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이어진 가정폭력⋯"아버지에게 죽으라고 말하고 싶어요"
30년간 이어진 가정폭력⋯"아버지에게 죽으라고 말하고 싶어요"
아버지의 폭언·폭력·불륜...한 맺힌 시간 보낸 모녀
"죽어라" 딸의 편지 보고 아버지가 자살한다면? 자살교사죄일까

가정폭력을 일삼은 아버지. "꼭 죽어라, 제발 죽어서 지옥에나 가라"라고 편지를 쓰고 집을 나왔다면 문제가 될까? /게티이미지코리아
아버지가 휘두른 가정폭력에 숨죽여 지낸 세월이 30년이다. A씨는 가슴 깊이 한이 맺혔다. 더는 못 참겠다 싶어 어머니를 모시고 집을 나가기로 했다. 그런데 그냥 나가고 싶진 않다. 편지를 한 장 썼다.
"꼭 죽어라, 제발 죽어서 지옥에나 가서 당신이 한 짓을 달게 받아라. 너 같은 사람을 아버지라고 둔 내가 역겹다. 시간만 되돌리면 안 태어나고 싶다. 제발 죽어라. 죽어라. 엄마는 교통사고로 누워있는데 너는 바람이나 피냐."
편지를 다 쓰고 나니 한편으로 걱정이 든다. 아버지가 정말 자살하면 A씨가 그 책임을 지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변호사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A씨에 따르면 아버지 B씨는 폭력과 폭언을 일삼는 사람이었다. 술을 마시면 항상 거친 말을 해댔고, 자신의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홧김에 자녀인 A씨를 폭행했다. 아버지의 만행은 폭력과 폭언이 전부가 아니다. 얼마 전 A씨 어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그 와중에 아버지는 바람을 피웠다. 아버지의 불륜 현장은 A씨 지인의 블랙박스에 녹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죽어라"는 편지를 쓴 A씨. 자살 강요나 교사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을까? 변호사들에게 자문을 구해봤다.
로펌 진화의 김한호 변호사는 "해당 내용의 편지를 작성해 전달하고 실제로 해당 당사자가 자살한다고 해도 자살교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해당 편지가 협박에도 해당하지 않으며 단순한 감정의 표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오현의 최영 변호사는 "단순히 (A씨가 쓴) 편지만으로는 형사상 죄책이 성립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자살을 강요한 것으로 검토할 수 있으나 강요가 성립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등을 검토할 수 있으나 공연성(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질 가능성)이 없다"면서도 "다만 부친의 성향으로 보아 보복 가능성이 있음으로 이런 편지는 삼가는 게 좋을 듯하다"고 했다.
모녀의 힘겨웠던 시간을 보상받을 방법은 따로 있다.
김한호 변호사는 "A씨 모친이 변호사를 선임해 이혼을 준비할 생각까지 한다면 그에 맞춰 (아버지에 대한) 접근금지가처분을 신청하고 자녀에 대한 상습 폭행도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며 "공소시효 내의 일이라면 얼마든지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가정폭력 범죄의 경우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사건 발생일로부터 5년~7년의 공소시효가 적용된다.
이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의 기간 내에 있다면 이를 같이 청구해 배상을 받거나 이혼소송 시 위자료에 실질적으로 반영시키는 방법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했다.
힘겨운 시간을 보낸 A씨 모녀는 ①공소시효 확인 후, 아버지의 폭력을 경찰에 신고하거나 ②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③이혼 위자료로 청구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