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곰팡이를 세입자 환기 부족 탓으로 돌립니다. 어떻게 대응하죠?"
"집주인이 곰팡이를 세입자 환기 부족 탓으로 돌립니다. 어떻게 대응하죠?"
옷 30벌 버린 세입자 “더는 못 살아”
집주인은 “환기나 잘해”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새것처럼 수리됐다는 말에 입주한 전셋집이 1년 만에 곰팡이 지옥으로 변했다. 옷과 가구, 신발 등 30가지가 넘는 살림을 내다 버린 세입자는 계약 해지를 외치고 있지만, 집주인은 세입자의 관리 부실만 탓하는 상황. 변호사들은 건물의 구조적 결함을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법적 다툼을 위한 증거 확보부터 내용증명 발송까지 구체적인 대응 전략을 제시했다.
"곰팡이 가루가 날려요"…올수리 전셋집의 참상
2024년 9월, A씨는 샷시, 도배, 장판 올수리라는 문구에 이끌려 전셋집에 입주했다. 하지만 첫날부터 천장의 누런 물자국은 찜찜함을 남겼다. 집이 유난히 습해 거의 매일 제습기를 틀고 환기에도 신경 썼지만, 창문 결로는 나날이 심해지고 장판이 들뜨기 시작했다.
입주 1년 후, 악몽이 현실이 됐다. 방 안 침대 서랍장을 열자 초록색 곰팡이 가루가 수북해 양말과 속옷을 전부 버려야 했다. 다른 방 장판을 들추자 까만 곰팡이가 지도를 그리고 있었고, 옷가지와 가방, 신발 등 곰팡이 때문에 버린 물건만 30가지가 넘었다.
지난 1월, 안방 침대 매트리스 밑면과 원목 프레임까지 새까만 곰팡이로 뒤덮인 것을 발견한 A씨는 결국 폭발했다.
집주인 '수선의무' vs 세입자 '관리 부실'
A씨가 집주인에게 하자 사진을 보내며 수리를 요구했지만, 돌아온 답은 "결로 문제 같으니 환기 잘 시키세요"라는 말뿐이었다. 이처럼 전셋집 하자 분쟁은 임대인의 '수선의무'와 임차인의 '관리 책임'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에서 발생한다.
우리 민법 제623조는 임대인이 계약 기간 중 임차인이 목적물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상태를 유지해 줄 의무(수선의무)가 있다고 명시한다.
단순히 곰팡이가 피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즉시 해지가 어렵지만, 가구와 의류가 부식되고 건강을 위협할 정도로 하자가 심각하여 주거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
특히 A씨처럼 세입자가 환기 등 노력을 다했음에도 문제가 악화됐다면, 이는 단순 관리 부실이 아닌 건물의 구조적 결함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변호사들은 임대인이 세입자의 환기 부족을 주장하며 책임을 피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명확한 증거가 승패 가른다
변호사들은 계약 해지와 손해배상을 원한다면 주거가 불가능한 수준임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베테랑 윤영석 변호사는 "주거가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점을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위한 명확한 법적 지표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나, 법원은 구체적인 증거를 통해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한다"고 조언했다.
법적 다툼에 앞서 세입자가 반드시 확보해야 할 증거 자료는 다음과 같다.
- 날짜가 나오도록 곰팡이가 핀 모든 곳(벽, 천장, 장판 밑, 가구 등)을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
- 곰팡이로 버린 의류, 가구 등의 품목과 수량, 구매 영수증 등 가치를 증명할 자료
- 집주인에게 처음 문제를 알린 시점부터의 모든 문자, 통화 녹음 등 소통 기록
- 가능하다면 곰팡이 전문 업체나 건축 전문가를 통해 하자 원인이 건물의 구조적 결함이라는 점을 밝히는 소견서나 견적서
분쟁의 시작 '내용증명', 정확히 알고 보내야
증거가 확보됐다면 다음 단계는 내용증명 발송이다. 내용증명은 법적 분쟁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과 같다.
윤영석 변호사는 "내용증명 자체는 법적 강제력을 갖지는 않지만, 어떤 내용을, 언제, 누가 누구에게 발송했는가를 우체국이 공적으로 증명해주는 제도로, 향후 법적 분쟁에서 매우 중요한 증거자료가 된다"고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내용증명에는 하자의 구체적인 내용과 그간의 피해 사실, 수리를 요구하는 상당한 기간(통상 7~14일)을 명시해야 한다.
또한, 이 기간 내에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고 전세보증금 반환과 함께 곰팡이로 인한 물품 피해, 이사 비용,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등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변호사들은 법무법인 이름으로 내용증명을 발송할 경우 임대인을 압박하는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