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대 맞고 사망' 윤일병은 왜 질식사가 됐나…11년째 끝나지 않은 진실 규명
'64대 맞고 사망' 윤일병은 왜 질식사가 됐나…11년째 끝나지 않은 진실 규명
살인범 실형 확정에도 국가배상 전면 패소

지난 3월 28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앞에서 고 윤승주 일병 유족이 인권위 회의실로 향하는 모습. /연합뉴스
선임병의 무자비한 폭행으로 숨진 윤승주 일병의 사인은 처음엔 '질식사'였다. 온몸이 피멍이고 갈비뼈 14개가 부러졌지만, 군 당국은 음식물이 기도에 걸렸다고 발표했다. 11년이 흘렀지만, 유족은 국가가 조직적으로 사인을 은폐·조작했다며 여전히 진실을 찾기 위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살려달라" 외마디 비명…교통사고 수준의 폭행
2014년 4월, 경기도 연천 28사단 의무대에서 복무하던 윤 일병은 선임병들의 상습적인 폭행과 가혹행위 끝에 숨졌다. 부검 결과는 참혹했다. 온몸이 피멍으로 뒤덮였고, 갈비뼈 14개가 부러졌으며, 비장(지라)은 파열된 상태였다. 법의학자는 "교통사고나 추락사에서 볼 수 있는 수준의 손상"이라고 밝혔다.
사망 당일, 윤 일병은 냉동식품을 먹다 쩝쩝거린다는 이유로 가슴과 턱을 맞았다. 의식을 잃기 직전 25분 동안 무려 64대의 폭행이 이어졌다. 그는 "살려주세요"라고 웅얼거렸지만, 가해자들은 꾀병이라며 폭행을 멈추지 않았다.
이전에도 바닥의 가래침을 핥게 하고, 치약 한 통을 강제로 먹이는 등 인간의 존엄을 짓밟는 가혹행위가 4개월간 계속됐다.
법원 "국가 배상 책임 없다, 군의 실수와 착오일 뿐"
9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 따르면, 가해자들은 범행 직후 말을 맞추고 증거인멸까지 시도하며 "윤 일병이 음식을 먹다 갑자기 쓰러졌다"고 주장했다. 군 당국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 사인을 '기도폐색에 의한 뇌손상'으로 발표했다. 3개월 뒤 군인권센터의 폭로로 진실이 드러나자, 사인은 '구타로 인한 속발성 쇼크사'로 정정됐다.
주범 이 모 병장은 살인죄가 인정돼 징역 40년이 확정됐고, 공범들도 징역 5~7년의 실형을 받았다. 하지만 유족이 "군이 사인을 은폐·조작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은 최종 패소했다.
법원은 "조직적인 은폐·조작으로 보기 어렵고, 선임병들의 거짓말에 속아 사인을 발표한 것은 군의 실수와 착오였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별도의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원심을 확정하는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11년 만에 인권위로… 끝나지 않은 진실 규명
사법부의 판단에도 유족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에서도 같은 결론이 나오자, 유족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문을 두드렸다. 윤일병 사건 발생 8년 만인 2022년 출범한 '군인권보호관' 제도에 기댄 것이다.
한 차례 각하 결정 끝에 유족이 다시 진정을 제기하면서, 지난달 인권위는 11년 만에 윤 일병 사건의 진실 규명 안건을 회의에 올렸다.
가해자들은 죗값을 치렀지만, 단순 실수라는 사법부의 판단과 조직적 은폐라는 유족의 절규 사이 간극은 여전하다. 인권위가 11년간 풀리지 않은 의혹에 어떤 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