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 성폭력 사건에서 처벌불원서를 받아주면 안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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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족 성폭력 사건에서 처벌불원서를 받아주면 안 되는 이유

2021. 07. 22 20:14 작성2021. 07. 22 20:44 수정
안세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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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성폭행당한 딸이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면, 그건 진심으로 작성한 걸까

법원 관계자 "처벌불원서만으로 판단하는 건 아니야⋯여러 정황 고려한다"

변호사들 "처벌불원서 기계적으로 적용되는 측면 있어, '아동 성폭력 수용증후군(CSAAS)' 고려해야"

아버지가 딸을 성폭행했을 때. 딸이 아버지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면, 가해자의 형량을 덜어줘야 할까.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아버지를 용서해요."


아버지가 딸을 성폭행했다. '가해자-피해자'의 관계가 된 부녀 관계. 결국 아버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딸은 처벌불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그렇게 법원에 제출된 종이 한 장. 처벌불원서가 제출됐으니, 법원은 가해자의 형량을 덜어줘야 할까? 어떤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어떤 재판부는 받아들였다.


바로 일주일 전에도 대전지법은 딸이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는 이유로 한 아버지를 선처해줬다. 초등학생 딸을 여러 차례 성폭행하고 팔을 부러뜨리는 등 학대한 혐의가 인정된 아버지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이런 처벌불원서는 받아줘선 안 된다"는 공분이 일었다. 로톡뉴스는 형사 사건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이제 '아동 성폭력 수용증후군(CSAAS)'을 고려해야 할 때

변호사들도 이같은 분노에 공감했다. "피해자가 미성년자였고, 성폭행과 학대가 동시에 이뤄졌으므로 처벌불원서를 받아들이지 말았어야 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 이유로 '겉으로 드러난 것과 달리 진의가 왜곡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한변협 등록 형사법 전문인 추선희 변호사(법무법인 세창)는 그 근거로 '아동 성폭력 수용증후군(Child Sexual Abuse Accommodation Syndrome⋅CSAAS)'이라는 미국의 학술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법무법인 세창'의 추선희 변호사. /로톡DB
'법무법인 세창'의 추선희 변호사. /로톡DB

해당 증후군은 성폭력 피해 아동이 외부의 영향으로 'retraction(취소⋅철회)' 반응을 보인다고 밝히고 있다. 아동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갑자기 태도를 바꾸더라도, 그건 진의가 아니라 가족해체 등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는 것. 아동이 생존을 위해 외부의 조력을 외면하려 할 수 있다고 연구 결과는 소개하고 있다.


추 변호사는 "아직 우리나라 법조계에서는 CSAAS에 대한 고민이나 논의가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우리나라 법원도 더 깊이 있게 피해 아동의 심리 상태, 아동 성범죄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처벌불원서 기계적으로 적용되는 측면 있어, 법 개정 노력도 필요해 보여"

다른 변호사들의 의견도 비슷했다. 문제가 된 판결을 비판하며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대한변협 등록 형사법 전문인 설현섭 변호사(법무법인 온세상)는 "아버지로부터 성폭행에 학대까지 당한 딸의 처벌불원서가 진실한 의사로 작성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법원 조사관을 통해 그동안의 가정생활, 현재 상황 등을 면밀히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률사무소 봄온의 채우리 변호사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이러한 처벌불원서가 기계적으로 적용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어 "이번 사건처럼 학대 등이 함께 이뤄지거나, 피해의 정도가 무거운 경우엔 아예 처벌불원서가 감경요소로 작용되지 않도록 법을 개정할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법무법인 온세상'의 설현섭 변호사, '법률사무소 봄온'의 채우리 변호사./ 로톡DB
'법무법인 온세상'의 설현섭 변호사, '법률사무소 봄온'의 채우리 변호사./ 로톡DB


다만, 그렇게 했을 때 역효과를 우려한 변호사도 있었다.


법무법인 새서울의 민고은 변호사 역시 "법원이 처벌불원서의 진의를 엄격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동시에 아예 감형 사유에서 처벌불원을 배제한다면 "가해자들이 과연 용서받으려고 노력이라도 할지 의문스럽다"고 우려했다.


'법무법인 새서울'의 민고은 변호사. /민고은 변호사 제공
'법무법인 새서울'의 민고은 변호사. /민고은 변호사 제공


법원 관계자 "처벌불원서 제출만으로 판단하는 건 아니다"

로톡뉴스는 법원 관계자들에게 처벌불원서를 둔 항간의 지적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에 대해 관계자들은 "처벌불원서가 제출됐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판단하고 있진 않다"고 했다.


법원 관계자에게 '진실한 의사로 표시한 처벌불원서인지 어떻게 확인하는지' 물어봤다. /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법원 관계자에게 '진실한 의사로 표시한 처벌불원서인지 어떻게 확인하는지' 물어봤다. /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이어 '진실한 의사로 표시한 처벌불원서인지 여부를 어떻게 확인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범행의 동기와 수단, 범행 후 정황 등을 재판부가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며 "심리 도중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법원 조사관을 통해 직접 피해자를 만나보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논란이 된 대전지법의 관계자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다. 이 관계자 역시 "법원 조사관을 보내기도 하고 (일반적으로) 피해자 측 변호사가 있으면 피해자 변호사를 통해 확인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피해자가 처벌불원서를 냈다는 사실만으로 감형요소로 삼지는 않는다는 취지였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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