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사료에 '부동액' 부은 남성, '동물학대'로 처벌 어려운 이유
고양이 사료에 '부동액' 부은 남성, '동물학대'로 처벌 어려운 이유
해치려는 의도 의심에도…동물보호법 위반 대신 재물손괴죄만 적용

길고양이 쉼터에 놓인 사료에 차량용 부동액을 부은 20대 남성 A씨가 붙잡혔다. 이에 A씨는 고양이를 해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의심을 받았다. 하지만 A씨에게는 동물보호법 위반 대신 재물손괴죄가 적용됐다. 사진 속 노란색 원 안이 A씨가 사료에 부동액을 뿌리는 모습 . /KBS 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충남의 한 길고양이 쉼터. 이곳 인근 CC(폐쇄회로)TV에 한 20대 남성 A씨의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주변을 살피더니 고양이 사료 그릇에 무언가를 붓기 시작한 것. 그건 '차량용 부동액'이었다. 만약 고양이가 먹었다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었다.
실제로 쉼터 주변에선 지난해 11월부터 죽은 고양이들이 발견되던 상황이었다. 이에 동물보호단체들이 경찰에 신고했고, 결국 CCTV에 A씨의 모습이 찍힌 것이었다. 지난 21일, A씨는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그런데 A씨에겐 동물학대 혐의가 적용되지 않았다. 대신 경찰은 A씨에게 고양이 사료와 사료 등을 훼손한 재물손괴죄 혐의로만 불구속 입건했다.
재물손괴죄만 적용된 이유는 무엇일까. 정말 A씨는 동물보호법상 동물학대 혐의로 처벌받지 않는 걸까.
우리 동물보호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제8조 제1항 제4호). 이러한 행위를 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에 따르면, 고양이 사료에 일부러 부동액을 넣어 이를 먹은 고양이를 죽게 한 행위에도 위 조항이 적용될 수 있다. 정당한 이유 없이 동물을 죽게 했다고 인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려면, A씨로 인해 고양이들이 죽었다는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 쉼터 인근에서 죽은 고양이가 발견됐고, A씨가 부동액을 사료에 뿌린 모습이 CCTV에 담겼지만 이는 정황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사건을 수사한 경찰도 A씨에게 재물손괴 혐의만 적용했다고 알려졌다.
서초동의 B변호사는 "죽은 고양이 몸에서 부동액 성분이 나온다고 해도, A씨가 부동액을 뿌린 사료를 먹고 죽었다는 증거가 없다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이어 "A씨 측에선 고양이가 사료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부동액을 먹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며 "현재 정황만으로는 A씨의 행위로 인해 고양이들이 죽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가 고양이 사료에 부동액을 넣고 △그 사료를 고양이가 먹었으며 △그 고양이가 몇 시간 뒤 실제로 죽었다는 점 등의 인과관계가 확인돼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고양이들이 부동액이 묻은 사료를 먹고 위험에 빠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동물학대 또는 살해 미수라는 주장도 가능하지만 현행 동물보호법에는 미수범 처벌 규정이 없다.
이에 따라 동물보호법 위반에 대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A씨는 재물손괴죄만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변호사 의견이었다. 재물손괴죄를 저질렀을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된다(형법 제366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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