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수사의 특수성: 물증 없는 1:1 싸움에서 유리한 '첫 진술'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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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수사의 특수성: 물증 없는 1:1 싸움에서 유리한 '첫 진술'하는 방법

2026. 02. 02 10:12 작성2026. 02. 03 12: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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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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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 문턱 넘기 전 결정되는 인생

왜 '첫 진술'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가

성범죄 사건의 성패는 경찰 단계에서의 '첫 진술'에 달려 있으며, 객관적 증거와 일관된 논리로 불송치 결정을 끌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성범죄 혐의로 경찰의 연락을 받는 순간, 대부분의 피의자는 극심한 공포와 당혹감에 휩싸인다. 물적 증거가 거의 없는 1:1 상황에서 발생하는 성범죄의 특성상, 수사의 향방은 오직 '말'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2020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경찰이 수사를 스스로 종결할 수 있는 '1차 수사종결권'을 갖게 되면서, 검찰로 사건이 넘어가기 전인 경찰 단계에서 사건을 끝내는 '불송치 결정'의 가치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뉴로이어 법률사무소 김수열 변호사는 "경찰 조사 단계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혐의가 인정될 경우, 검찰이나 재판 단계에서 이를 뒤집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며 "수사의 첫 단추인 경찰 조사부터 전략적인 대응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김수열 변호사 성폭력/강제추행 법률 가이드]


성범죄 사건은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직접 증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피고소인은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고, 설령 나중에 무죄를 받더라도 사회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이러한 성범죄 사건의 특수성을 언급하며 피무고자가 입게 될 피해의 심각성을 경고한 바 있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23. 3. 31. 선고 2022노1933 판결). 결국, 첫 경찰 조사에서 작성되는 '피의자 신문조서'가 향후 재판까지 좌우하는 '운명의 성적표'가 되는 셈이다.


검찰 가기 전 사건 끝내는 '불송치', 피해자 진술의 허점을 찔러라

사법경찰관은 수사 결과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혐의없음(증거불충분)' 등의 이유로 불송치 결정을 내린다(경찰수사규칙 제108조 제1항). 이 결정을 이끌어내는 핵심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무너뜨리는 데 있다. 성범죄 수사에서 피해자의 진술은 일관성과 구체성이 생명이지만, 객관적인 물적 증거와 대조했을 때 모순점이 발견된다면 상황은 반전된다.


CCTV 영상, 사건 전후의 문자메시지, 통화 내역, 제3자의 목격 진술 등은 피해자 진술의 허점을 밝혀낼 강력한 무기다. 헌법재판소는 피해자 진술에 상당한 의심의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조사 없이 일방의 진술만 받아들여 혐의를 인정한 것은 수사미진의 잘못이 있다고 판시하며 피의자의 방어권을 강조했다(헌법재판소 2012. 7. 26. 선고 2010헌마642 결정). 따라서 첫 진술 단계에서부터 객관적 증거와 부합하는 논리를 세워 수사기관이 피해자 진술을 의심하게 만드는 전략이 필수적이다.


'기억 안 난다'는 사실상 유죄 선언... 조서에 '나의 진실'을 남기는 법

조사 과정에서 당황한 피의자들이 가장 흔히 하는 실수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며 얼버무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수사관에게 범행을 은폐하려 한다는 인상을 줄 뿐이다. 대법원은 진술의 주요 부분이 일관된다면 사소한 사항에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신빙성을 인정하지만, 핵심 사실관계가 번복될 경우 그 진술을 증거로 쓰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8. 3. 14. 선고 2007도10728 판결).


성공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조사 전 변호인과 함께 사건 당시 상황을 시간순으로 재구성하고,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또한, 형사소송법 제244조 제2항에 명시된 권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조사가 끝난 후 수사관이 작성한 조서를 꼼꼼히 읽어보고, 본인의 진술과 다르게 기재된 부분이 있다면 반드시 수정을 요구해야 한다.


서명날인 전 최종 확인 과정이야말로 억울한 혐의를 벗을 수 있는 마지막 안전장치다.


단 한 번의 기회, 전문 변호인의 조력이 승패를 가른다

성범죄 피의자로 몰린 상황에서 홀로 경찰 조사를 받는 것은 전쟁터에 맨몸으로 나가는 것과 같다. 변호인은 피의자 신문 과정에 동석하여 수사관의 유도신문이나 부적절한 질문에 이의를 제기하고, 피의자가 심리적 안정을 유지하며 일관된 진술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고소장 내용을 분석하여 피해자 진술의 모순을 지적하는 법률의견서를 제출함으로써 불송치 결정을 강력하게 견인한다.


만약 명백한 허위 고소로 밝혀져 불송치 결정이 내려진다면, 이후 무고죄 고소를 통해 가해자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의 사례(2023. 5. 3. 선고 2023노242 판결)처럼 무고 혐의가 밝혀질 경우 피무고자는 억울함을 풀 기회를 얻게 된다.


성범죄 사건에서 '불송치'라는 최선의 결과를 얻고 싶다면, 조사 초기 단계부터 전문적인 법률 조력을 통해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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