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 혐의 물리치료사…합의하면 면허 취소 피할 수 있나
불법촬영 혐의 물리치료사…합의하면 면허 취소 피할 수 있나
불법촬영 혐의로 구형 2년
피해자는 합의금과 별개로 '취업 제한' 원해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카메라등이용촬영죄로 재판에 넘겨진 가해자 B씨 때문에 피해자 A씨는 선고를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수차례에 걸쳐 불법 촬영을 저지른 B씨는 물리치료사 자격을 가진 상태였다.
가해자 측은 합의를 제안해 왔지만, A씨의 진짜 목표는 단순한 금전적 배상이 아니다. A씨는 B씨가 향후 물리치료사로 다시 근무하지 못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A씨는 B씨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으면 면허가 취소되는지, 만약 합의를 거쳐 벌금형 등으로 감형될 경우 병원 취업에 아무런 불이익이 없는지 궁금했다.
합의가 자칫 가해자의 재기를 돕는 결과를 낳을까 걱정스러워서다. 가해자의 직업적 복귀를 막을 법적 방법은 없을까?
성범죄 유죄 판결받아도 물리치료사 면허는 유지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B씨가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등이용촬영죄로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물리치료사 면허가 자동으로 취소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를 두고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부 갈렸다. 일부 변호사들은 집행유예 역시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므로 면허 취소 사유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다수 변호사의 해석은 달랐다. 물리치료사의 자격 및 면허를 규정하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의 법률적 한계 때문이다.
법무법인 영민 김용현 변호사는 "의료기사법상 면허취소 사유는 특정 법률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 등을 명시하고 있는데, 성폭력처벌법은 해당 결격사유에 직접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선고되더라도 그 자체로 면허가 당연 취소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법무법인 목민 박현익 변호사 역시 "최근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면허가 취소되도록 의료법이 강화되었으나, 물리치료사는 적용받는 법 체계가 다르다"며 "현행 의료기사법상 결격사유에는 성범죄 형사처벌이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우선 조상우 변호사, 서울종합법무법인 서명기 변호사 등도 동일한 견해를 밝혔다.
진짜 직업적 제재는 '취업제한명령'
면허가 유지된다고 해서 가해자가 아무런 제한 없이 물리치료사로 계속 근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질적인 제재는 '취업제한명령' 제도를 통해 이뤄진다.
법원은 성범죄 사건에서 유죄 판결을 내릴 때, 형벌과 별개로 최대 10년의 범위 내에서 관련 기관 취업제한명령을 함께 부과할 수 있다.
취업제한 대상에는 의료법상 의료기관이 포함되며, 물리치료사 역시 이 대상 직군에 해당한다.
법무법인(유) 에스제이파트너스 윤승진 변호사는 "면허 자체가 취소되지 않더라도 성범죄 유죄 판결이 확정되면 법원은 의료기관 취업제한명령을 부과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의료기관은 채용 시 성범죄 경력 조회가 의무화되어 있어, 취업제한 기간 동안은 병원 재취업이 사실상 원천 차단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재판부가 재범 위험성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면 취업제한명령이 면제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합의 이뤄질수록 가해자 취업길 열어줄 수도
이 지점에서 피해자 A씨는 중대한 딜레마에 직면한다. 적정한 피해보상 확보와 가해자의 직업적 제재라는 두 목적이 서로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우선 조상우 변호사는 "피해자와의 합의가 성립되어 벌금형이나 낮은 형량이 선고될수록, 법원이 부과하는 취업제한 기간이 단축되거나 면제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피해자는 합의 진행 과정에서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법무법인 온조 정예린 변호사는 "선고 전 재판부에 취업제한명령 부과의 필요성과 엄벌을 요청하는 탄원서 및 의견서를 제출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만약 가해자가 합의 대신 법원에 금액을 맡기는 '형사공탁'으로 감형을 시도할 경우, 공탁금을 수령할 의사가 없음을 재판부에 명확히 밝히며 엄벌을 요구하는 것도 주요한 대응 전략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