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풀 수면에 엎드린 채 흘러간 7분 50초… 7살 아이 죽음 앞, 어른들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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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풀 수면에 엎드린 채 흘러간 7분 50초… 7살 아이 죽음 앞, 어른들은 없었다

2026. 08. 09 14:30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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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세 익수 참사, 법원 "4억 7,600만 원 배상"

워터파크·태권도장 "80% 책임"

강원도 워터파크 파도풀에서 7세 아이가 익사한 사고와 관련해 워터파크 운영사와 태권도장 관장에게 약 4억 7600만 원 배상 책임이 인정됐다. /셔터스톡

2022년 여름, 강원도 홍천군의 한 대형 워터파크. 지역 태권도장 연합 행사를 통해 무려 171명의 아이들이 이곳을 찾았다. 그중 7살 망인(사고 당시 7세 4개월)은 홀로 구명조끼를 입고 파도풀에 들어갔다가 의식을 잃었다.


아이가 엎드린 채 물 위에 떠다닌 시간은 무려 7분 50초. 하지만 파도풀 주변에 있던 워터파크 안전요원도, 아이를 데리고 온 태권도장 관장도 그 긴 시간 동안 아이의 사투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결국 7분 50초가 지나서야 다른 태권도장 사범에 의해 구조된 아이는 한 달여 만에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무도 몰랐던 7분 50초. 법원은 이 비극이 철저한 어른들의 안전 불감증과 과실에서 비롯되었다고 판단했다.


춘천지방법원 제2민사부(재판장 김현곤)는 아이의 부모가 워터파크 운영사들(위탁사 및 수탁사)과 태권도장 관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은 공동하여 유족에게 약 4억 7,6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키 117cm 아이의 단독 입장… '텅 빈' 감시탑이 부른 참사


사고가 발생한 파도풀의 최대 수심은 2.4m였다. 규정상 키 120cm 미만의 어린이는 보호자 동반 없이는 이용할 수 없었다.


당시 아이의 키는 117cm. 당연히 입장이 통제되거나 보호자가 함께 들어가야 했지만, 워터파크 측은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망인이 아무런 통제나 제지를 받지 않은 채 단독으로 파도풀에 입수하게 된 점"을 명백한 주의의무 위반으로 지적했다.


안전요원 배치도 문제였다. 워터파크 측은 "법령상 요구되는 6명의 최소 안전요원을 배치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관광진흥법 시행규칙이 요구하는 것은 단순히 면적당 최소 인원을 배치하는 것을 넘어, 적절한 배치 위치를 확보하여 실질적인 감시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당시 6개의 감시용 체어 중 직원이 앉아있던 곳은 단 2곳뿐이었고, 특히 아이가 물에 빠진 장소와 가장 가까워 상황을 제일 쉽게 확인할 수 있었던 6번 체어는 텅 비어 있었다.


법원은 워터파크 측이 내세운 매뉴얼도 종잇장에 불과했다고 일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약 7분 50초간 수면에 표류하였는데도 이를 발견하지 못한 사실 자체가 현장의 안전관리가 매뉴얼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적시했다.


관원 42명에 어른 2명뿐


아이의 생명을 지켜야 할 1차적 책임이 있는 태권도장 관장 A씨의 과실도 무겁게 인정됐다. 당시 A씨의 태권도장에서 온 관원만 42명에 달했지만, 인솔하는 어른은 관장과 사범 단 2명뿐이었다.


법원은 학원이나 교습소 운영자에게는 학교 교사에 준하는 신의칙상 포괄적인 보호·감독의무가 있다고 전제했다. 특히 7세에 불과해 위험 대처 능력이 현저히 미숙한 다수의 아동을 데리고 파도풀을 이용하면서도, A씨는 관리 책임을 충분히 다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인솔 책임자인 피고 A는 망인이 순간적인 통제 이탈 등으로 익수 사고에 이를 수 있음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며, 준비운동이나 안전교육조차 실시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나아가 인솔자 1명당 아이들을 몇 명씩 배정하거나 그룹별로 전담 관리하는 등의 "실효성 있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아, 망인이 7분 50초간 표류하는 동안 아무도 인지하지 못하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질타했다.


"수많은 인파 속 잠영인 줄 알았다" 변명에 철퇴 내린 법원


피고들은 재판 과정에서 "아이가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고, 파도에 자연스럽게 움직였으며 다수 이용객이 물속에서 잠영을 반복하고 있어 익수 상태인 줄 몰랐다"며 예견이나 회피가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러한 변명을 단호히 배척했다. 안전요원이 놀이시설을 지속적으로 주시했다면, 무려 8분 가까이 엎드려 있는 아이를 발견하지 못할 리 없다는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사고 당시 아이가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고, 파도풀 내에 인파가 많아 식별이 다소 어려웠을 정황 등을 일부 참작하여 피고들의 손해배상 책임을 80%로 제한했다.


그럼에도 재산적 손해와 위자료를 더해 부모에게 각각 약 2억 4,000만 원씩을 배상하라는 무거운 책임을 물었다.


관련 형사재판 1심에서도 워터파크 직원들과 태권도 관장 모두 금고형 등의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모두 1심 선고 결과에 불복해 곧바로 항소장을 제출했다.


결국 "안전 매뉴얼이 있었다", "인력을 기준대로 배치했다"는 어른들의 형식적인 변명 속에서, 7살 아이는 7분 50초를 고스란히 물 위에 엎드린 채 홀로 견뎌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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