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 전액 환불’ 사상 초유의 결단...넥슨 ‘메이플’ 확률 논란에 수장 전격 교체
‘2000억 전액 환불’ 사상 초유의 결단...넥슨 ‘메이플’ 확률 논란에 수장 전격 교체
“더 이상 은폐는 없다” 강원기 본부장 보직해임
강대현 대표 직접 등판해 경영 쇄신 사활

메이플 키우기 /연합뉴스
넥슨이 최근 불거진 방치형 모바일 게임 '메이플 키우기'의 확률 조작 논란에 대해 매출액 전액 환불이라는 파격적인 보상안을 발표한 데 이어, 지식재산권(IP) 총괄 책임자를 경질하는 인적 쇄신안을 단행했다. 2026년 2월 2일, 넥슨은 사내 공지를 통해 강대현 넥슨코리아 공동대표가 '메이플본부' 본부장을 직접 겸임하며 조직 체질 개선에 나선다고 밝혔다.
그동안 메이플스토리 IP를 상징해 온 강원기 본부장은 이번 사태의 관리 책임을 물어 보직 해임됐다. 경영진은 추가 조사를 통해 결과에 상응하는 후속 조치를 이어갈 계획임을 명확히 했다.
“안 나오는 확률이었다”... 2000억 환불 부른 ‘치명적 오류’의 전말
이번 사태의 중심에 있는 '메이플 키우기'는 넥슨이 에이블게임즈와 공동 개발해 지난해 11월 출시한 야심작이다. 출시 직후 양대 앱 마켓 매출 1위를 기록하며 흥행 가도를 달렸으나, 불과 3개월 만에 게임의 근간을 흔드는 세 가지 결정적인 결함이 드러났다.
첫 번째는 유료 재화를 사용하는 ‘어빌리티’ 시스템의 확률 은폐다. 출시 후 약 한 달간 캐릭터의 능력치를 결정하는 이 시스템에서 사실상 ‘최대 수치’가 등장하지 않도록 설정되어 있었으나, 넥슨은 이를 이용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두 번째는 성능 표기 오류다. 이용자들이 직접 실험한 결과, 캐릭터의 '공격 속도' 수치가 게임 내 화면에 표시된 것과 달리 실제 전투에서는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는 이용자들이 성능 향상을 위해 지불한 유료 재화의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결과였다.
마지막으로 ‘빠른 사냥 티켓’의 확률형 아이템 공시 누락이다. 해당 티켓은 사용 즉시 무기 뽑기권 등 유료 재화를 획득하는 구조로, 게임산업법상 확률 공개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공시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한국게임이용자협회는 지난 1월 28일, 이용자 1507명을 대리해 넥슨이 기만적 방법으로 소비자를 유인하고 중대한 하자를 은폐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서를 제출했다. 넥슨은 결국 “치명적인 오류를 확인하고도 고지하지 않고 수정한 잘못이 있다”며 고개를 숙였고, 업계 추산 1500억 원에서 2000억 원에 달하는 매출 전액을 환불하기로 했다.
징벌적 배상 피할 수 있나... 법조계 “고의적 은폐 시 손해액 3배 배상 가능”
법조계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운영 미숙을 넘어 명백한 법률 위반 소지가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우선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산업법) 제33조 제2항에 따른 ‘확률형 아이템 표시의무 위반’이 핵심 쟁점이다.
현행법상 게임 이용자의 구매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확률 정보는 반드시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이를 위반하거나 거짓으로 표시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게임산업법 제45조 제7호). 특히 게임산업법 제33조의2는 사업자의 고의가 인정될 경우 손해액의 3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상거래법) 위반 여부도 도마 위에 올랐다. 넥슨이 게임의 중대한 하자를 인지하고도 이를 은폐한 채 결제를 유도한 행위는 전자상거래법 제21조 제1항 제1호가 금지하는 ‘기만적 방법에 의한 소비자 유인’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파목에 따라, 이용자들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한 행위가 공정한 상거래 관행에 반하는 부정경쟁행위로 해석될 여지도 존재한다.
인사 조치의 정당성과 향후 전망... “보직해임은 사용자의 정당한 권한”
책임자로 지목되어 보직 해임된 강원기 본부장의 인사 조치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민간 기업의 보직 해임은 인사권자의 고유한 경영 판단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과거 판례(대법원 2002. 5. 31. 선고 2000다18127 판결)를 통해 근로자의 보직을 해임하는 것은 사용자의 인사권 행사로서, 징계와는 별개의 인사 조치로 볼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다만, 이러한 조치가 징계의 성격을 띠면서 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했을 경우에는 향후 법적 다툼의 소지가 있으나, 이번 사안처럼 중대한 경영상 손실과 사회적 논란이 발생한 경우 기업의 인사 조치는 폭넓게 인정되는 추세다.
넥슨은 이번 인사를 통해 개발 환경과 운영 프로세스를 전면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공정위 조사와 이용자들의 추가적인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이 남아 있어, 2000억 원의 환불액 외에도 넥슨이 짊어져야 할 법적·경제적 리스크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