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사망 순간까지 찍어 올린 의사⋯적절한 행동은 아니지만, 불법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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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사망 순간까지 찍어 올린 의사⋯적절한 행동은 아니지만, 불법은 아니다

2020. 04. 30 10:51 작성2020. 05. 04 11:21 수정
안세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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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대학병원 응급실 의사가 올린 영상⋯환자 사망 순간 촬영해 올려

실제 비슷한 사건 '무죄' 이끈 이동찬 변호사 "의료법 위반 아니다"

사건 검토한 변호사들 "환자 개인정보 침해로 보기도 어렵지만, 의사 면허 자격정지는 가능"

논란이 된 환자 사망 장면을 담은 브이로그 영상의 모습. 심폐소생술을 하던 중 환자가 사망에 이르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유튜브 캡처

현직 대학병원 응급실 의사가 올린 영상 하나가 29일 논란의 중심에 섰다. 약 5분짜리 '응급실 일인칭 브이로그(V-LOG⋅일상을 동영상으로 기록한 콘텐츠)'에는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가 심폐소생술을 받고, 사망에 이르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화면을 흐릿하게 처리하긴 했지만, 후폭풍은 거셌다. "비윤리적이다"는 비판이 이어졌고, 결국 29일 새벽. 해당 동영상뿐 아니라 유튜브 채널 자체가 없어졌다. 병원 자체 윤리위원회도 열릴 예정이고, 대한의사협회도 엄중한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장이라도 엄청난 처벌이 이어질 것 같은 분위기다. 그런데 의료법을 깊이 들여다본 변호사들은 의외의 분석을 내놓았다. "형사처벌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비슷한 사건을 담당했던 더프렌즈 법률사무소의 이동찬 변호사는 "이 경우 무죄로 인정받은 경험이 있다"며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정보 제공 목적 등이 인정돼 처벌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직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응급실 사망 선고⋅항문 치료 장면 공개

문제의 영상은 지난 15일 유튜브에 올라왔다. 영상을 올린 사람은 건국대학교 충주병원의 한 응급의학과 교수 A씨였다.


동영상에서 A 교수는 응급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반복한다. 하지만 환자의 맥박은 돌아오지 않았다. 사망 선고가 이어졌다. 영상에서 A 교수는 "안타깝지만 안되실 것 같다. 마음이 아프다"며 "익스파이어(expire⋅사망선고) 할게요"라고 말한다.


이 영상을 보면 A 교수가 비슷한 시기에 올린 영상 하나가 추천 영상으로 뜬다. 항문에 이물질이 낀 환자를 치료하는 영상이다. 역시 화면은 흐릿했고, 일부 신체 부위는 모자이크 처리도 했으나 기계로 항문에 들어간 이물질을 빼내는 모습 등이 적나라하게 찍혔다.


변호사들이 "의료법 위반 아니다"라고 보는 이유 두 가지

사건을 분석한 변호사들은 "적절하지 않은 행동인 건 맞지만, 의료법 위반까지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법률 자문
'더프렌즈 법률사무소'의 이동찬 변호사, '법무법인 다움'의 이성준 변호사, '법무법인 우성'의 정필승 변호사. /로톡DB
'더프렌즈 법률사무소'의 이동찬 변호사, '법무법인 다움'의 이성준 변호사, '법무법인 우성'의 정필승 변호사. /로톡DB


우리 법은 의료법 제56조 2항 6호와 시행령 등에서 "의료인이 환자를 수술하는 장면 등을 촬영한 동영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켜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료 광고 금지규정의 일부로 들어간 조항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A 교수가 처벌되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해당 동영상이 '①광고여야 하고', 또 그 내용이 '②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는 내용'이어야 한다.


이동찬 변호사는 "A 교수가 이 두 가지 조건에 모두 해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일단, 이 조항으로 처벌이 되려면 '①광고'여야 하지만 문제가 된 동영상은 환자를 유인하거나, 병원에서 영리(營利⋅재산 이익)를 추구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광고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또 "'②혐오감을 일으키는 내용'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공익 등 교육 목적이 있어 보인다"며 "실제로 과거 비슷한 사건에서 '혐오감보다는 정보의 가치가 더 크다는 점'을 받아들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했다"고 했다.


"유튜브로 돈을 벌 목적이 아니라 응급실 분위기나 응급의학과의 특성을 학생들에게 알려주기 위해서였다"고 한 A 교수의 해명이 종합적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취지였다.


해당 의사가 올린 다른 영상들. 현재는 모두 삭제된 상태다. /유튜브 캡처
해당 의사가 올린 다른 영상들. 현재는 모두 삭제된 상태다. /유튜브 캡처


변호사들 "환자 개인정보 누설한 책임 역시 없을 듯"

혹시 환자의 개인정보 등을 누설한 책임은 없을까. 의료법 제19조는 "의료인은 업무를 하면서 알게 된 다른 사람의 정보를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하고 있고, 제21조도 '의료인은 다른 사람에게 환자의 기록 등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무법인 다움의 이성준 변호사는 "여기에 해당할 여지는 있다"고 했다. 그러나 동시에 "반대 의견도 충분히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동찬 변호사는 보다 명확한 반대 의견을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정보'와 '내용' 등의 의미는 의료인이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이라며 "이번 사건에는 해당 사항이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예를 들어 "치료한 환자의 몸에 문신이 있고, 환자가 이를 노출하기 꺼리는데도 공개했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그런 내용 등은 없다"며 "화면을 흐릿하게 처리했다는 측면에서도 초상권이나 개인정보 등의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현직 의사이기도 한 법무법인 우성의 정필승 변호사도 "A 교수의 법 위반은 없어 보인다"고 했고, '변호사 최진혁 법률사무소'의 최진혁 변호사도 "명시적인 의료법 위반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형사처벌 안 받더라도⋯ 의사 면허 자격정지는 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A 교수가 어떠한 법적 제재도 받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었다. "형사처벌은 어렵겠지만, 1년 이하의 면허 자격정지는 가능하다"고 한 변호사들도 있었다. 의료법상(제66조)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한 책임은 물을 수 있다는 취지였다.


법률자문
'변호사 최진혁 법률사무소'의 최진혁 변호사, '법무법인 부강'의 박행남 변호사, '법무법인 문장'의 임원택 변호사, /로톡DB
'변호사 최진혁 법률사무소'의 최진혁 변호사, '법무법인 부강'의 박행남 변호사, '법무법인 문장'의 임원택 변호사. /로톡DB


법무법인 부강의 박행남 변호사는 "1개월 정도의 자격정지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환자의 동의 없이 심폐소생술 과정을 찍는 등 비도덕적인 진료 행위를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동영상을 촬영할 시간에 환자에 더 집중하고, 상세한 진료기록부 작성에 더 시간을 쓰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또한 박 변호사는 "(이런 사건을 대비하여) 의사에게 자격정지 등을 부과할 수 있는 기준을 정해두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며 "환자는 진료의 객체가 아닌 인격의 주체"라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문장의 임원택 변호사도 같은 의견이었다. "모자이크 등으로 환자가 식별되지 않도록 했으므로 처벌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1년 이하의 자격정지 처분은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최진혁 변호사도 "만약 촬영 때문에 의료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등이라면 더 엄격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브이로그 촬영 등을 하더라도) 이런 사실은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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