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킥보드 음주운전 재판 중 처벌 가볍게 법 개정됐다면…대법 "무조건 신법 적용"
전동킥보드 음주운전 재판 중 처벌 가볍게 법 개정됐다면…대법 "무조건 신법 적용"
술 마시고 킥보드 운전한 혐의⋯2심 선고 이후 개정안 시행
대법원, 약 60년 만에 판례 변경⋯일명 '동기설' 뒤집었다
"개정 동기 상관없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변경된 신법 적용해라"

범죄를 저질러 재판을 받는 도중에 피고인에게 유리한 내용으로 법이 개정되면, 법 개정의 이유를 불문하고 바뀐 신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연합뉴스
술을 마시고 전동킥보드를 타 재판에 넘겨진 A씨. 그에게는 도로교통법상 제148조의2가 적용됐다.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규정이었다. 그리고 1심 재판부는 A씨가 이미 4차례나 음주운전을 저질렀던 사실을 근거로 징역 2년 10개월을 선고했다.
그런데 A씨의 2심 재판이 진행되던 중 도로교통법이 개정됐다. 그러면서 제148조의2로 처벌할 수 있는 대상에서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를 제외했다. 그리고 전동킥보드를 타고 음주운전을 했을 시에는 도로교통법 제156조 제11호를 통해 처벌하도록 했다. 해당 조항은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원칙대로라면, 피고인 A씨는 개정 전 도로교통법으로 처벌되는 게 맞았다. 지난 1963년 대법원 판결을 이후로 약 60년간 그래왔다. 하지만, 지난 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이러한 원칙을 바꾸는 판결을 내렸다. 판결이 확정되기 전, 관련 법령의 처벌이 가벼워지는 등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변경됐다면 이유를 불문하고 개정된 새로운 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형법 제1조 1항에 따르면, 어떤 행위를 처벌할 때는 법을 어긴 당시의 법령을 적용해야 한다. 이를 '행위시법주의'라 한다. 신법(新法)이 시행됐더라도, 그 이전에 범행을 저질렀다면 신법을 적용할 수 없다.
예외적으로 신법을 적용할 수 있는 경우가 있긴 하다. 형법 제1조 제2항에 따라서다. 이는 범죄 후 법률이 변경돼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않거나, 형이 구법(舊法)보다 가벼워진 경우에 신법(재판시법)을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지난 1963년 대법원은 형법 제1조 제2항을 적용할 때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동기'가 있어야 한다고 봤다. 기존의 처벌 자체가 부당하거나 과하다는 반성이 법 개정의 동기가 된 경우에만 신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대법원 62도257 판결). 이를 '동기설'이라고 부른다. 쉽게 말해 기존 규정이 잘못됐다는 반성의 의미(반성적 고려)에서 개정됐을 때만 피고인에게 신법이 적용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동기설에 부합하지 않으면 원칙대로 행위시법주의에 근거해 처벌해왔다.
일례로, 지난 1998년 단란주점 업주가 영업시간 제한 규정을 어기고 손님을 받아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일이 있었다. 그런데 재판 도중 식품위생법을 근거로 단란주점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보건복지부 고시가 없어지자, 업주는 대법원에 자신을 처벌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당 규정이 사라진 건, 사회 상황 변화에 따른 영업시간 제한 필요성의 감소와 단속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정책적 필요성 때문이라고 했다. 기존 법에 부당한 부분이 있어 반성의 의미로 개정된 것이 아니기에, 신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약 60년간 이어져온 법원의 기존 입장은 지난 22일 A씨 사안에서 뒤집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반성적 고려에 따른 변경 여부를 따지지 않고,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개정된 신법을 따라야 한다며 판례 변경을 했다.
대법원은 "개정된 법에 '기존 법령 위반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을 유지한다'는 내용의 규정이 없다면, 원칙적으로 형법 제1조 2항을 적용해야 하므로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변경된 신법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른바 '동기설'에 따른 종래 대법원 판례를 모두 변경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개정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A씨가 음주 상태로 전동킥보드를 운전한 행위는 개정 규정의 적용 대상이기 때문에 구법을 적용한 원심(2심) 판결을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행위시법(형법 제1조 1항)과 재판시법(형법 제1조 제2항) 사이에서 재판규범을 결정하는 기준에 관해 1960년대부터 장기간 형성·유지되어온 판례 법리(동기설)를 폐기하고 새로운 법리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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