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민정수석" 한 줄 자소서에 학력도 허위지만…"처벌 어렵다"
"아버지가 민정수석" 한 줄 자소서에 학력도 허위지만…"처벌 어렵다"
청와대 민정수석 아들, 기업 지원서에 "아버지가 민정수석이니 많은 도움 드리겠다"
김 수석, '아빠 찬스' 논란 하루 만에 경질…시민단체는 업무방해 혐의로 아들 고발
변호사들 "아들 김모씨에 대한 형사처벌은 어려울 것"

'아빠 찬스' 논란에 김진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1일 경질됐다. /연합뉴스·MBC 캡처·편집=조소혜
짧게는 몇백 자, 길게는 천자 이상을 채워야 하는 자기소개서의 '성장 과정' 칸에 딱 한 줄이 적혀있었다.
"아버지께서 현 민정수석이신 김진국 민정수석이십니다."
사칭이 아닌가 싶었지만, 진짜 청와대 민정수석의 아들이 맞았다. 30대 김모씨는 다른 자기소개 항목에서도 자신을 소개하는 대신 거듭 아버지를 언급했다. '학창 시절' 칸에는 "아버지께서 많은 도움을 주실 것"이라고 적었고, '성격의 장단점' 칸에도 "아버지께 잘 말해 이 기업의 꿈을 이뤄드리겠다"라고 적었다.


지난 20일 MBC의 보도로 이와 같은 사실이 알려졌다. '아빠 찬스' 논란이 불거졌고, 김 수석은 의혹 제기 하루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김 수석은 "전적으로 자신의 불찰"이라며 고개를 숙였고, 아들 김씨도 "너무 취직하고 싶어서 철없는 행동을 했다"며 사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김 수석의 아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로톡뉴스는 실제로 김씨가 형사 처벌될 가능성이 있을지 알아봤다.
변호사들은 "다각도로 분석해봤지만, 형사 처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버지를 언급한 것만으로는 회사에 업무방해의 위험성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위력(威力⋅사회적 지위 등 타인의 의사를 제압하는 정도의 세력) 등을 행사해 회사의 인사업무를 방해했을 때 형법상 업무방해죄(제314조)가 성립한다. 합격 등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하지 않았어도,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으면 충분하다.
하지만 마이법률사무소의 김지혁 변호사는 "단순히 아버지를 '언급'만 했다면, 이러한 위험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인사 업무는 담당자의 재량이 폭넓게 작용하기 때문에 의사결정에 어느 정도 압박을 받았다 하더라도 반드시 이러한 위험이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김씨가 구체적으로 특정 업무에서 아버지의 지위를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자세히 기술했거나 김 수석이 직접 회사에 연락을 취해 아들의 입사를 요구하지 않았다면, 별도의 범죄가 성립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김 수석이 아들의 취업 과정에 관여한 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른 변호사들의 의견도 비슷했다. 법무법인 최선의 이준상 변호사는 "부적절한 기재일 순 있어도, 법적으로 처벌될 사항은 아니라고 보인다"고 했고, 법무법인 온세상의 설현섭 변호사도 "언급만으로 별도의 범죄가 성립될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법률 자문

김씨는 자기소개서에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3월 용인대 격기지도학과를 졸업했다고 적었지만, 사실은 졸업한 게 아니라 다른 대학으로 옮겼다가 자퇴한 것으로 확인됐다.
위력뿐 아니라 위계(僞計⋅속임수)를 행사해 회사의 인사업무를 방해했을 때도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 따라서 학력을 허위로 적은 만큼, 이 부분에 대해선 업무방해죄로 처벌될 수 있는 게 아닐까.
하지만 변호사들은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다. 적극적으로 위조된 졸업증명서 등을 제출한 게 아니라 단순히 학력만 허위로 기재했다면, 역시 업무방해의 위험성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 근거는 대법원 판례에 있다. 지난 2007년 대법원은 "인사 업무는 신청서의 내용이 사실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자격요건 등을 심사하는 것"이라며 "담당자가 허위의 내용을 가볍게 믿고 수용했다면, 담당자의 불충분한 심사가 원인이므로 업무방해의 위험성을 발생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이준상 변호사는 "김씨가 졸업증명서 등을 위조했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업무방해로 처벌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며 "회사는 지원서의 진위를 객관적인 서류를 통해 검증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지혁 변호사 역시 "단순히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경우만으로 업무방해 처벌은 어렵다"고 했고, 설현섭 변호사도 "김씨가 추가로 제출한 서류가 있는지가 중요할 것"이라며 비슷한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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