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적으로 이해 안 가지만⋯'강간 상황극' 성폭행범이 무죄를 받은 이유는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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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적으로 이해 안 가지만⋯'강간 상황극' 성폭행범이 무죄를 받은 이유는 이렇습니다

2020. 06. 04 17:56 작성
안세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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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 상황극 해달라"는 허위 글에, 애먼 여성 성폭행한 남성

재판부 "강간 교사한 남성은 징역 13년⋯실행한 남성은 무죄"

변호사가 본 성폭행범이 '무죄' 받은 이유는?

"강간 상황극을 할 남성을 찾는다"며 거짓 글을 올려 실제 성폭행이 발생하게 한 남성이 징역 13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실제로 성폭행을 한 남성은 무죄를 선고받아 논란이 되고 있다. /셔터스톡

지난해 8월. 한 랜덤 채팅 앱에 "강간 상황극을 할 남성을 찾는다"는 글이 올라왔다. 남성 B(29)씨가 여성인 척 올린 거짓말이었다. 그런데 이 말을 믿고, 실제 엉뚱한 여성을 성폭행한 남성 A(39)씨가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A씨가 속아서 강간범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의심은 되지만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자신의 행위가 성폭행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거나, 이를 알고도 성폭행했다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즉, "강간하려는 고의가 없었으니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성폭행 유도한 남성은 징역 13년 "실제로 범죄가 이뤄지도록 만든 점 인정"

대전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김용찬 부장판사)는 4일 성폭력처벌법상 주거침입 강간 등 혐의를 받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A씨를 속여 강간하게 한 B씨는 징역 13년이었다.


재판부는 "B씨는 피해자가 거주하는 빌라의 집 주소와 공동 현관 비밀번호, 방의 호수를 알아낸 다음 A씨에게 '강간 상황극'을 알려줬다"며 "범행을 지켜보는 대담성까지 보였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피해자의 집 주소를 알려주며 A씨가 성폭행을 하게 만들었으니, 충분히 혐의가 성립한다는 취지였다.


실제로 성폭행한 남성은 무죄⋯재판부 판단의 근거는?

하지만 직접 성폭행을 한 A씨는 무죄였다. 앞서 검찰이 징역 7년이라는 중형을 구형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다. 당시 법조계에서도 "유죄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많았다는 점에서도 의외의 결과였다.


법률 자문
'JY 법률사무소'의 이재용 변호사, '법률사무소 용기'의 박예지 변호사. /로톡DB
'JY 법률사무소'의 이재용 변호사, '법률사무소 용기'의 박예지 변호사. /로톡DB


어째서일까. JY 법률사무소의 이재용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간접정범 논리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간접정범이란 타인을 도구로 사용하는 범죄를 의미한다. 이때 우리 법은 이용된 타인을 "고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처벌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의사가 환자를 독살하기 위해 '간호사(고의가 없는 자)'를 시켜 독약을 주사하게 한 경우. 만약 간호사가 이러한 사정을 몰랐다면, 우리 법은 간호사를 살인죄로 처벌하지 않는다. 간호사에게는 살인의 고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A씨의 변호인 역시 이러한 간접정범 논리를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관계를 확인한 재판부도 A씨가 강간의 고의가 있었던 게 아니라고 판단한 경우 무죄가 선고될 수 있다"고 했다.


법률사무소 용기의 박예지 변호사도 "간접정범 논리가 인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B씨에게 속은 A씨는 합의된 상황극이라고 여겼을 것으로 보인다"며 "재판부가 '피해자의 반항이 크지 않았다'고 언급한 점 역시 A씨가 상황극으로 오해했다는 점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 재판 내내 A씨 측은 "B씨에게 너무나 완벽히 속은 것"이라며 "강간하려는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사안의 성격에 비춰볼 때 법원 판단이 타당한지 의문"이라며 "향후 실체에 부합하는 판결이 선고되도록 노력하겠다"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미필적 고의' 인정했어야 한다" 판결에 아쉬움 드러낸 변호사들

"판결 결과에 다소 의문이 있다"고 한 변호사들도 있었다.


법률 자문
'법무법인 해자현'의 조은결 변호사, '법무법인 신효'의 오세정 변호사. /로톡DB
'법무법인 해자현'의 조은결 변호사, '법무법인 신효'의 오세정 변호사. /로톡DB


법무법인 해자현의 조은결 변호사는 "(판결에) 다소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피해자가 매우 놀랐을 테고, 강하게 저항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럼에도 행동을 이어간 A씨에게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어야 하는 게 아닌지 의문"이라고 했다.


A씨 역시 '상황극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알고도, 성폭행한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였다.


법무법인 신효의 오세정 변호사도 같은 의견이었다. "실제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의 저항은 상황극이라고 생각했을 때의 경우와 현저한 차이가 있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미필적 고의'조차 인정되지 않은 점은 다소 의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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