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애자 숨기고 결혼한 부부의 10년 별거⋯20억 된 아파트, 어떻게 나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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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애자 숨기고 결혼한 부부의 10년 별거⋯20억 된 아파트, 어떻게 나눌까

2025. 12. 31 09:46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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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8억 아파트, 현재 20억

"재산 분할 기준은 판결 시점 시세"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서로의 성적 지향을 숨기고 결혼한 부부가 10년의 별거 끝에 법정에서 만난 가운데, 그사이 12억 원이 뛴 아파트의 재산 분할 방식이 화두에 올랐다.


31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양성애자임을 숨기고 결혼했다가, 뒤늦게 서로의 비밀을 알게 된 한 부부의 사연이 소개됐다. 15년 전 결혼한 사연자 A씨는 결혼 5년 만에 아내와 별거를 시작해 10년을 홀로 지냈으나, 최근 아내로부터 20억 원으로 껑충 뛴 아파트의 재산 분할 소송을 당했다.


"당신도 나도 비밀이 있었네"⋯위자료 청구 가능할까

A씨는 결혼 후 과거 사귀었던 남성에게 연락이 온 것을 아내에게 들켰고, 아내는 호주로 떠나버렸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아내 역시 양성애자였고, 호주에서 동성 연인과 지내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신세계로의 임경미 변호사는 위자료 청구는 시효 문제로 어려울 것이라 분석했다. 임 변호사는 "위자료를 청구하려면 사유를 안 때로부터 3년이 지나지 않아야 한다"며 "이미 아내가 사연자의 부정행위 사실을 알고 별거한 지 10년이 지났기 때문에 위자료 청구권은 소멸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A씨가 아내의 동성 상간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가능할 수 있다. 임 변호사는 "이혼이 성립되어야 비로소 위자료 책임이 발생한다고 보기 때문에 시효 문제는 없어 보인다"면서도 "오랜 별거 기간 중 발생한 부정행위라면 혼인 파탄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속아서 결혼했다"⋯혼인 무효일까 취소일까

서로의 성적 지향을 속인 이 결혼을 아예 없던 일로 할 수는 없을까? 법적으로 혼인 무효는 당사자 간 합의가 아예 없었거나 근친혼인 경우에만 해당하여 이번 사례에는 적용되기 어렵다.


대신 혼인 취소는 고려해 볼 수 있다. 임경미 변호사는 "배우자가 양성애자임을 알았다면 혼인하지 않았을 것이라 인정된다면, 신뢰를 해치는 기망에 해당해 혼인 취소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이 역시 "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제기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또한 혼인 취소가 되더라도 '혼인관계증명서'에 이력 자체가 삭제되는 것은 아니다. 임 변호사는 "무효와 달리 취소는 이혼처럼 혼인 취소 기록이 남게 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별거 전 8억, 지금은 20억⋯재산 분할 기준점은

가장 큰 쟁점은 아파트값이다. 별거 당시 8억 원이었던 아파트는 현재 20억 원까지 치솟았다. A씨 입장에서는 10년이나 남처럼 지낸 아내가 현재 시세를 기준으로 재산을 나눠달라는 것이 억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법원의 원칙은 냉정하다. 임경미 변호사는 "재산 분할 액수는 이혼 판결이 이루어지는 시점을 기준으로 정하는 것이 판례의 원칙"이라며 "결국 10년의 별거 기간이 있었어도 20억 원의 시세가 분할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물론 A씨에게 유리한 지점도 있다. 조인섭 변호사는 "10년간의 별거 기간 동안 재산을 유지하고 관리한 A씨의 기여도가 재산 분할 비율을 정할 때 중요하게 반영될 것"이라고 짚었다. 아내가 별거 후 아파트 가치 상승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았다면, 분할 비율에서 A씨가 훨씬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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