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개설자 '갓갓' 문형욱, 1심서 징역 34년
n번방 개설자 '갓갓' 문형욱, 1심서 징역 34년
재판 시작 304일 만에 나온 결론⋯검찰은 무기징역 구형, 재판부는 징역 34년 선고
"피해자와 합의하려 집 팔았다" "성적 호기심 터부시하는 사회구조가 문제" 주장

대구지법 안동지원 형사부가 n번방 개설자 '갓갓' 문형욱에게 8일 징역 34년을 선고했다. /독자제공⋅연합뉴스⋅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지난해 5월 체포된 n번방 개설자 '갓갓' 문형욱에게 8일 징역 34년이 선고됐다. 지난해 6월 1심 재판이 시작된 지 304일 만에 나온 첫 결론이다.
대구지법 안동지원 형사부(재판장 조순표 부장판사)는 문형욱에게 10년간 신상정보 공개·고지, 30년간 전자발찌 부착을 함께 명령했다. 신상정보 공개 10년과 전자장치 부착 명령 30년은 법정최고형이다. 지난해 10월 검찰은 문형욱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문형욱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과 배포⋅강제추행⋅특수상해 등 12개 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검찰은 문형욱의 범죄 혐의를 추가로 입증하기 위해 노력했다.
지난달 11일, 검찰은 문형욱의 성착취물이 담긴 이동형 저장장치(USB)와 텔레그램 출력자료 등을 추가로 법원에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문형욱이 아동과 청소년의 나체, 성기가 드러난 성착취물을 제작했다는 점이 새로운 공소사실로 포함됐다. 문형욱은 지난 2015년부터 유사 범죄를 이어왔고, 지난 2019년부터 '갓갓'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제작·유포한 성착취물만 3762개에 달한다.
이렇게 강화된 공소사실을 바탕으로 법원은 중형을 선고했다.
지난 1년간 문형욱은 반성문을 단 한 번 제출했다. 그마저 자신에게 무기징역이 구형된 직후 제출된 것이었다.
문형욱의 재판 과정은 반성과 참회보다는 현실도피에 가까웠다. n번방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eNd) 단체가 지난달 22일 직접 방청한 결심공판 후기에 따르면, 당시 문형욱의 변호인은 이번 사건의 책임을 일탈한 피해자와 그러한 피해자를 품어주지 못한 사회 구조로 돌리며 변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재판을 방청한 이들에 따르면 "피해자 중 일부는 자신의 SNS에 직접 성기 사진을 노출한 일탈 계정을 운영한 바 있다"면서 "청소년기에 겪는 성적 호기심조차 터부시하는 사회 구조로 인해, 피해를 당하고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문형욱의 변호인은 주장한 것으로 밝혀졌다.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이를 빌미로 피해자를 협박한 가해자는 문제 삼지 않았다. 다만 피해자들과 합의를 하기 위해 문형욱의 가족이 집을 처분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양형에 반영해줄 것을 호소했다고 했다.
이날 현장에서 선고 결과를 지켜본 대구경북지역 여성단체들은 "더이상 디지털 성착취 행위가 실수나 놀이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전국의 많은 법원들이 가해자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난 판결을 내놓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수민 대구여성인권센터 활동가는 "문형욱에게 징역 34년이 선고되긴 했지만, 일부 성착취 행위에 대해선 영리를 취하지 않았거나 문화상품권을 대신 받았다는 이유로 유죄가 인정되지 않았다"면서 판결에 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텔레그램 성착취방을 이용했던 사람들에 대한 처벌도 좌시되어선 안 될 문제"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