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줄 찬 아기곰 산책시키고, 사막여우 껴안고…법 비웃는 동물원 '꼼수 체험' 여전
목줄 찬 아기곰 산책시키고, 사막여우 껴안고…법 비웃는 동물원 '꼼수 체험' 여전
'교육' 명분 내세워 버젓이 만지기·먹이주기 체험
계획서와 다른 '꼼수' 운영도 다수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는 체험 행위를 금지한 개정법이 시행된 지 1년 반이 흘렀지만, 현장은 여전했다. /셔터스톡
19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지난 15일 세종시의 한 동물원에서는 태어난 지 반년도 안 된 아기 반달가슴곰 두 마리가 반려견용 목줄에 묶인 채 잔디밭에 나타났다. 사육사는 "아직 아기지만 발톱이 날카로워 할퀴거나 물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15분간 아기 곰을 보고 즐기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오락과 흥행을 목적으로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는 체험 행위를 금지한 개정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수족관법)이 시행된 지 1년 반이 흘렀지만, 현장은 법의 취지를 비웃고 있었다.
멸종위기종이 '장난감'으로…법 개정 취지 무색한 현장
2022년 12월 전면 개정된 동물원수족관법은 동물을 이용한 오락·흥행 목적의 체험을 엄격히 금지했다. 법 제15조는 "공중의 오락 또는 흥행을 목적으로 보유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 공포 또는 스트레스를 가하는 올라타기, 만지기, 먹이주기 등의 행위"를 금지 행위로 명시했다.
거제씨월드의 '돌고래 서핑' 같은 동물 학대 논란과 코로나19를 계기로 사람과 야생동물 간 접촉의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였다.
하지만 법 시행 1년 반이 지난 지금, 동물원의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한겨레 애니멀피플이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와 함께 최근 울산·세종·부산의 동물원 6곳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법망을 교묘히 피한 '꼼수 체험'이 성행하고 있었다.
보도 내용을 보면, 울산의 한 동물원에서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페넥여우(사막여우)를 관람객 품에 안겨주는 체험을 진행했고, 해당 동물원은 논란이 된 '아기 곰 산책' 프로그램을 이번 주부터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 동물원은 법이 허용한 예외, 즉 '교육 목적'이라는 방패를 내세웠다. 사전에 '동물 교육 체험 계획서'를 지자체에 제출해 승인받으면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는 조항을 이용한 것. 그러나 한겨레 보도를 보면 현장에서 이뤄지는 프로그램은 교육적 목적과 거리가 멀었다.
한겨레 보도에서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정부 매뉴얼은 '교육 및 보전 메시지'를 필수 요소로 명시했지만, 조사한 6곳 동물원에서 생물다양성 보전 교육이 포함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오히려 야생동물의 애완화를 부추기거나 '앉아', '손' 같은 반려견 훈련 모습을 연출하는 등 보전과는 상반된 내용을 전달하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솜방망이' 처벌 우려…실효성 있는 감독 체계 시급
문제는 이러한 위법 행위가 적발돼도 처벌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점에 있다. 현행법상 계획서와 다르게 체험을 운영할 경우 위반 횟수에 따라 1차 100만 원, 2차 300만 원, 3차 이상 500만 원 수준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수십만 원에 달하는 체험료 수입을 고려하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적으로는 더 강력한 제재도 가능하다. 동물원수족관법 제30조는 금지행위 위반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상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도지사가 시정명령을 내리거나, 반복될 경우 영업정지, 허가취소까지도 가능하다.
하지만 현장의 법 집행은 녹록지 않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환경부 관계자는 "지자체별 담당 인력이 한두 명에 불과해 계도와 감독에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법의 취지는 명확하다. 울산지방법원은 과거 한 동물보호법 위반 판결에서 "동물은 단순한 오락의 대상이 아닌 생명체로서의 존엄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2020. 5. 8. 선고 2019고단3906 판결). 법 조문이 현장에서 제대로 숨 쉬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적극적인 감독 의지와 함께 동물을 오락거리로 소비하는 인식을 바꾸려는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