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주차도 아닌데, 맘대로 단속 스티커 붙인 레고랜드…이거 재물손괴죄 아닌가요?
불법 주차도 아닌데, 맘대로 단속 스티커 붙인 레고랜드…이거 재물손괴죄 아닌가요?

'주차 금지' 구역이 아닌데도, 이면도로에 주차를 한 차에 스티커를 붙이며 단속을 한 레고랜드. 단속 권한도 없는데 차량에 이렇게 주차금지 스티커를 임의로 붙인 행동에 '재물손괴’를 적용할 수 없을지 따져봤다. /연합뉴스·SNS 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개장 직후부터 비싼 요금과 미흡한 시설 관리로 논란이 일었던 춘천 레고랜드. 이번엔 '주차 문제'로 갈등을 자초했다.
레고랜드 주차비는 1시간만 무료다. 이후 1만 8000원의 요금을 부과하고 경차 등에 대한 별도 할인도 없다. 이에 일부 관람객들이 이면도로에 주차했는데, 레고랜드가 이 차들에 대한 단속에 나선 것이다. 이곳은 "주차해서는 안 된다"는 표시가 없는 곳. 레고랜드에 속해 있는 곳도 아니지만, 차량 조수석 유리창마다 '주차금지' 스티커를 부착했다.
이러한 대응에 관람객들의 불만이 속출했고, 레고랜드 측은 "안전사고 예방 조치였다"며 "앞으로는 스티커를 붙이지 않겠다"고 수습에 나섰다. 그런데, 권한도 없이 관람객들의 차량에 스티커를 붙여온 레고랜드 측 행동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순 없는 걸까.
레고랜드가 관람객들의 차량에 스티커를 붙인 행동에 재물손괴죄가 적용될 수 있을지 살펴봤다. 형법상 재물손괴죄는 고의로(①) 다른 사람의 물건을 망가뜨리거나,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했을 때(②) 성립한다.
우선 레고랜드 측에 최소한의 고의는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①). 레고랜드 측이 "우리에게 차량을 단속할 권리가 없다는 것을 안다"면서도 임의로 주차금지 스티커를 붙인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①).
그렇다면, 이러한 스티커 부착으로 인해 자동차가 망가졌거나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됐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②).
판례를 보면 주차금지 스티커를 붙인 행위로도 재물손괴죄가 인정된 경우는 있었다. 지난 2018년, 인천지법은 순간접착제로 다른 사람의 차량에 주차금지 스티커를 붙인 사람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이 사건 피고인은 운전자 시야를 가리는 위치에, 잘 떨어지지 않도록 스티커를 붙였다.
대법원은 '일시적'으로 재물을 이용할 수 없는 수준으로 만든 경우에도 재물손괴로 봐왔다(2007도2590). 이에, 인천지법 재판부는 이 정도면 일시적으로나마 운전을 할 수 없도록 한 것으로 보고 재물손괴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러한 점을 모두 종합해보면, 레고랜드 측이 주차금지 스티커를 붙임으로써 이용객의 차량을 잠시라도 운행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면 재물손괴죄가 적용될 수 있었다.
하지만 레고랜드 측이 붙인 스티커는 판례에 이르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손이나 칼을 이용하면 쉽게 떼어낼 수 있도록 한 상태였고, 스티커 역시 조수석에 부착돼 운전석을 가리지도 않기 때문이다.
결국, 레고랜드가 권한 없이 임의로 주차단속을 했더라도 재물손괴에 대한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