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 속 남편과 여직원의 적나라한 대화… 이혼 안 하고 상간녀만 응징하려면
블랙박스 속 남편과 여직원의 적나라한 대화… 이혼 안 하고 상간녀만 응징하려면
8년 가정 흔든 직장 동료
이혼 없이 상간녀 소송 가능할까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거래처 직원으로 만나 6개월 만에 초고속 결혼에 골인한 A씨. 다정하고 세심한 남편과 예쁜 딸을 둔 8년 차 주부다.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학군지로 이사한 탓에 부부싸움도 있었지만, 먼저 손을 내미는 남편 덕에 평온한 일상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남편의 잦은 야근, 굳게 잠긴 휴대전화 비밀번호, 낯선 향수 냄새는 A씨의 일상에 균열을 냈다. 불안한 예감은 남편 차량의 블랙박스를 확인한 순간 산산조각이 났다. 블랙박스 안에는 남편과 직장 동료인 상간녀가 차 안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적나라한 대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당장 남편 회사로 찾아가 두 사람에게 망신을 주고 싶었지만, 딸을 생각하면 이혼 소송도 망설여진다. A씨는 가정을 파괴한 상간녀에게만 법적 책임을 묻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
4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출연한 이준헌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가 법적 돌파구를 제시했다.
육체적 관계 증거 없어도 '부정행위' 인정
블랙박스에 녹음된 대화만으로 부정행위가 인정될 수 있을까. 이준헌 변호사는 "부정행위로 볼 수 있다"고 답했다.
이 변호사는 "부정행위 개념 자체가 성관계를 포함한 간통보다 넓은 개념"이라며 "부부의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일체의 부정한 행위를 부정행위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애칭 사용이나 늦은 밤 지속적인 연락 등 부부 간의 신뢰를 깨는 행위도 모두 부정행위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유부남인 줄 몰랐다"는 상간녀 변명, 깰 수 있을까
상간녀 소송의 핵심은 상대방이 유부남인 줄 알면서도 만났다는 '고의성'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위자료 소송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이라며 "민법 조항이 고의 또는 과실을 요건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방이 배우자가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면서도 부정행위를 한 경우에만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멀티 프로필 설정이나 과거 메시지 삭제 등으로 상대방의 고의성을 입증하기가 점차 어려워지는 추세다. 하지만 A씨의 경우 남편의 외도 상대가 직장 동료라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 변호사는 "아무래도 직장에서 다른 동료들까지 철저하게 속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혼식 날짜와 상대방이 직장에 재직한 기간을 가지고 배우자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껄끄러울 수 있지만, 다른 직장 동료의 사실확인서를 받는 것도 좋은 증거가 된다.
이혼 안 하면 위자료 줄고 '구상금 청구' 역풍 주의해야
이혼 없이 상간녀 소송만 진행할 경우 절차와 결과가 달라진다. 사건은 가정법원이 아닌 민사법원이 관할하며, 혼인이 파탄 났을 때보다 위자료 액수가 줄어들 수 있다.
가장 주의할 점은 상간녀의 '구상금 청구(공동 불법행위자에게 배상액의 일부를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권리)'다.
이 변호사는 "부정행위를 같이 했으니 남편분에게 자기가 배상한 금액의 절반을 내놓으라고 할 수 있다"며 "구상금 청구가 인정되어 상대방에게 돈을 줘야 한다면 그만큼 가정 경제에 타격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소송이 아닌 합의로 사건을 마무리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이 변호사는 "합의서에 구상금 청구를 포기하는 내용을 명시하거나, 위약벌(부정행위 재발 시 내는 일종의 벌금) 조항, 비밀유지 조항 등을 넣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합의가 결렬돼 판결을 받아야 한다면, 재판부에 상간녀의 책임 부분에만 한정해 손해배상액을 선고해 달라고 미리 요청하는 것도 하나의 방어 전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