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부장 이야기' 보다가 안전관리자들 뒷목 잡았다…분노해도 명예훼손 고소는 어렵다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김 부장 이야기' 보다가 안전관리자들 뒷목 잡았다…분노해도 명예훼손 고소는 어렵다

2025. 11. 24 12:18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똥 치우는 게 안전관리?" 분노한 현장직

드라마 '김부장' 명예훼손 성립할까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드라마에서 안전 관리 팀장으로 인사 발령된 김낙수 모습. /JTBC 홈페이지 캡처

"명문대 나와 대기업 부장까지 달았던 엘리트가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가 유배된 곳은 '안전관리팀'. 그곳에서 그가 하는 일은 안전 점검이 아니라 변기를 뚫고 개똥을 치우는 일이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이하 '김부장')의 설정이다. 드라마는 주인공의 몰락을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안전관리직을 소위 유배지이자 잡일 담당으로 묘사했다.


현장의 반응은 냉담함을 넘어 격앙된 상태다. 대한중대재해예방협회는 "생명을 다루는 숭고한 직무를 징벌적 좌천의 수단으로 격하시켰다"며 방송사에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 공분은 법정에서도 승소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까.


모두를 욕하면 누구도 욕한 게 아니다?… 집단 명예훼손의 딜레마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법률 용어로 '집단표시에 의한 명예훼손'이다.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누구인지 명확히 알 수 있어야 한다(특정성). 그런데 이번처럼 "대한민국의 모든 안전관리자"를 모욕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상황에서는 법리적 판단이 까다로워진다.


법원은 집단의 크기가 매우 크거나 구성원이 불특정 다수일 경우, 그 비난이 개별 구성원에게까지 도달하지 않는다고 본다. 예를 들어 "서울 시민은 다 거짓말쟁이"라고 했다고 해서, 서울 시민 김철수 씨가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현재 국내 안전관리직 종사자는 제조업, 건설업 등을 합쳐 수십만 명에 달하는 거대 집단이다. 소속도, 직급도, 하는 일도 천차만별이다. 드라마 속 묘사가 전국의 수많은 안전관리자 중 특정인을 지목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개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은 성립하기 어렵다.


사실이냐 허구냐... 창작의 자유라는 방패

설령 피해자가 특정된다고 가정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예술 창작의 자유다.


명예훼손은 사실이나 허구의 사실을 적시했을 때 성립한다. 하지만 드라마는 태생적으로 '허구'다. 시청자들은 배우 류승룡이 연기하는 '김낙수 부장'이 가상의 인물임을 알고 본다.


법원은 예술 작품 내의 묘사가 다소 과장되거나 현실을 비틀었더라도, 그것이 창작의 영역에 속한다면 폭넓게 허용하는 경향이 있다. 드라마가 안전관리직을 희화화한 것은 주인공의 시련을 강조하기 위한 극적 장치일 뿐, 실제 특정 안전관리자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사실 적시'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다.


결국, 법원이 드라마 제작진에게 형사적(명예훼손·모욕) 책임이나 민사적(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법의 잣대로만 보면 방송사는 무죄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법적 책임이 없다고 해서 사회적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안전관리자는 산업 현장에서 근로자의 생사를 책임지는 최전선의 전문가로 인식되고 있다. 드라마가 비록 허구라 할지라도, 특정 직업군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거나 직업의 귀천을 나누는 듯한 묘사는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