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범죄와의 전쟁' 찍자며 후임 뺨 후려친 해병대 선임… 용서도 못 받았는데 집행유예
영화 '범죄와의 전쟁' 찍자며 후임 뺨 후려친 해병대 선임… 용서도 못 받았는데 집행유예
라면 물 조절 못 한다고 80회 푸시업
인스타 맞팔 안 했다고 폭행까지

후임병에게 영화·드라마 장면을 따라 하게 하고 폭행·가혹행위를 한 해병대 선임병에게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셔터스톡
해병대 부대 내 상황실. 선임병이 후임병을 불러 세웠다. 갑자기 영화의 한 장면을 연기하자고 제안하더니, 이내 후임의 뺨을 사정없이 때리기 시작했다.
유명 드라마의 대사를 완벽하게 따라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폭력을 휘두르기도 했다. 군대 내 가혹행위가 기괴한 명목으로 자행된 것이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정철민 판사는 직무수행군인등폭행, 위력행사가혹행위, 폭행 혐의로 기소된 전 해병대 선임병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내가 때릴 테니, 넌 맞는 역할 해"… 스크린 밖으로 튀어나온 폭력
A씨의 폭행은 명장면을 모방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지난 2022년 10월, 해병대 제2사단 상황실에서 근무 중이던 A씨는 후임병 B씨에게 영화 '범죄와의 전쟁' 명장면을 따라 하자고 요구했다.
A씨는 B씨에게 뺨을 맞는 역할을 강요한 뒤, 우측 손바닥으로 B씨의 좌측 뺨을 무려 8회나 내리쳤다. 후임병은 선임의 황당한 요구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폭행을 당해야만 했다.
이틀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A씨는 체력단련실에서 또 다른 후임에게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한 장면을 따라 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후임이 주인공의 대사를 제대로 따라 하지 못하자, 가차 없이 뺨을 2회 때렸다.
황당한 가혹행위 이유들
A씨가 선임의 위력을 행사한 핑계는 영화뿐만이 아니었다. 그가 화를 내고 주먹을 휘두른 이유는 사소하고도 황당했다.
- 라면 물 조절 실패: 라면 물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며 "너 왜 이렇게 기합이 빠졌냐"라고 질책하고, 팔굽혀펴기 80회를 강요했다.
- SNS 팔로우 거절: 피해자의 후임이 A씨와 인스타그램 맞팔로우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윽박지르며 복부를 주먹으로 20회 폭행했다.
- 어깨 마사지 강요: "어깨가 아픈데 마사지 좀 받고 싶다"는 말에 후임들이 즉각 반응하지 않자, "아 XX, 기합 XX 빠졌네"라며 욕설을 퍼붓고 30분간 억지로 마사지를 시켰다.
- 연병장 제로투 춤: 허락 없이 옷을 갈아입었다는 이유로 연병장에 나가 약 1분간 '제로투 춤'을 추게 하는 가혹행위를 저질렀다.
법원 "지위 남용한 범행, 죄질 나빠"… 집행유예 선고
정철민 판사는 피고인의 행동을 단호하게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선임병으로서 자신의 지위를 남용하여 후임병인 피해자들을 폭행하거나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그 죄질이 좋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피해자들은 이로 인하여 상당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며, 용서받지도 못했다"고 엄히 꾸짖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하는 점, 초범인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여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