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한국 땅 밟았는데…도움 대신 위험에 빠트린 탈북민 지원센터
목숨 걸고 한국 땅 밟았는데…도움 대신 위험에 빠트린 탈북민 지원센터
10년 치 탈북민 개인 정보 분실…1년 5개월 지나서야 신고
변호사들 "센터 측 형사 책임 가능성 커…손해배상 청구도 가능"

탈북민 지원센터가 관리 소홀로 탈북민들의 개인정보가 담긴 외장 하드디스크를 분실했다. 센터 측은 분실 사실을 알고서도 1년 5개월이 지나서야 경찰에 신고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탈북민의 안정적 정착을 도와야 할 탈북민 지원센터에서, 그들을 불안에 떨게 할 사건이 벌어졌다 센터에서 10년간 관리한 탈북민 수백 명의 개인정보가 통째로 분실된 것. 외장 하드디스크가 통째로 분실되면서 벌어진 '대형 사고'였다.
분실 자체도 문제였지만, 후속 대응도 문제였다. 강원 북부하나센터 측은 이를 즉시 신고하는 대신 쉬쉬했고, 결국 사건 발생 1년 5개월이 지난 뒤에야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기간 동안 탈북민 수백 명의 개인정보가 어디서, 누구에 의해 사용됐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통일연구원의 '2016 북한인권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탈북민에 대해 탈북 횟수에 상관없이 노동교화형을 부과하고 있다. 외장 하드디스크가 북한 측에 넘어갔는지 알 수는 없지만, 탈북민 입장에선 불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로톡뉴스는 변호사들과 함께 이번 사건의 법적 책임을 검토했다.
변호사들은 "우선 센터 측 형사 처벌이 가능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개인정보보호법(제73조)은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해 개인정보를 분실⋅유출당한 자'를 처벌하고 있다. 외장 하드디스크의 경우엔 잠금장치가 있는 안전한 장소에 보관 및 비밀번호를 설정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센터 측에선 대장조차 작성하지 않는 등 관리를 소홀히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법률사무소 더엘의 김학영 변호사는 "이처럼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들이 문제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센터 측에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따라 형사 처벌될 수 있다"고 밝혔다.
법률 자문

법무법인 로베리의 김원 변호사도 "센터 측의 안전조치 의무 소홀로 외장하드가 분실된 것으로 밝혀진다면 형사 처벌이 가능해 보인다"고 했고, 법무법인 비트의 안일운 변호사 역시 "평소 센터가 안전조치를 수행하고 있지 않았다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때 처벌 수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센터 측에선 개인정보가 유출된 뒤에도 사건을 외부에 알리지 않고, 1년 이상 '쉬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들은 "당사자(탈북민)에게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사실을 즉시 알리지 않았다면, 여기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했다.
우리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인정보가 유출됐음을 알게 되었을 때 지체 없이 정보주체에게 유출된 개인정보와 유출 시점, 경위를 알려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었다(제34조). 이를 위반했을 경우엔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제75조 제1항 제8호)
뒤늦게 개인정보가 분실됐다는 것을 알고 불안에 떨고 있을 탈북민들. 변호사들은 "이들이 지원센터를 상대로 정신적 고통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게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 행위(개인정보 유출)로 타인(탈북민)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민법 제750조).
김학영 변호사는 "인과관계가 어느 정도 있다고 보이므로 위자료 등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김원 변호사도 "정보주체인 탈북민들이 센터 측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일운 변호사도 같은 의견이었다. "과거 신용카드 회사에서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에서 1인당 10만원의 위자료 지급 판결이 나온 적이 있다"며 "이번 사건은 피해자들에게 현실적인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보다 더 높은 금액이 인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