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검사'를 보면 검찰이 보인다
'모범검사'를 보면 검찰이 보인다
대검찰청 2019년 하반기 모범검사 3명 선정
'일선 형사부' 검사, '경찰 비위' 잡아낸 검사, '경찰 협조' 잘 해온 검사
검찰이 생각하는 '검찰이 나아갈 길'

2019년 하반기 '모범검사'로 선정된 검사들왼쪽부터 이정민, 조은수, 서성광 검사. /대검찰청
대검찰청은 29일 '2019년 하반기 모범검사' 세 명을 발표했다. 일선 형사부에서 열심히 근무한 검사와 경찰 비위를 밝혀낸 검사, 경찰과 긴밀히 협력해온 검사가 선발됐다.
이 세 검사는 검찰이 생각하는 '검찰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보여준다. 거악(巨惡)을 처단하는 반부패수사가 아니라 일반 형사 사건을, 경찰의 비위를 잡아내면서도 협조를 이끌어내는 검찰상(像)이 이번 '모범검사' 선정에 투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범검사 3명 중 첫번째 선정된 이정민(41·사법연수원 35기) 검사는 일선 형사·공판부서에서 근무경험이 많은 검사다. 국민 일상생활과 직결되는 형사사건 실체를 규명하고, 사건관계인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고자 노력한 점을 인정받았다.
특히 조사과정 중 우울증이 있는 피의자의 자살 기도 징후를 알아채고 피의자의 집에 미리 준비돼 있던 번개탄과 수면제를 수거했다. 그리고 사회복지사를 연결해 정신과 상담을 안내했다. 해당 피의자는 이 검사에게 "삶에 대한 희망을 일깨워줘 감사하다"는 편지를 썼다.
조은수(47·36기) 검사는 '경찰 견제'를 제대로 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모범검사로 선정됐다. 조 검사는 경찰이 '알코올중독자의 자연사'로 범죄혐의가 없다고 보고한 사건에 대해 의문점을 품고 직접 사체를 검시해서 의문의 상처를 발견했다. 그 뒤 유족을 설득해 부검을 했고, 술에 취해 주정을 하던 변사자가 아들에게 폭행당해 사망한 사실을 밝혀냈다. 조 검사가 아니었으면 덮였을 사건이었다.
또 조 검사는 경찰관의 독직폭행 혐의도 규명했다. 독직폭행이란 경찰관이 직권을 남용해 피의자나 참고인을 폭행하는 행위를 말한다. 피의자 등뒤로 수갑을 채운 채 팔을 꺾어올리는 '날개꺾기'가 대표적이다.
반면 경찰과 중요 강력·선거 사건에서 긴밀하게 협력해온 서성광(40·40기) 검사도 모범검사로 선정됐다. 서 검사는 지난 지난해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수사 초기 단계부터 경찰과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그 결과 다양한 증거를 확보해 선거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했다.
대검찰청은 지난 1997년부터 1년에 두 번 성과를 낸 검사 3명을 뽑아 '모범검사'로 시상하고 있다. 매번 검사들이 선정될 때마다 당시 검찰이 고민하는 부분이 드러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에 선정된 이정민⋅조은수⋅서성광 검사도 현재 시점 검찰의 '고민'이 읽힌다.
일선 형사부 검사로 활약한 이정민 검사는 '검찰이 국민들에게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정치인이나 재벌과 싸우는 반부패수사부(옛 특수부)나 공안사범을 잡아내는 공공수사부(옛 공안부)가 아니라 형사부에 힘을 싣겠다는 방향성으로 해석된다.
대검 고위 관계자는 "특수통이나 공안통으로 커나가야 승진하고 좋은 자리에 간다는 인식 대신 형사통으로 이름을 날려도 조직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조은수⋅서성광 검사는 검찰과 경찰의 관계를 보여준다. 경찰이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적절히 견제(조은수 검사)하면서도 경찰과 협력(서성광 검사)해서 범죄를 처단하는 검찰이 되어야 한다는 의지로 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