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간 절도죄로 재판을 받은 100명 중 4명은 '이것'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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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년간 절도죄로 재판을 받은 100명 중 4명은 '이것'을 훔쳤다

2021. 10. 30 10:54 작성
강선민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mea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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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이나 휴대전화를 두고 자리를 비워도 함부로 건드리는 사람이 없다며 신기해하지만, 유독 자전거만은 그 예외 드는 품목이었다. /셔터스톡

사람 많은 카페에 노트북이나 휴대전화를 두고 자리를 비워도, 집 앞에 새 택배가 쌓여 있어도 함부로 건드리는 사람이 없다며 'K-양심'이라 추켜세우지만 유독 자전거만은 그 '예외'에 든다. 누리꾼들은 "다른 건 다 그대로여도, 자전거만은 언제든 꼭 훔쳐 가더라"라고 입을 모았다. 잠금장치를 잘 채워놔도 속수무책이라는 것.


이런 현상을 두고 일각에서는 '역시 엄복동의 나라'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자전거에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이 말. 일제 강점기 시절 '자전거의 왕'이라 불렸던 엄복동 선수의 이름에서 비롯된 말이지만, 속뜻은 웃지 못할 의미로 통한다. 과거 엄복동 선수가 여러 차례 자전거를 훔쳤다는 기록에서 비롯된 말이라서다.


그런데 실제 취재해보니 이같은 주장이 꽤 일리가 있었다. 최근 2년간 재판을 받은 절도범 100명 가운데 최소 3~4명은 자전거를 훔쳤다가 법의 심판을 받았다.


정말, 자전거를 훔쳐서 재판을 받을까?

자전거를 훔쳤더라도 비교적 소액 절도에 해당하니, 재판까지 가지 않고 간단한 약식명령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을 거라 예상했다.


약식명령은 법원이 정식재판 절차를 거치지 않고 검사가 제출한 서면 자료만 보고 벌금 등의 명령을 내리는 재판 절차다. 피의자의 범죄가 중하지 않아 정식 재판을 거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검사가 판단할 경우 이 과정을 거친다. 그러면 판사는 사건을 검토해 최종 명령을 내린다. 이렇게 약식명령으로 벌금을 받으면, 정식 판결문이 남지 않는다.


약식명령 등본이 나오긴 하지만, 본인이 아닌 이상 이를 확인할 길이 없다. 자전거 절도 사건의 피고인이 미성년자인 경우도 적지 않은 사건임을 감안하면, 판결문상으론 자전거 절도범들을 찾기 어렵지 않을까 싶었다.


형사 1심 사건 약 5000건 중 자전거 절도 사건은 185건이었다. /셔터스톡⋅편집 및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형사 1심 사건 약 5000건 중 자전거 절도 사건은 185건이었다. /셔터스톡⋅편집 및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하지만 판결문상 데이터는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대법원이 지난 2019년 8월부터 최근 2년간 인터넷에 공개한 판결문을 먼저 살펴봤다. 이 기간 동안 남의 물건을 훔쳐 재판에 넘겨진 사건은 총 1만 1818건(사건 심급별 중복 포함). 이 중에 '자전거'를 훔쳐서 처벌을 받게 된 경우는 545건으로 전체 4.6% 수준이었다. 1만건이 넘는 전체 판결문에서, 형사 1심 사건 약 5000건을 추렸다. 그중에서 자전거 절도 사건은 185건이었다. 이 역시 전체 대비 3.7%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로톡뉴스는 확보한 자전거 절도 사건 판결문 185개를 모조리 분석했다. 그들은 어디서, 어떻게, 얼마나 많은 자전거를 훔쳤을까?


우리가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곳이 가장 위험했다

자전거 도둑이 선택한 범행 장소를 먼저 살펴봤다. 어디가 가장 위험한지 알면, 조금이라도 피해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하지만 의외로 자전거가 가장 많이 분실된 곳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집 앞' 또는 '자전거 보관함'이었다. 전체 사건 중 48%가 이처럼 가까운 곳에서 일어난 범죄였다. 심지어는 건물 안이나 집 마당까지 들어와 자전거를 들고 나가기도 했다. 자전거를 보관하기에 가장 안전해야 할 곳이었지만, 오히려 더 쉽게 표적이 되고 있었던 것.


자전거가 가장 많이 분실된 곳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집앞' 또는 '자전거 보관함'이었다. /셔터스톡⋅편집 및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자전거가 가장 많이 분실된 곳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집 앞' 또는 '자전거 보관함'이었다. /셔터스톡⋅편집 및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그다음 뒤를 이은 건 잠시 '도로변'에 세워둔 자전거를 그대로 가져가 버리는 경우였다. 이런 경우가 전체 27% 수준이었다. 대부분 주인의 부주의와는 거리가 먼 피해였다. 자전거가 모여 있는 곳엔 그만큼 도둑도 많았다.


