달라 할 수 있다

장사가 잘 안 된다는 임차인의 사정을 듣고 월세를 감면해줬던 A씨. 그런데 그 사실이 거짓말이었다면? 월세를 감면해주겠다는 말을 무를 수 있을까. /게티이미지⋅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요새 코로나로 안 힘든 사람 없죠. 나도 당분간 월세 반만 받을게요."
A씨는 '착한 임대인'이었다. 장사가 잘 안 된다는 임차인(세입자)에게 "미안하다"며 월세를 깎아주기 일쑤였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가게 사정이 더 어려워졌다는 말에 아예 반값으로 월세를 깎아줬다. 계약서에 쓴 월세는 120만원이었지만, 매달 60만원만 받았다.
하지만 결국 임차인은 도저히 가게를 운영할 형편이 안 된다며 폐업 소식을 알려왔다. 그런데 보증금 반환을 준비하던 A씨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사정이 안 좋다"던 임차인이 사실은 더 큰 가게로 확장 이전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소식은 9일 A씨의 자녀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그는 "부모님을 속인 임차인이 너무 괘씸하다"며 "월세를 깎아주겠다던 것도 구두로만 맺은 계약이니 지금이라도 무르고 싶다"고 토로했다.
사건을 검토한 변호사들은 구두계약이라고 해서 무효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서는 임차인이 월세 감면분을 돌려줘야 할 것이라는 게 변호사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이유는 무엇일까?
법률 자문

법무법인 다산의 김춘희 변호사는 "A씨는 임차인이 장사가 잘 안되고,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호소했기 때문에 월세를 감면해준 상황"이라며 "그런데 알고 보니 가게를 넓혀서 이전하는 등 임차인이 사정을 속인 것이라면 이를 근거로 월세 반납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민법은 중요한 부분을 착오해 내린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다고 본다(제109조). 이 사건에 대입해본다면 ①임대료를 감면한 원인 자체가 허위였고 ②이 사실을 몰랐거나 속은 상태에서 맺은 계약은 취소할 수 있다. 그러니 ③'잘못' 깎아준 임대료도 돌려달라고 할 수 있다.
법률사무소 원탑의 권재성 변호사는 "임차인이 사정이 어렵지 않았음에도 월세를 깎기 위해 A씨에게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했는지 검토해야 한다"면서 "만일 그런 경우라면, A씨의 임대료 감면 결정에 중대한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로앤의 박혜성 변호사는 "A씨가 임대료 감면 의사를 밝힐 때, 임차인의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면 이를 근거로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면서 "다만 임차인의 사기 고의나 위법성 여부는 A씨가 직접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A씨는 그동안 깎아줬던 월세를 보증금에서 공제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임대인 입장에선 가장 쉽게 채무를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다만 변호사들은 이러한 공제 방식에 유의할 점이 있다고 했다.
박혜성 변호사는 "임의로 보증금에서 월세 감면액을 공제하기 전에, 임차인에게 감면 계약을 취소하겠다는 의사를 먼저 전달해야 한다”며 “이러한 계약 취소 의사표시는 반드시 소송을 청구하는 식으로만 허용되는 것은 아니고, 내용증명을 보내는 방식으로도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춘희 변호사는 "A씨가 임차인에게 기존 임대료 감면 계약을 취소한다는 의사표시를 먼저 해야 한다"며 "그런 절차 없이 임의로 보증금에서 공제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아래와 같은 내용을 넣어 내용증명을 보낼 것을 조언했다.
❶A씨가 임차인의 월세를 감면하게 된 원인
❷감면 원인과 임차인의 실제 사정이 달랐던 점
❸임차인의 기망으로 인해 A씨가 실제 사정을 몰랐던 점
❹임차인의 어려운 사정이 아니었다면 임대료 감면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
❺이러한 이유로 감면 또는 감액 계약을 취소한다는 점
권재성 변호사는 "임대차 계약에선 보증금이 각종 채무나 손해배상의 담보물 역할을 한다"며 "잘못 깎아줬던 월세가 채무로 인정된다면 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법률전문가의 조언을 토대로 정확한 사실관계 등을 담아 내용증명을 보내기 바란다"고 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