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우야 수빈아, 보고 있니? 교토 대나무숲에 새긴 낙서, 이런 처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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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우야 수빈아, 보고 있니? 교토 대나무숲에 새긴 낙서, 이런 처벌 받는다

2025. 10. 20 17:37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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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아라시야마 대나무 350그루 훼손, 한글 이름도 발견돼

현지서 잡히면 일본법 처벌, 귀국해도 우리 법으로 처벌 가능

일본 교토의 대표 관광지 야라시야마 대나무 숲에 한글 낙서가 새겨진 모습. /아라시야마 대나무숲 페이스북 캡처

일본 교토의 대표 관광지, 아라시야마 대나무 숲. 수천 그루의 대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신비로운 풍경을 자아내는 이곳이 관광객들의 몰지각한 낙서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런데 긁힌 상처들 사이에서 '형우', '수빈' 등 한글 이름이 발견되면서 국제적 망신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순간의 추억을 남기려다 나라 망신시킨 이들, 법의 심판을 받게 될까? 귀국 후 우리 법으로 처벌할 수 있을지, 현지에서 붙잡혔다면 어떤 절차를 거치게 되는지 자세히 짚어봤다.


칼로 새긴 이름들…대나무는 죽어가고 있다

아사히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교토시가 대나무 숲을 조사한 결과 약 350그루에서 날카로운 도구로 새긴 낙서가 발견됐다. 알파벳, 한자 등과 함께 선명한 한글 낙서도 포함돼 있었다.


교토부립식물원 측은 "대나무 표면에 생긴 흠집은 복구되지 않는다"며 "상처로 인해 대나무가 말라 죽거나 넘어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시카와 게이스케 아라시야마 상가회 회장은 "추억을 대나무가 아닌 마음속에 새겨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타국 문화재 훼손, 우리 법은 어디까지 적용되나

우리 형법은 기본적으로 범죄가 일어난 장소(대한민국 영토)를 기준으로 법을 적용하는 '속지주의'를 원칙으로 한다. 이번 사건은 일본에서 발생했으므로 이 원칙에 따라 우리 법을 적용할 수는 없다. 또한, 우리나라의 문화재보호법 역시 국내 문화재만을 보호 대상으로 하므로, 일본 관광 명소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만약 낙서한 사람이 형우, 수빈처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리 형법은 '속지주의'와 더불어 범죄인의 국적을 기준으로 하는 '속인주의' 원칙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형법 제3조에 따라,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도 우리 형법을 적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경우, 적용되는 죄는 '재물손괴죄(형법 제366조)'가 될 수 있다.


형우·수빈, 귀국 후 처벌받을 수 있나

그렇다면 '형우'와 '수빈'이라는 이름을 새긴 이들이 한국인 관광객이라면, 일본에서 범행을 저지르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처벌이 가능할까?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앞서 설명한 속인주의 원칙에 따라, 대나무에 복구가 불가능한 흠집을 내 경관적 가치를 떨어뜨린 행위는 명백한 재물손괴에 해당하므로 국내에서 처벌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처벌이 매우 어렵다. 범인을 특정하기 어렵고, 범행을 입증할 CCTV나 목격자 진술 같은 증거를 일본 현지에서 확보해야 하는 난관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사건처럼 언론 보도를 통해 국제적 이슈로 비화되고 국가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경우, 일본 측의 고소나 수사 협조 요청이 있다면 우리 수사기관이 수사에 착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일본 현지에서 붙잡힌다면?

가장 확실한 처벌은 현지에서 붙잡히는 경우다. 만약 한국인 관광객이 낙서를 하다가 일본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된다면, 모든 절차는 일본 법에 따라 진행된다. 이 경우, 일본 형법상 '기물손괴죄'가 적용되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만 엔(약 27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일단 체포되면 조사를 받는 순간부터 재판이 끝날 때까지 일본을 떠날 수 없게 되며, 징역형이 선고되면 일본 교도소에서 복역해야 한다. 주일 한국대사관이나 영사관에 연락해 변호사 소개, 가족 연락 등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영사가 직접 법적 절차에 개입하거나 석방을 요구할 수는 없다.


이렇게 일본에서 처벌을 받았다면, '일사부재리' 원칙, 즉 동일한 범죄로 두 번 처벌받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귀국 후 같은 범죄로 다시 처벌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순간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해외에서 범죄자가 되고, 다시는 그 나라에 입국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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