최대 44대를 훔친 자전거 도둑도 있었다

몇만원짜리 자전거 1대를 훔쳤다가 재판을 받은 사람도 있었지만, '큰 손' 도둑이 적지 않았다.


고가의 자전거를 노려 전문적으로 절도 행각을 벌였는데, 가장 많이 훔친 사람은 무려 44대의 자전거를 훔쳤다. 지난해 4월, 창원지법 통영지원은 자전거 절도범 A씨에게 징역 1년 실형을 선고했다. 이미 숱한 절도 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있었는데도, 또다시 자전거를 훔쳤기 때문. 심지어 A씨는 자전거 1대를 훔치기 위해, 잠금장치에 걸린 비밀번호가 풀릴 때까지 다이얼을 돌려보는 황당한 '성실함'을 보이기도 했다.


같은 기간, 서울동부지법에서도 자전거 절도범 B씨가 재판에 섰다. B씨는 총 4대의 자전거를 훔쳤는데, 하나같이 고가 제품만 선별해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B씨가 훔친 자전거 가운데 최고가는 1대에 1000만원을 호가했다. 이러한 행동의 결과는 징역 10월이었다.


자전거 1대를 훔치기 위해, 잠금장치에 걸린 비밀번호가 풀릴 때까지 다이얼을 돌려보기도 했다. /셔터스톡
자전거 1대를 훔치기 위해, 잠금장치에 걸린 비밀번호가 풀릴 때까지 다이얼을 돌려보기도 했다. /셔터스톡


전체 피해액이 가장 컸던 건 올해 3월 수원지법 성남지원이 맡았던 사건이었다. 이 사건 C씨가 훔친 자전거는 32대, 피해액만 4850만원에 달했다. 이미 다수의 절도 전과가 있던 C씨. 주로 아파트를 범행 장소로 삼았는데, 11층에 세워진 자전거를 훔쳐 가기도 했다. 결국 아파트 전체를 샅샅이 훑고 내려오면서 주민들의 자전거를 수거한 셈이다. 그에겐 징역 1년 6월 실형이 선고됐다.


그들은 방법을 가리지 않고 훔쳤다

한번 자전거를 훔치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에겐 어떤 자물쇠도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앞서 A씨처럼 잠금장치의 비밀번호가 맞을 때까지 다이얼을 돌려보는 건 기본. 니퍼나 쇠톱을 가지고 잠금장치를 절단하는 것도 비교적 흔한 사례였다.


지난해 6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6월을 선고 받은 C씨가 선택한 도구는 '돌'이었다. 올해 2월 의정부지법에서 재판을 받은 D씨와 공범들은 자전거 앞바퀴와 몸통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수차례 자전거를 훔쳤다. 잠금장치를 걸어놓은 자전거를 일일이 분리해서, 돈이 되는 부품들만 챙겨 달아난 것이다.


이 밖에도 자전거 바퀴에서 고무만 빼가거나 랜턴이나 헬멧 등 부속품을 챙겨간 사람도 있었다. 자신의 낡은 자전거를 타고 와선, 새 자전거와 안장만 바꿔 달아가는 얌체도 존재했다.


자전거 도둑의 황당한 변명

자전거 절도 사건의 특징은 초범인 피고인이 드물다는 점이었다. 판결문 상당수에는 동종 절도 전과가 너무 많아서 정확한 전과 기록도 짚지 않고 '수회'로만 표시된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변명에도 도가 튼 사람들인데, 가장 흔한 변명은 "내 자전거로 헷갈렸다" "버려진 건줄 알았다"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그런 변명을 하는 절도범들에게 "피해를 입은 자전거를 보면, 도저히 그런 착각할 수가 없는 상태"며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흔한 변명들 중 가장 황당했던 변명은 꼽아보자면 바로 이것이었다.


"운동 마치고 나면, 돌려주려고 했다."


절도 전과 6범이었던 피고인 E씨. 그는 한 아파트 보관대에 세워진 65만원짜리 자전거를 타고는 그대로 집으로 가버렸다. 그로부터 1개월이 지났을 무렵, E씨의 아내가 경찰의 전화를 통해 남편이 자전거를 훔쳤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E씨는 그제서야 부랴부랴 자전거를 반환하더니, 위 같은 변명을 늘어놨다. 수원지법은 지난 2월 E씨에게 징역 4월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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