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으면 대출받아 와" 명절마다 청구서 내민 시댁⋯ 혼인 파탄 책임은 남편에게 있다
"돈 없으면 대출받아 와" 명절마다 청구서 내민 시댁⋯ 혼인 파탄 책임은 남편에게 있다
결혼 2년 차부터 시작된 시댁의 금전 요구
생활비·인테리어비에 '가불 상속세'까지
남편 여사친에겐 명절마다 선물 챙겨줘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결혼은 집안과 집안의 결합이다." 이 오래된 명제가 결혼 5년 차 A씨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족쇄가 되었다. 명절은 가족의 정을 나누는 시간이 아니라, 시댁의 청구서를 받는 날이었다.
며느리에게는 수천만 원의 돈을 요구하면서, 정작 아들의 여자 사람 친구(여사친)에게는 명절 선물을 챙겨 보낸 시어머니의 이중적인 태도가 결국 한 가정을 파탄으로 몰고 갔다.
13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서는 명절마다 반복된 시댁의 무리한 금전 요구와 남편의 방관으로 고통받는 A씨의 사연이 전파를 탔다.
"너희 형편에 맞게"... 시작은 달랐다
A씨 부부의 갈등은 결혼 2년 차, 3년 전 설 명절부터 본격화되었다. 시어머니는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A씨에게 "이제부터 매달 생활비를 조금이라도 보태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처음에는 구체적인 액수 없이 "너희 형편에 맞게"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고, A씨 부부는 상의 끝에 매달 100만 원 정도를 보내드리기로 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바로 다음 명절인 추석, 시어머니의 요구는 대담해졌다. "집 인테리어를 좀 바꾸고 싶은데 돈을 보태줄 수 있겠냐"며 무려 3,000만 원을 요구한 것.
A씨는 당황했지만, 남편은 아내를 설득했다. 남편은 A씨에게 "어머니 평생 소원이었다", "내가 이렇게 자란 것도 어머니 덕이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자"라며 시어머니 편을 들었다. 결국 A씨는 3,000만 원을 건넸지만, 마지막은 오지 않았다.
"어차피 네 집 될 거니 세금 미리 내라"
이후 3년 동안 명절마다 새로운 명목의 청구서가 날아들었다. 시어머니는 "어차피 나 죽으면 이 집 너희 집 될 건데, 미리 증여를 해주려 한다. 그러니 증여세, 취득세를 미리 내라"고 요구했다.
심지어 명절 가족 식사나 여행 비용 수백만 원을 A씨의 카드로 먼저 결제하게 한 뒤, "나중에 정산하자"고 해놓고 돈을 주지 않는 일이 반복되었다.
최근에는 "너 신용 좋다며?"라며 신용대출까지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참다못한 A씨가 거절하자 시댁 식구들은 "가족이 이런 것 하나 못해주냐", "너는 늘 받기만 하고 베풀 줄은 모르냐"며 적반하장격 태도를 보였다.
며느리에겐 '돈 요구', 여사친에겐 '명절 선물'
A씨의 마음을 결정적으로 무너뜨린 것은 남편의 휴대전화에서 발견한 낯선 문자 메시지였다. 시어머니가 남편의 어린 시절 친구인 여성에게 명절 선물을 보냈고, 그 여성이 감사 인사를 남긴 내용이었다.
정작 며느리인 A씨는 시댁으로부터 명절이나 생일에 선물 하나 받아본 적이 없었다. 돈은 며느리에게 뜯어내고, 정성은 남편의 여사친에게 쏟은 시어머니의 행동에 A씨는 더 이상 관계를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률 전문가 "명백한 이혼 사유"
방송에 출연한 로엘 법무법인의 이제남 변호사는 "수년간 이어진 시어머니의 무리한 금전 요구와, 압박 행위는 민법상 '배우자나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은 남편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이제남 변호사는 "남편은 아내와 시어머니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고 아내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오히려 시어머니 편에 서서 아내의 희생을 강요했기 때문"이라며 "남편이 유책배우자가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시어머니를 상대로도 별도의 위자료 청구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준 돈, 돌려받을 수 있나? '사기죄' 가능성도
그렇다면 A씨가 시댁에 건넨 수천만 원은 돌려받을 수 있을까? 이제남 변호사는 돈의 성격에 따라 반환 가능성이 달라진다고 분석했다.
우선 생활비나 인테리어 비용의 경우, 차용증이 없다면 돌려받기 어렵다. 이제남 변호사는 "차용증 같은 명확한 증거가 없다면, 법원에서는 보통 증여, 즉 대가 없이 드린 돈으로 보기 때문에 돌려받기가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금 명목으로 가져간 돈은 다르다. 이 변호사는 "집을 줄 생각도 없으면서 줄 것처럼 속여서 돈을 받아냈다면, 이건 단순한 가족 문제가 아니라 형법상 사기죄가 될 수도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향후 소송을 위해 "시어머니에게 돈을 보낸 계좌이체 내역, 돈을 요구하거나 압박하는 내용이 담긴 문자나 통화 녹음, 남편이 시어머니를 두둔했던 기록, 그리고 남편과 여사친의 관계를 보여주는 문자 사진 등을 증거로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