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벽 상가’ 믿고 샀더니 시멘트벽…법원, 수분양자 억대 손해배상 인정
‘유리벽 상가’ 믿고 샀더니 시멘트벽…법원, 수분양자 억대 손해배상 인정
잔금 지급 후에도 2.9억 배상 판결
불법행위 배상금으로 억대 보상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수원고등법원 제7-2민사부는 상가호실 수분양자인 원고 A, B가 분양회사인 피고 C 주식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기) 소송(2024나13797)에서, 제1심 판결을 변경하여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사건의 핵심은 피고가 분양 과정에서 원고들에게 제공한 홍보물(평면도, 모형도) 에 있다.
해당 홍보물에는 원고들이 분양받은 상가호실(F, G, H호)의 후면 외벽이 유리로 시공될 것처럼 표시되어 있었다.
유리벽은 개방감, 채광, 모객 효과 등 상가의 가치를 높이는 주요 요소로, 후면에 정원까지 조성될 예정이어서 그 조망권이 기대되는 상황이었다. 또한, 원고 B가 분양받은 H호는 계약서상 마감 천장고가 3.2m로 안내되어 있었다.
그러나 실제 시공 결과는 홍보 내용과 달랐다.
상가호실의 후면 외벽은 유리 대신 시멘트로 시공되었고, H호의 천장 높이는 안내된 3.2m보다 약 40cm 낮은 2.8m로 완성됐다.
'잔금 지급' 순간, 계약 취소 가능성이 사라진 이유
원고들은 이 같은 사실을 2019년 5월경 상가 방문을 통해 직접 확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 A은 2019년 9월 25일에, 원고 B는 그 다음 날인 9월 26일에 분양대금 잔금을 지급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이후 원고들은 피고의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이 기망에 의한 것이므로 취소한다는 의사를 피고에게 전달하고, 계약 취소를 전제로 한 부당이득반환 청구(주위적 청구) 를 제기했다.
법원은 피고가 외벽 재질 및 천장 높이에 관한 고지의무를 위반한 것이 부작위에 의한 기망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원고들의 계약 취소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원고들이 시공 현황을 직접 확인하여 취소 원인이 소멸된 후, 계약에 따른 잔금지급의무를 이행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행위는 민법상 법정추인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즉, 원고들이 이미 취소할 수 있는 행위를 유효하게 만들겠다는 의사(추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법률이 정한 요건을 갖추었기에, 더 이상 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원고들이 '잔금 지연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서' 잔금을 납부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정추인은 내심의 이유와 관계없이 발생하는 효과이므로 이 주장은 기각됐다. 이로써 계약 취소를 전제로 한 주위적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고 결론 났다.
고지의무 위반은 명백한 '불법행위', 법원이 인정한 배상액은?
주위적 청구가 기각된 후, 재판부는 기망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예비적 청구) 를 심리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외벽 재질 및 H호 천장 높이에 대한 고지의무를 위반하고 원고들을 기망하여 분양계약을 체결하도록 한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판단했다.
손해배상액의 산정은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했을 재산상태'와 '현재의 재산상태'의 차액, 즉 기망행위로 인한 가치하락 금액 상당으로 봤다.
법원이 인용한 감정 결과에 따르면, 외벽이 시멘트로 시공되고 H호의 천장 높이가 낮아짐으로 인한 가치하락 금액은 다음과 같다.
- 원고 A (F, G호): 53,600,000원 + 62,080,000원 = 115,680,000원
- 원고 B (H호): 174,960,000원 (후면 시멘트 시공으로 인한 가치하락 155,520,000원 + 천장 2.8m 시공으로 인한 가치하락 19,440,000원) = 174,960,000원
이에 따라 법원은 피고에게 원고 A에게 115,680,000원, 원고 B에게 174,960,000원 및 잔금 납부일로부터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상가를 분양받은 피해자들이 계약을 취소하지 못하더라도 분양회사의 기망행위로 인한 재산상 손해에 대해서는 배상받을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결과다.
분양시장 경종 울린 판결, '법정추인' 넘어선 '손해배상 책임' 확정
이번 판결은 분양 과정에서 홍보 내용과 실제 시공 간의 중대한 차이가 발생했을 경우, 비록 수분양자가 사후에 계약 이행(잔금 지급)을 완료하여 계약 취소는 불가능하더라도, 분양회사의 고지의무 위반에 따른 불법행위 책임은 면할 수 없음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카탈로그나 모형도의 내용이 단순 참고용이라는 문구가 있더라도, 외벽 재질과 층고와 같은 핵심 사항의 차이는 통상 예측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는 변경으로 보아 분양회사의 책임을 인정했다.
이번 법원의 판단은 분양대행사가 제시하는 홍보물과 고지 내용에 대한 신뢰 보호 원칙을 강조하며, 불투명했던 분양 시장에 경종을 울릴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