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탕서 '알몸 스쿼트' 즐기다간... 고작 과태료 아닌 '형사 처벌' 받는다
열탕서 '알몸 스쿼트' 즐기다간... 고작 과태료 아닌 '형사 처벌' 받는다
"땀 뺀다"며 버틴 목욕탕 운동남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공중목욕탕 열탕 가장자리에 올라가 나체로 스쿼트를 하고, 냉탕에서는 복싱 연습을 하는 60대 남성의 사연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단순한 '민폐'를 넘어 위생 문제와 타인의 휴식을 방해하는 이 같은 행위가 과연 법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인지, 제지할 방법은 없는지 상세히 짚어봤다.
"여기가 운동 딱이야"... 목욕탕을 헬스장으로 만든 '빌런'
사건은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와 JTBC '사건반장'을 통해 알려졌다.
30대 남성 A씨는 휴일을 맞아 찾은 동네 목욕탕에서 황당한 광경을 목격했다. 60대로 추정되는 남성 B씨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 상태로 열탕 대리석 가장자리에 올라가 스쿼트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A씨가 "여기서 운동을 하시는 거냐"고 묻자, B씨의 답변은 당당했다. 그는 "열탕에서 해야 땀이 쫙 빠진다. 그럼 어디서 하겠냐"며 "물속이 덥지 않냐. 여기가 (운동하기) 딱 맞다"고 대꾸한 뒤 운동을 이어갔다.
B씨의 기행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냉탕으로 자리를 옮겨 물을 사방으로 튀기며 수영을 즐겼고, 팔굽혀펴기에 복싱 연습까지 소위 '철인 4종 경기'를 방불케 하는 루틴을 마친 뒤에야 탕을 나섰다. 주변 이용객들은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으나, B씨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즉각 우려를 표했다. 박상희 심리학과 교수는 "열탕에서 흘린 땀이 그대로 물에 섞여 타인이 사용하게 된다"며 위생 관념 부재를 지적했다. 하지만 이것이 단순한 도덕적 비난을 넘어 '법적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경범죄'와 '업무방해' 사이... 처벌의 경계는?
우선 B씨의 행위는 경범죄처벌법 적용을 검토해 볼 수 있다. 해당 법 제3조 제1항 제20호는 공공장소에서 몹시 거친 말이나 행동으로 주위를 시끄럽게 하거나, 술에 취해 이유 없이 주정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또한 제3조 제1항 제19호는 거친 행동으로 타인을 불안하게 하거나 불쾌하게 한 사람을 제재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B씨가 욕설을 하거나 위협적인 행동 없이 '단순히 운동만 했다'면 경범죄 처벌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몹시 거친 말이나 행동'이라는 요건을 충족하기 애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B씨의 행위가 목욕탕의 정상적인 운영을 해쳤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형법상 업무방해죄 혹은 경범죄처벌법상 '업무방해(못된 장난 등)'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법원은 공중목욕탕 내 소란 행위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도 한다. 서울북부지방법원(2015고단2983)은 목욕탕 남탕 입구에 드러누워 타인의 통행을 방해하고 소란을 피운 행위에 대해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인정한 바 있다. B씨가 물을 심하게 튀기거나 타인의 입욕을 방해해 손님들이 탕을 나가게 만들었다면, 이는 목욕탕 업주의 영업을 방해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방치한 업주도 책임... '안전배려의무' 위반 가능성
더 큰 법적 쟁점은 목욕탕 업주에게 있다. 업주는 단순히 장소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객의 안전과 위생을 관리해야 할 법적 의무를 지닌다.
공중위생관리법 제4조에 따르면 목욕장업자는 이용자에게 건강상 위해요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설을 위생적이고 안전하게 관리해야 한다. B씨가 흘린 땀으로 수질이 오염되거나, 격한 운동으로 물이 튀어 바닥이 미끄러워졌다면 이는 업주가 즉각 제재하고 관리해야 할 사안이다.
만약 B씨가 튀긴 물이나 땀 때문에 다른 손님이 미끄러져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 업주는 '안전배려의무 위반'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2022가단102577)은 목욕탕 바닥 물기로 인해 발생한 낙상 사고에 대해, 업주가 수시로 물기를 제거하고 안전을 배려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례가 있다. 즉, 업주가 B씨의 '알몸 운동'을 알고도 방치하다가 위생 문제나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민사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땀 흘리며 운동한 당신, '손해배상' 청구서 날아올 수도
결론적으로 B씨의 '나 홀로 헬스'는 단순한 진상 짓을 넘어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B씨의 행위로 인해 다른 이용객이 미끄러져 부상을 입거나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면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조언한다. 공중목욕탕은 다수가 이용하는 공간인 만큼, 개인의 '운동 욕구'보다 타인의 '안전과 위생'이 법적으로도 우선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