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시위 서울역 '무정차 통과' 조치, 서울교통공사의 법적 딜레마와 책임론
전장연 시위 서울역 '무정차 통과' 조치, 서울교통공사의 법적 딜레마와 책임론
장애인 이동권 침해 vs 공공 안전 확보 쟁점 분석

서울지하철 1호선 서울역 / 연합뉴스
"특정 장애인 단체의 시위로 인해 상하선 무정차 통과 중" 2025년 11월 4일 오전, 서울지하철 1호선 서울역에서 긴급한 안내 방송이 울려 퍼졌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오전 8시부터 서울역 플랫폼에서 '탑승 시위'를 진행했고, 이에 서울교통공사는 오전 9시 23분경부터 해당 역을 양방향(상하행선) 무정차 통과시키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례적인 '무정차 통과' 조치는 시민들의 교통권과 전장연의 집회·시위의 자유, 그리고 장애인의 이동권이라는 세 가지 핵심 기본권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상황을 낳았다.
과연 서울교통공사의 무정차 통과 조치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일까? 다수의 시민과 사회적 약자의 안전과 권리가 걸린 이번 사안의 적법성을 관련 법리와 판례를 토대로 긴급 분석했다.
지하철 승강장 시위, 왜 일반 도로와 달리 봐야 하나?
이번 사안의 핵심 쟁점은 지하철 역사 내 시위의 특수성에 있다.
지하철 역사는 대규모 인원이 밀집하고 열차 운행으로 인해 안전사고 위험이 매우 높은 공간이다.
특히, 서울고등법원 판결(2005나80337)에서도 언급했듯이, 지하철 승강장은 신체 건강한 사람뿐 아니라 장애인, 노약자 등 우발적 사고에 취약한 사회적 약자의 이용 빈도가 높기에 다른 공공시설보다 더욱 높은 안전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전장연의 탑승 시위가 승객 추락 위험, 열차 운행 지연으로 인한 안전 위협, 비상상황 시 대피 곤란 등 공공 안전에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협을 초래했는지 여부가 무정차 통과 조치의 정당성을 가르는 첫 번째 기준이 된다.
서울교통공사는 승객 안전 확보와 전체 노선의 교통 소통 유지를 위해 무정차 통과를 "최소한의 조치"로 주장할 수 있는 근거다.
'안전'과 '이동권',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까?
무정차 통과 조치를 법적으로 검토할 때, 공사의 대응은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동시에 존재한다.
긍정적 측면은 공공안전 확보와 교통 소통 확보에 있다. 다수의 일반 시민들이 제때 목적지에 도착할 권리(교통권)를 보장하고, 밀집된 승강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형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비례성 원칙을 준수한 조치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반면, 부정적 측면은 집회·시위의 자유와 장애인 이동권의 과도한 제한이다.
무정차 통과는 시위의 효과를 실질적으로 무력화시켜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시위의 목적인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 요구가 무정차 통과라는 조치로 인해 오히려 시위 참가자를 포함한 모든 승객의 이동권까지 제한하는 결과를 낳아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9조와 충돌할 수 있다.
핵심 쟁점은 '절차적 정당성'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절차적 정당성이다.
서울교통공사가 무정차 통과 조치를 취하기 전에 시위 주최자와 협의했는지, 경고나 해산명령 등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따른 단계적인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가 적법성 판단의 결정타가 된다.
적절한 사전 경고나 협의 절차 없이 즉시 무정차 통과를 했다면, 절차적 정당성 문제로 인해 적법성이 부인될 가능성이 크다.
판례가 제시하는 갈등 해결의 '골든룰'
이번 사안과 직접적으로 동일한 판례는 없지만, 법원은 유사한 상황에서 안전과 기본권의 조화를 위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 대규모 인파와 무정차 통과 (이태원 참사 관련): 이태원 참사 관련 판결(서울서부지법 2024고합25)은 대규모 인파 밀집 상황에서의 안전 확보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무정차 통과 요청의 시기와 절차, 관련 기관 간 협조 체계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이는 공공안전을 위한 조치라도 절차적 정당성이 핵심임을 시사한다.
- 안전 위험 시 무정차 통과는 '의무' (대구지하철 화재): 대구지하철 화재사고 관련 판례는 심각한 화재 등 안전상 위험이 명백한 경우에는 후속 열차의 무정차 통과 조치가 의무가 될 수 있음을 명확히 했다.
- 장애인에 대한 무정차는 '차별행위' (버스 승차거부): 버스 승차거부 사건(수원지법 평택지원 2016가단45804)에서는 휠체어 승강설비 고장 등의 이유로 장애인에게 무정차 통과한 행위가 장애인에 대한 차별행위로 인정되어 버스회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이는 무정차 통과 조치 시에도 장애인 승객의 이동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최후의 수단' 되어야 할 무정차 통과, 향후 개선 방안은?
전장연 시위로 인한 무정차 통과 조치는 탑승 시위의 구체적인 위험성, 시위의 신고 여부, 그리고 사전 경고 및 협의 절차 준수 여부 등 복합적인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적법성을 판단해야 한다.
법률 분석팀은 공공안전에 대한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협이 있고,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된 경우에만 무정차 통과가 최후의 수단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무정차 통과로 인해 장애인 이동권이 침해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다음과 같은 단계적 대응 매뉴얼 및 협의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 사전 협의 체계 구축: 시위 주최 측, 서울교통공사, 경찰 간 사전 협의를 통해 안전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 단계적 대응 원칙: 무정차 통과 이전에 경고, 설득, 부분적 제한(진입 간격 조정) 등 더 완화된 조치를 먼저 적용해야 한다.
- 대체 수단 제공: 불가피하게 무정차 통과 조치를 취할 경우, 셔틀버스 운행 또는 인근 역 이용 안내 등 장애인 승객에 대한 대체 교통수단을 제공하여 이동권 침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여, 지하철 역사 내 시위의 필요성 자체를 줄이는 것이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