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천 초등학생 화재 참사' 만든 건 판사 한 사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법이다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단독] '인천 초등학생 화재 참사' 만든 건 판사 한 사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법이다

2020. 09. 17 18:48 작성2020. 09. 18 09:40 수정
안세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엄마⋯사고 전 법원의 보호 명령 기각 소식 알려지며 공분

"법원이 사고 막지 못했다"는 지적 나오는 가운데⋯전국 법원, 격리 명령 '0건'

아무도 없는 집에서 초등생 형제끼리 라면을 끓이다 중화상을 입은 '인천 초등생 형제 화재 사고'. 이 사고 뒤에는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었다. /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아무도 없는 집에서 초등생 형제끼리 라면을 끓이다 중화상을 입은 '인천 초등생 형제 화재 사고'. 이 참변을 "법원이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고 약 2주 전,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두 아들을 방치하고 있는 어머니를 아이들로부터 격리해달라"고 했음에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인천가정법원은 당시 '격리' 대신 '상담 치료'를 선택했다. 이미 3차례 아동학대 신고가 있었고, 이에 따른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그랬다. 인천가정법원 측은 "아동보호전문기관 및 전문가 의견을 청취⋅종합한 결과"라고 해명했지만, 비난의 화살은 막을 수 없어 보인다.


그런데 로톡뉴스 취재 결과, 애초에 이런 격리 명령이 내려질 가능성이 없었다는 점이 드러났다. 대법원 최신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한 해 동안 인천가정법원은 단 '한 건'의 격리 명령도 내리지 않았다. 인천뿐 아니라, 전국 법원에서도 '0건'으로 확인됐다.


어째서일까.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었다.


전국 법원에서 아동 학대 가해자와 피해자 격리 명령 내려진 건 '0건'

이번에 법원에서 기각된 '격리' 명령은 아동학대처벌법(제47조)상 '피해아동보호명령 제도'에 근거한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법원에 "보호 명령을 내려달라"고 할 수 있는 제도다. 이번 인천 사건에서도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어머니를 두 형제가 머무는 공간에서 '퇴거 등 격리(1호)'해달라"고 요청했었다.


이번 사건에서 어머니에게 격리 명령이 내려졌다면, 어머니와 두 아들은 분리 수용된다. 법원이 정한 기간만큼 아이들은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지낼 수 있다.


하지만 인천가정법원은 격리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그 이유를 알아보던 중에 뜻밖의 사실과 마주했다. 법원행정처가 펴낸 '2019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 2018년 한 해 동안 '1호 격리(퇴거)'가 내려진 건, 전체 720건의 사건 중 단 한 건도 없었다.


대법원 최신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한 해 동안 전국 법원에서 단 '한 건'의 격리 명령도 내려지지 않았다. /법원행정처 '2019 사법연감'
대법원 최신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한 해 동안 전국 법원에서 단 '한 건'의 격리 명령도 내려지지 않았다. /법원행정처 '2019 사법연감'


가정법원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하고 있는 구조적인 이유

법원이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청구하는 요청을 100% 거절하는 건 구조적인 '증거 부실' 때문이다.


가정 내에서 벌어진 일들은 수사기관도 재구성하기 어렵다. 공간적 특성상 CCTV와 같은 명확한 물증을 확보하는 게 불가능하고, 피해자도 나이가 어려 신빙성 있는 증언을 확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강제 수사권도 없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더더욱 아동 학대와 관련한 증거를 모으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다 보니 격리 결정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 자료가 부실하게 제출되는 것이다.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가 발생한 화재로 중상을 입은 인천 초등학생 형제. 과거 어머니로부터 학대를 당해온 것으로 확인돼 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YTN news 캡처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가 발생한 화재로 중상을 입은 인천 초등학생 형제. 과거 어머니로부터 학대를 당해온 것으로 확인돼 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YTN news 캡처


현장의 목소리 "조사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 강제력 없어 문제⋯강제성 부여해야"

법원이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수집해오는 증거만 목을 매는 현상이 진짜 문제는 아닐까? 법원 관계자들은 "사법부 나름대로 가사조사관을 해당 가정에 파견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보낸 조사관들 역시 강제적인 조사 권한이 없기는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결국 판단을 위해 선행되어야 할 조사가 충분하지 않으니, 법원은 적극적으로 나설 수가 없고, 그 결과 이번 사건과 같은 비극을 막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