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휘두른 골프채에 맞아 뇌진탕 걸렸는데⋯ "그러니까 거기 왜 서 있어?" 적반하장
손님이 휘두른 골프채에 맞아 뇌진탕 걸렸는데⋯ "그러니까 거기 왜 서 있어?" 적반하장
연습 삼아 휘두른 골프채에 '마른하늘에 날벼락'
가해 손님 "치료비 줄 수 없다, 안전거리 유지하지 못한 캐디 책임"
변호사들이 봤을 땐? "민⋅형사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캐디로 일하는 A씨는 얼마 전 카트가 다니는 도로에 서 있다가 손님이 휘두른 골프채에 난데없이 머리를 얻어맞았다. 그런데 손님은 "안전거리를 안 지키고 왜 거기 서 있었느냐"며 "치료비는 줄 수 없다"고 적반하장으로 나오고 있다. 정말 손님의 말처럼 A씨의 잘못일까? 그렇다면 보상은 받지 못하는 걸까. /셔터스톡⋅편집=이지현 디자이너
골프장에서 경기 보조원(캐디)으로 일하는 A씨. 카트가 다니는 도로에 서 있다가 난데없이 머리를 얻어맞았다. 그것도 손님이 휘두른 골프채에.
카트 주위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손님이 연습 삼아 휘두른 스윙이었다. 부상은 가볍지 않았다. A씨는 뇌진탕으로 입원을 해야 했고, 두통 때문에 일주일째 일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가해 손님은 "치료비를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안전)거리를 유지하지 못한 A씨의 잘못"이라는 이유에서였다.
A씨가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변호사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변호사들은 "당연히 A씨가 피해를 배상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모두가 같은 의견이었다. 가해 손님의 주장대로 "A씨가 거리 유지를 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가 민⋅형사상 책임에서 아예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했다.
김박법률사무소의 김관기 변호사는 "캐디인 A씨에게 약간의 과실(거리 유지)이 있다면 배상액은 깎이겠지만, 그래도 상당한 정도의 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법률사무소 서담의 이혜선 변호사도 "가해 손님의 주장은 배상액 산정에서 고려될 수 있을 뿐"이라고 했고, 법무법인 남강의 김재영 변호사 역시 "설령 A씨의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가해자의 면책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변호사들이 손님에게 형사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 이유는 '과실'로 사람을 다치게 한 사람도 처벌되기 때문이다. 가해 손님에게 형법상 '과실치상죄(제266조)'가 성립될 수 있다. 주위를 제대로 살피지 않고(과실), 골프채를 휘둘러 A씨를 다치게 한(상해) 책임이다. 처벌은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법무법인 오른의 백창협 변호사는 "과실치상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했고, 법무법인 오라클(성남 분사무소)의 이기석 변호사, 리라 법률사무소의 김현중 변호사 역시 "이 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했다.
공동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는 비슷한 대법원 판례를 들어 설명했다.
골프를 하던 피고인이 등 뒤 8m 뒤에 떨어져 있던 캐디를 골프공으로 맞혀 다치게 한 사건이었다. 지난 2008년 대법원은 "골프공을 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자신의 등 뒤에 있던 캐디에게 상해를 입힌 경우 과실치상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변호사들은 "가해 손님은 형사 책임뿐 아니라, 민사 책임도 져야 한다"고 밝혔다. 과실치상죄와 별개로 민법상 손해배상책임(제750조)도 성립하기 때문이었다.
김관기 변호사는 "A씨는 기본 치료비 + 향후 치료비 + 노동력 상실에 따른 일실수입 + 위자료 등을 받을 수 있다"고 했고, 이기석 변호사도 "진단서를 발급받아 과실치상죄로 고소한 다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안병찬 변호사 역시 같은 의견이었다. "(고소 이후) 만약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민사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