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라 변호사의 북 칼럼 (1)] 미스 함무라비도 직장인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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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소라 변호사의 북 칼럼 (1)] 미스 함무라비도 직장인이구나

2019. 05. 22 18:36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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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n675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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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미스 함무라비'의 표지 이미지 / 출처 : 네이버 책

최근에 ‘트레바리’라는 북클럽에서 모임 하나를 맡게 되었다.

‘생존법률’이라는 매우 비장한 이름의 모임인데, 우리는 매월 한 권의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내며 장장 4시간 이상을 진지하게 토론한다.

이번 달 책은 문유석 판사가 쓴 ‘미스 함무라비’

대부분 법과는 거리가 먼 직장인들로 구성된 우리 모임의 첫 책이었다.


모임을 이끄는 나는 이 책에 나온 법률적 주제에 대해 나름 공부를 열심히 하여 법률 지식을 나누어주고자 하였다. 그런데 나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우리 모임의 멤버들은, 법률지식 한 가지보다도 더욱 중요한 한 가지를 알게 된 것 같다.

바로 그것은 “판사도 직장인이구나.”


현직 판사인 만큼 저자(문유석)는 이 책에서 판사들의 일상이나 애환을 사실대로 잘 기록하고 있다. 판사실에 시보로 발을 들여놓았던 첫날의 일화, 하루 종일 촤르륵 촤르륵 기록 넘기는 소리만 들었던 날, 구성원들에게 선물 하나 주는 법 없던 법원이 웬일로 판사들에게 선물을 보내었는데 그것은 바로 골무(이것은 기록 넘기는 데 없어서는 안된다)였던 일화, 야근이 일상화되고 사건 처리에 허덕이는 법원의 풍경, 그리고 재판의 효율성이 강조되기도 하면서 구성원 간 의견 대립도 있고 등등.


“판사도 직장인이구나”라는 우리 멤버들의 깨달음 아닌 깨달음에서 읽을 수 있는 메시지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그중에는 많은 사람들이 마치 판사를 높은 산 위의 도인처럼, 우리와는 동떨어진 차원의 사람처럼 상상한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 이렇게 판사를 일반 사람과 다르게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얼마 전에 박일환 전 대법관이 유튜브로 법률상식을 해설하는 방송을 시작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를 시청한 일이 있다. 박일환 대법관이 방송을 시작하신 이유는 아마도 국민들에게 법률에 대한 상식을 알려주고 또 법률교육을 하시고 싶었던 것 아니었을까? (유튜브 방송의 제목도 ‘차산선생 법률상식’이다.)


민주주의를 외치면서 민주주의의 근간인 법치주의, 그리고 그 근간인 헌법과 법률, 그리고 재판제도에 대하여, 어느 누가 시민들에게 이를 친절히 알려준 바가 있던가. 법원에 대해, 또 판사들의 생활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이 우리와는 다른 존재라고 느끼는 것 아닐까.


법이 때로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도 못하고 일부 국민들의 법감정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일부 판사의 판결은 국민들에게 의아함을 불러일으키거나 분노를 불러오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재판 과정이나 내용을 세세히 알지 못한다. 더구나 언론에서 중점을 둔 사실관계와 법원이 판결을 위하여 중점을 둔 사실관계는 일치하지 않기도 한다. 그러니 판사의 판결을 함부로 비난해서는 안된다.


‘미스 함무라비’의 저자도 이러한 이야기로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계속 높아지는 오해와 불신의 장벽을 부수려면 이제는 저 높은 곳에 있는 신전에서 내려와 시민들이 오가는 광장에서 함께 같은 언어로 이야기하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저자의 의도는 적어도 우리 멤버들에게는 전해진 것 같다. 판사가 우리와 동떨어진 세상에 존재하는 자들이 아니고 이 땅에 사는 우리와 같은 ‘직장인’이라는 것을, 우리 멤버들은 중요하게 생각했다.


나아가 이제 판사들이 우리의 말을 이해하고 또 우리도 판사들의 말을 이해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그러려면 법원도 일반인들을 위하여 문을 열고 적극적으로 자신을 드러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높은 담장 안에서 아무리 얘기해도 그 담장 밖에서는 이를 알아듣기 어렵다. 이를 위해서는 판결문도 공개하여야 하고 판결문도 알기 쉽게 쓰여야 하며, 홍보도 필요하고 친절한 설명도 필요하지 않을까?


법대 아래에 있어 보면, 판사의 권한이 매우 크다고 느끼게 된다. 그러나 판사의 심판 권한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주어진 것, 즉 국민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권한을 준 주인에게 권한의 행사를 잘 하고 있다는 것을 늘 보고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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