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쯤 들어봤을 "곗돈 들고 나른 계주" 이야기, 그게 막상 내 일이 되었다면?
한번 쯤 들어봤을 "곗돈 들고 나른 계주" 이야기, 그게 막상 내 일이 되었다면?
어떻게 고소해야 할까, 돈을 되찾을 방법은 무엇일까⋯곗돈 찾는 방법 톺아보기

A씨는 지인 B씨 소개로 한 계모임에 들어갔다. 오랜 기간 모임이 유지되어 오는 등 믿을만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다림의 결과는 뼈저린 배신이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계주가 거액의 곗돈을 가지고 잠적했다"는 이야기는 우리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A씨는 뉴스에서나 접하던 그 이야기가 자신의 일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A씨는 지인 B씨 소개로 한 계모임에 들어갔다. 오랜 기간 모임이 유지되어 왔고, 무엇보다 아는 사람인 B씨가 계주(契主)로 있으니 더 믿을만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약 1000만원 가량을 착실하게 납입하며 자신의 순번이 돌아오길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나 기다림의 결과는 뼈저린 배신이었다. 자신이 받을 차례에 계주인 B씨가 돌연 자취를 감추면서다. A씨는 계주 B씨가 작정하고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한다. 이에 B씨를 고소하려고 하는데, 어떤 혐의를 적용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사기다. 법무법인 주원의 박지영 변호사는 "계주 B씨가 계원들에게서 처음 돈을 걷을 때부터 다른 용도로 쓸 목적이었다면 사기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기죄(형법 제347조)는 ①남을 속이는 '기망' 행위와 ②피해자의 착오 ③기망행위로 인한 피해자의 손해가 모두 존재할 때 성립한다. A씨는 자신의 순번이 되면 곗돈을 받을 수 있다고 믿었고(②), 1000만원 가량을 B씨에게 줬지만 돌려받지 못했다(③). 남은 건 B씨의 기망행위(①)다. B씨가 A씨를 계모임에 끌어들일 때부터 돈을 줄 생각이 없었다는 '고의성'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다만, 처음에는 돈을 가져갈 고의성이 없었다고 해도 이런 경우는 사기죄로 처벌을 받았다. 지난 2012년 부산지법은 한 계주에게 사기죄를 적용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당시 문제의 계모임은 적자가 누적되고 있었다. 재판부는 계주가 어느 시점에 이르면 더는 곗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신입 계원을 계속 모집했다는 점을 문제로 꼬집었다.
지난해 서울중앙지법도 여러 개의 계를 운영하며 돌려막기를 했던 계주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일부 계원들로부터 수금이 제대로 되지 않아 적자가 나는 데도, 계를 무리하게 끌고 갔다는 점에서 계주의 기망 행위가 인정된 것이다.
미필적으로나마 순서에 따라 곗돈을 돌려주지 못할 것을 인식했던 계주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점에서 사기의 '고의성’이 인정된 판례들이었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이러한 범죄 의도(고의)를 밝혀내는 것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실질적인 손해가 발생했는데도, 계주를 사기죄로 처벌하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만일 계주 B씨에게 사기죄를 적용할 수 없다면, 배임죄를 적용해 볼 수 있다.
형법상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을 주체로 하는 범죄다. A씨는 계주 B씨에게 돈을 납입했다. B씨는 계원들에게서 돈을 모으고 지정된 날, 지정된 계원에게 이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이때 발생하는 의무는 계주 스스로의 일이기도 하지만, 다른 계원들이 맡긴 일을 처리하는 것도 된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한다면 계주 역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으로 볼 수 있다.
법무법인 인화의 김명수 변호사는 "이번 사안처럼, 계주가 계원들에게 곗돈을 걷고도 받아야 하는 순번(A씨)에 맞춰 돈을 지급하지 않았다면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우리 대법원 역시 같은 입장을 오래도록 지켜오고 있다. 대법원은 "계원들에게 매월 곗돈을 걷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지정된 계원에게 곗돈을 주지 않았다면, 적어도 수급 권리가 있는 계원과의 관계에서는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봤다(93도2221).
A씨는 곗돈을 타기 위해 성실하게 매달 돈을 내왔다고 했다. 이에 자신의 순번에 곗돈을 받지 못한 A씨는 B씨에게 임무를 저버리고 자신의 돈을 가져갔다는 이유로 배임죄를 물을 수 있다.
형사소송과 별개로 민사소송도 필수다. 형사 절차 내에서 합의금 등을 받으면 피해 회복이 될 수 있지만, 계주가 끝까지 "돈이 없다"고 버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박지영 변호사는 "지급명령을 신청하고, 이를 바탕으로 계주 B씨에 대한 재산명시신청을 하라"고 조언했다.
지급명령은 법원이 돈을 빌린 사람에게 "돈 갚아라" 하고 명령할 수 있는 제도다. 돈을 빌려준 사람(A씨)이 법원에 신청서를 접수하면 끝이다. 돈을 빌린 사람(B씨)의 인적사항과 계약서 등 돈을 주고받은 관계를 증명할 자료가 필요하다. 법원은 지급명령 신청서가 접수되면 최대한 신속하게 심사해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바로 지급명령을 결정하고,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 덧붙여 변론 절차 등을 거치지 않고 당사자가 신청한 서류만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소송절차와 달리 간편하다.
A씨가 법원에서 확정된 지급명령을 받으면, 이 결과를 가지고 재산명시 또는 재산조회를 법원에 신청할 수 있다. 이후 확인된 재산을 바탕으로 강제집행을 신청하면 된다.
변호사들은 다른 피해자들이 있다면 함께 대처하는 것이 좋다고도 말했다. 김명수 변호사는 "피해자가 많고 피해 금액이 큰 경우, 개인적으로 소송을 하기보다는 피해를 본 계원을 모아서 사건을 진행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들이 함께 고소하면 사기 범행 수법과 편취 범의(犯意) 등도 명확해져 혐의를 인정하고 엄정하게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변호사들의 의견이다. 덧붙여 변호사 선임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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