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사도인가, 죽음 부른 무법자인가…'음주운전 헌터' 유튜버의 법적 책임은
정의의 사도인가, 죽음 부른 무법자인가…'음주운전 헌터' 유튜버의 법적 책임은
음주 의심차량 추격 생중계 중 운전자 사망
법정선 "도주 막으려 한 것" 혐의 부인

음주운전 헌터 유튜버의 추적을 받다가 추돌사고로 불길에 휩싸인 차량 모습. /연합뉴스
음주운전 의심 차량을 쫓던 유튜버의 생방송은 한 운전자의 죽음으로 끝났다. '음주운전 헌터'를 자처하며 유튜브 채널 '담양오리'를 운영해온 최모(42)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추격전 끝에 발생한 운전자 사망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혐의로 법정에 섰다.
최씨는 "공익을 위한 행동이었다"고 주장하지만, 그의 행위는 정의 구현의 선을 넘은 위험한 범죄라는 분석이 나온다.
생중계된 죽음의 추격전
사건은 지난해 9월 22일 새벽 광주의 한 도로에서 벌어졌다. 유튜버 최씨는 A씨가 몰던 SUV 차량을 음주운전으로 단정하고, 자신의 구독자들과 함께 맹렬한 추격을 시작했다. 이 모든 과정은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여러 대의 차에 쫓기던 A씨는 결국 주차된 화물차를 들이받았고, 차량 화재로 현장에서 숨졌다. 정의를 실현하겠다던 방송은 한 사람의 죽음을 생중계한 비극의 현장이 되고 말았다.
최씨 측은 법정에서 "음주운전 차량의 도주를 막아 경찰에 인계하려 했을 뿐"이라며 공동협박 등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검찰은 최씨와 추격에 가담한 구독자 11명을 재판에 넘겼고, 혐의를 인정한 구독자 3명에게는 각각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공동협박'과 '공동위험행위', 혐의 벗기 어려워
최씨의 선한 의도 주장은 법정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의 행동이 여러 실정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첫째,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협박죄'가 문제 된다. 협박이란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일으켜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방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여러 대의 차량이 조직적으로 한 차량을 추격하며 압박하는 것은 운전자에게 극심한 공포를 유발하는 명백한 협박 행위로 볼 수 있다.
둘째, 도로교통법상 '공동위험행위' 혐의도 피하기 어렵다. 도로교통법 제46조는 정당한 사유 없이 2대 이상의 자동차가 줄지어 통행하며 타인에게 위해를 끼치거나 교통상 위험을 발생시키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길 시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최씨와 구독자들의 추격전은 이 조항에 정확히 부합한다.
사망에 대한 책임, 인과관계 입증이 관건
이번 사건의 가장 무거운 쟁점은 A씨의 사망에 대한 최씨의 책임 여부다. 법적으로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최씨 일행의 추격 행위와 A씨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증명돼야 한다. 즉, "추격이 없었다면 사망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검찰이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추격으로 인한 극심한 공포와 압박감이 A씨의 운전 실수를 유발했고, 이것이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되었다고 판단되면 최씨에게는 사망에 대한 법적 책임까지 따를 수 있다. 대법원 판례는 공동의 인식하에 이뤄진 불법행위는 공모하지 않았더라도 공동의 책임으로 보고 있다(2009다101824 판결).
최씨 측의 "공익 목적" 주장은 형법상 정당행위로 인정받기 어렵다. 일반 시민이 타인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방식으로 추격하는 것은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범위를 명백히 벗어난 행위이기 때문이다.
실형 가능성 높아
법원은 오는 11월, 당시의 추격전이 담긴 유튜브 영상을 재생하며 본격적인 심리를 이어갈 예정이다. 최씨가 과거에도 음주 사실이 없는 운전자를 감금하는 등 유사한 행위를 저지른 전력이 있다는 점도 불리한 양형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공동협박죄와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기에 사망과의 인과관계까지 인정된다면, 최씨는 징역 1~2년가량의 실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의 구현이라는 명분 아래 이뤄진 위험한 사적 제재가 법의 심판대 위에서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